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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서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순례자 칼릴 지브란
칼릴 지브란 지음, 로렌스 알마-타데마 그림, 강주헌 옮김 / 아테네 / 2019년 7월
평점 :
"오늘은 나 홀로이지만 내일이면 나의 말을 수많은 사람들이 말하게 될 것이다(p15)".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20세기의 단테라 칭송받는 칼릴 지브란의 글귀는 그의 사후에도 전 세계에 널리 널리 퍼져 사람들에게 따스한 울림을 준다. 그의 말은 힘이 있다. 단순히 아름답다고만 말할 수 없는 그 이상의 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한 철학자이자 시인의 말은 그 무엇보다도 진실하며 처연하다.
지혜를 갈구하는 이의 바람은 무엇일까? 인간의 깊은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하기에 인간의 언어는 너무도 부족하고 빈약하지만(p36)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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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의 형제와 자매들이여.
예언자의 목소리를 통해 여러분에게 전해주는 이 말씀을 귀담아 들으십시오.
여러분의 가슴에 이 말씀을 깊이 새기십시오.
이 말씀에 담긴 지혜의 씨앗을 여러분의 영혼에서 꽃을 피우십시오.
이 말씀은 신께서 여러분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p85).
늙은 스승의 육신은 안식을 찾고, 각성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제자 알무타다(63)는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지혜의 여행을 떠난다. 예언자의 말씀을 담은 칼릴 지브란의 '지혜의 서'는 20가지의 주제로 우리 삶의 지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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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의 눈동자가 보내준 첫 눈길이 사람의 가슴에 뿌려진 씨앗이라면, 사랑하는 연인의 입술에 포개진 첫 입맞춤이 생명의 나무에서 뻗어나온 가지에 핀 꽃이라면, 결혼 안에서 두 연인의 결합은 그 씨앗에서 피어난 첫 꽃망울이 맺어낸 첫 열매이리라 (p151)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할 표현이다. 훗날 결혼을 할 때 이 문구를 인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릴 지브란의 사랑은 언제나 비극으로 끝을 맺었지만 그의 사랑은 멈출 줄 몰랐다. 결혼도 하지 않은 이가, 이토록 두 남녀의 결합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니!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건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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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여, 그대가 누구이든 간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그대가 교회에서 예배를 보거나, 사당에서 절을 하거나, 모스크에서 지도를 하거나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p201).
그 누구보다도 종교적 화합을 간절히 바란 지브란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표면적으로는 제자 알무타다가 스승이 남긴 깨달음을 통해 지혜를 전하는 내용이지만 결국 칼릴 지브란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것일 테니 말이다.
종교는 극심한 갈등의 원인이 된다. 좋기 위해서 믿는 종교가 만악의 근원이 되는 모순을 해소하고자 칼릴 지브란은 일평생 헌신했다. 그대가 누구이든 간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이것이 칼릴 지브란이란 사람의 마음에 품고 있는 가장 위대한 정신이 아닐까싶다. 종교를 초월해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 힘주어 말하고 평화를 노래하는 그의 언어에 감동받은 이들이라면 이 메시지를 중히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의 생전에 봉합되지 않은 레바논의 종교 갈등이 지금도 현존한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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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란에게는 시인, 화가, 철학자, 예언자, 신비주의자, 저항하는 사람, 평화주의자 등의 수많은 명칭이 따라다닌다.
그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예언자>는 얇고 간결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지혜의 서>는 사랑을 간절히 바라는 지브란의 소망과 지혜를 추구하는 이들의 목마름을 덜어줄 책이다. 그를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결국 그의 사상은 ‘사랑’으로 요약되지 않을까. 그는 사랑을 항상 곁에 두고 좋아한 사람이니 말이다. 그의 순수한 영혼의 손끝에서 이 책이 탄생하였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혼란스러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그 길을 제시해준다. 지혜는 한낱 인간이 온전히 소유하기에는 너무도 추상적이고 위대한 개념이지만 실생활에서 어느 한 부분만큼은 지혜의 끈을 놓지 않고 실천한다면 언젠가는 나도 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오랜만에 메마른 감성에 따스한 햇볕을 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