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5 - 일통으로 가는 길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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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간군상을 모아 놓은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5권』은 이전과 비슷한 흐름이면서도 받아들이는 내가 조금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는 사람이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를 아쉬워했다면 일통으로 가는 길에 마주한 인물들을 보며 사람이 한평생 강직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달았다. 모두가 한때는 곧고 큰 포부를 가질 때가 있다. 신릉군, 춘신군, 여불위 등 이번 편에 등장한 인물들 모두 한때는 비범했으며 실제 꽤 대단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권력은 언제나 얻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다. 권력자들의 말로가 비극적으로 끝난 데에는 그만큼 초심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책사들이 이제 사기꾼처럼 느껴진다.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삼국지의 명성을 듣고 자란 세대로서 책사의 역할을 상당히 과대평가 했는데 사기를 보면 다들 얼마나 혀를 잘 놀려야 하는지만 보여주는 것 같다. 저 세치혀들 사이에서 진짜배기 조언을 구분할 수 있는 자야말로 진정한 패자가 아닌가 싶다.

중국사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내게 진시황의 아버지가 여불위였다는듯한 뉘앙스는 엄청난 충격이었는데, 이래저래 검색해보니 그만큼 진시황의 정통성을 흔들기 위함과 동시에 여불위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일면이란 것으로 납득했다. 아무튼 결론은 남의 여자는 아무리 탐나도 함부로 뺏지 말자!!? 거기다 부모라면 자식 앞길은 막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천하를 통일한 패자였지만 진시황의 가정사도 꽤나 음울한 것 같다. 자식을 황위에 올리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는 궁중여인들의 암투를 보다가 남자에 눈이 먼 태후를 보면 이게 참 한 여자로서 가엾다고 해야할지 어머니로서 철이 없다고 해야할지, 아무튼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듯 하다.

사마천이 자신의 평생을 다 바쳐 인생 역작인 사기를 완성한데는 후세의 사람들이 역사를 통해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한평생 올곧게 살 순 없지만 종종 흔들릴때마다 사기를 읽으면 내가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게 아닐지 성찰하기 좋을 것 같다. 아직은 대단한 권력을 쥐지 않았으니 그러고 말 것도 없지만 말이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01287)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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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
안나미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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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이 손꼽는 가장 이상적인 삶으로 금수저를 꼽는데 신분제가 확고했던 조선시대 금수저인 양반으로 태어났다면 일평생 얼마나 호의호식하며 재밌게 살았을까 상상을 하곤 했다. 안나미 교수의 『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은 이러한 호기심을 채워주기 아주 좋은 책인데 지금껏 선비들이 산수 좋은 곳에서 시나 읊고 팔자 좋게 살았을 거란 오해를 풀어주는 책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절제를 미덕으로 아는 성리학의 질서 속에서 양반들이 어떻게든 삶의 즐거움(?)을 얻고자 애쓰는 인간적인 모습이 만연했다. 특히 먹기 위해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조선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음식 하나만 잘 올려도 관직 벼슬까지 얻을 수 있다니. 역시 사람은 잘 먹이고 봐야한다.

선비들의 산 사랑 이야기는 요즘 우리세대의 부장님들이 주말마다 산타는 이유가 그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아서 그런게 아닐까 상상해보게 된다. 금강산 유람이 버킷리스트라니, 꽤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꼬장꼬장하며 하루종일 경서나 들여봤을 것 같은 선비들에게 얼마나 다채로운 취미가 있는지 생동감있게 묘사해 읽는 내내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렇지만 그들도 피해갈 수 없는 과거시험부분에선 탄식할 수 밖에 없었다. 평생 시험 공부에만 매달리면서 살아야했다니,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워보이는 과거시험편을 읽으며 나도 절로 시험스트레스가 생긴다. 놀라운 건 그 시대에도 부정이 상당히 만연했다는 점인데 예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건 다 똑같나보다. 아무리 꼿꼿한 선비일지 언정 공부는 싫었을거다.

한가지 확실한건 종종 투정식으로 조선시대에 태어나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경치나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지금까지의 내 발언이 현실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역시 어느시대건 지성인으로 살아가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아보인다. 과거시험만 아니라면 꽤 재밌을 것 같지만서도배움을 멀리하는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평민의 삶이 과거의 금수저보다 더 살만 한 것 같다. 아흔아홉칸 으리으리한 집에서 떵떵 거리며 사는 건 극소수일 테니 말이다. 체면치례 때문에 앓는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을 불쌍한 조선의 금수저들을 애도하며. 쉽고 재밌게 쓰인 책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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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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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자의로 거부한 작가로도 유명한 장 폴 샤르트르는 자신의 저서 구토를 통해 실존주의 철학에 상술했다. 책 제목처럼 구토증이 올라 올만큼 이해하기도 어렵고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이 책의 서술자 로캉탱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는 젊은 연구자다. 그의 일상은 무미건조하고 소위말해 노잼그 자체다. 물수제비를 던지며 처음 구토증을 느낀 이후 그는 일상에서 꽤 자주 역한 느낌을 받는데 그 시기가 특별히 규칙성이 있기 보단 스스로 삶의 회의를 느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인다. 회색 빛으로 가득 찬 그의 삶을 좀 더 짙은 색으로 물들게 하는 인물들을 만나지만 다들 허구로 가득차 있다. 솔직히 꽤 찌질한 인물로 보이는데 작가의 자전적 성향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스스로를 향한 회의, 혐오, 삶의 의미와 의지를 찾고자 하는 한 젊은이의 애달픔이 이 책을 유쾌하기보단 불쾌하게 만든다. 그가 구토감을 느낄 때 나는 대부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 타이밍에 왜?라는 생각부터 절로 들었으니까. 스스로를 지식인이라 치부하면서도 낙오자라 여기는 이중적인 면모에서 사회와 융합되지 못한 로캉탱의 처지를 상기시켜준다. 로캉탱이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인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왜 샤르트르가 노벨문학상을 거부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성세대, 체제에 순응하고 싶지 않은 반항아. 그런 이름을 한번쯤은 후세에 남기고 싶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책 자체가 술술 읽히는 느낌이 아니라 그의 숭고한 반항을 알아차릴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흠이지만 말이다.

그가 맺는 관계는 너무 한정적이고 그래서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독서광과의 열전, 전 애인과의 대화에서 이게 정상적인 관계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현실 속에서 이상을 찾는 척 열띈 에너지를 보여주었던 독서광의 도덕적 타락은 이상도, 현실도 속하지 못한 또다른 로캉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실존주의 철학이라는 거창한 이름값을 해석하려 머리 아프게 싸매지 않아도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낙오자의 일기는 당대 청년들이 가진 시대의 과제를 알려준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을 때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 책인 것 같다. 세상에 낙오자가 너무 많다. 소설 속 주인공들도, 그리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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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서가명강 시리즈 14
박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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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본사에 관심이 많은데요, 메이지 유신은 잘 모릅니다. 어쩌니저쩌니 해도 역사의 묘미는 영웅 이야기니까요! 이 책은 메이지 유신의 토대를 마련한 4명의 혁명가를 다룹니다. 전쟁이 없어 너무도 평화로웠던 도쿠가와 막부 체재 아래 사무라이들의 위상은 전과 같을 수 없었고 이는 ‘책 읽는’ 사무라이를 만드는데요.

가장 먼저 등장하는 책 읽는 사무라이는 조슈번의 천재 요시다 쇼인입니다. 이 사람… 꽤 골때립니다. 미국으로 가겠다고 도항도 하고, 뻑 하면 감옥에 갇힙니다. 하지만 페리 제독의 함대를 보고 창 검술에 집착하는 사무라이의 자존심을 버리고 해군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감옥에 갇힌 시기엔 3년 동안 1,500권이나 되는 책을 읽는데요… 백수도 이만큼 책 못 읽습니다. 송하촌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신의 야망(?)을 주입하는데요. 이때 그의 아래서 수학한 사람들이 메이지 정부의 내각을 그대로 옮겨뒀다고 할 만큼 메이지 유신을 이끈 이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칩니다. 이토 히로부미도 요시다 쇼인에게 아래서 배웠다네요. 제대로 된 군함 한 척도 없으면서 조선과 중국을 넘어 아시아를 정복하겠다는 망상을 이때부터 꿈꾸는데요, 망상이 현실이 될 줄이야…. 역시 꿈은 크게 꿔야 하군요.

다음장에 다루는 인물은 사카모토 료마입니다. 시바 로타료의 소설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더한 인물입니다. 한국에서는 ‘료마가 간다’와 대망 3부 주인공이죠. (둘 다 같은 책인데 제목만 다릅니다.)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일본에선 이 소설 덕분에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던 사람에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인물로 거듭났다고 하네요.

사카모토 료마에 대한 부분을 읽고 든 생각은 참 자유로운 영혼이 아닐까 싶습니다. 활달하고 웃음 많은 해군 덕후? 신념이란 게 어느 순간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치우 칠 수 있는데요, 료마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꽉 막히지 않은 자유로운 사고방식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인물이 천왕 중심의 신정부를 만드는 데 일조한 일등 공신이라니,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도 안 되고, 매사에 진지하게 인상 쓰고 살 필요도 없다는 걸 보여주네요.

“세상에 태어난 것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다”

오래 살진 못 했어도 자신의 포부처럼 참 멋지게 살다 간 인물입니다. 소설의 후광도 있지만 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짧은 소개만으로도 마음을 사로잡네요.

270년간 일본을 지배했던 도쿠가와 막부의 끝이 점점 다가오는 혼돈의 시기, 시대의 과제를 고민하던 한 청년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이유가 어찌되었든 막부도, 번도 외세의 힘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는 점이 조선과 대비됩니다. 내전을 스스로 통제할 힘이 없는 지배층은 이미 지도력을 상실한 게 아닐까요?

원래 일을 많이 한 사람은 인기가 없다. 그보다는 적당한 때에 멋지게 산화해가는 게 명예와 인기를 위해서는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 (p225)

최고의 그리고 최후의 사무라이로 평가받는 사이코 다카모리, 유신삼걸 중 일인이었던 그는 메이지 정부를 향해 반란군을 일으켰지만 ‘근대 일본의 로망’으로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인물입니다. 당시 서구의 근대문화를 받아들이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이성적 사고가 상실감까지 해소해주진 못하니까요. 반란군의 수괴였지만 그는 끝까지 일본의 전통을 수호한 영웅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존왕양이를 지지하는 사무라이들에 의해 탄생한 메이지 정부의 방향성이 ‘양이’를 배척하자 사무라이들의 불만은 날로 거세지고 사이코 다카모리가 ‘정한론’으로 이를 타파하려 했단 점을 보아 한국인 입장에서 마냥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 번뿐인 인생 멋지게 살다간 인물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카모토 료마 편을 읽을 때도 그렇지만 제일 눈길이 가는 건 도쿠가와 막부의 마지막 장군 도쿠가와 요시노우의 결단력입니다. 저자도 말했듯 권력자는 위기가 심해질수록 더욱 강경한 수단을 써서 권력을 유지하려 하다 문자 그대로 붕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역사의 상례(p293)인데 요시노우는 기꺼이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치열한 권력투쟁 끝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인지 유신삼걸은 메이지유신이 나고 약 10년 만에 다 세상을 떠나지만, 그는 1912년까지 산다(p211)는 책 속의 구절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일본 전통과 일본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역설적이게도 일본을 ‘유럽적인 하나의 제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p260)

메이지 정부의 기틀을 닦은 오쿠보 도시미치는 앞서 말한 사이고 다카모리와 함께 유신삼걸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였던 그는 ‘이와쿠라 사절단’에 합류해 서양의 근대문명을 두 눈으로 직접 봤었는데요. 일본의 국력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체감한 그에게 여전히 사무라이의 낭만을 부르짖는 이들이 얼마나 한심했을까요.

‘서양을 배워 그보다 강한 일본을!(p282)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유지는 그대로 계승되었지만 솔직히 앞서 본 사카모토 료마나 사이고 다카모리에 비해 확실히 임팩트는 없습니다. 그저 참 열심히 일했구나, 딱 이 정도 감상밖에 들지 않네요. ‘근대 일본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그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 소설이나 드라마가 없는 이유가 납득이 됩니다. 역시 사람은 적당히 일하며 살아야 하군요.

이 책의 저자 박훈 교수님은 혹여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일본을 무시한다 해도 우리만큼은 일본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반대로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일본을 존경한다 해도 우리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다(p17)고 들어가는 글에 밝혔는데요. 무시를 하든, 존경을 하든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를 알아야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메이지 유신’을 이끈 사무라이 4인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동시대에 조선의 행보를 생각한다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지만요.

우리가 현대 일본의 유리와 현재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을 깊게 이해하려면 메이지유신에 대한 식견을 갖고 있어야 한다(p286)는 말을 기억하며 이 책을 덮습니다. 한국인이라면 꼭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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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 현대지성 클래식 31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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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 공리주의의 대표 사상가 중 한명인 존 스튜어트 밀은 벤담의 사상을 이어받아 발전시켰다. 벤담은 양적 공리주의를 표방했다면 밀은 질적 공리주의의 개념을 도입했다. 다시 말해 쾌락의 총합을 중요시 여긴 벤담과 달리 밀은 쾌락의 만족도에 주목했다. 그는 육체적 쾌락보다는 정신적 쾌락을 더 우월하게 보았으며, 이를 사회의 행복도 증진과 연관시켰다. 하지만 쾌락을 계량 가능한 수치로 변환시킨 밀의 사상은 쾌락의 정도가 수치에 잘 반영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회 구성원의 행복도가 높다면, 나도 당연히 행복하다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을까? 소외받는 소수의 쾌락을 경시하는 공리주의는 뚜렷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다 할지라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좋은 사회라 볼 수 없다. 책의 내용 자체가 많진 않은데 내가 난독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문장력이라(이건 번역의 잘못이 아님을 명시해뒀다. 밀이 잘못한거다!) 제대로 읽어냈다는 확신이 들진 않는다. 오히려 뒤에 수록된 해제와 작품 해설 덕분에 밀이 하고 싶은 말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사회 구성원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나는 나의 행복을 중요시 여기다 보니 참 잔인한 학문이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나는 소수를 배려하며 살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할 수 없는 걸 보니 점점 세상은 공리주의적 마인드가 당연해 진다는 무서운 생각도 든다. 해제와 작품 해설을 읽었으니 본문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 아마 내가 오해한 밀의 이야기가 한가득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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