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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ㅣ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노벨문학상을 자의로 거부한 작가로도 유명한 장 폴 샤르트르는 자신의 저서 ‘구토’를 통해 실존주의 철학에 상술했다. 책 제목처럼 구토증이 올라 올만큼 이해하기도 어렵고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이 책의 서술자 로캉탱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는 젊은 연구자다. 그의
일상은 무미건조하고 소위말해 ‘노잼’ 그 자체다. 물수제비를 던지며 처음 구토증을 느낀 이후 그는 일상에서 꽤 자주 역한 느낌을 받는데 그 시기가 특별히 규칙성이
있기 보단 스스로 삶의 회의를 느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인다. 회색 빛으로 가득 찬 그의 삶을 좀
더 짙은 색으로 물들게 하는 인물들을 만나지만 다들 허구로 가득차 있다. 솔직히 꽤 찌질한 인물로 보이는데
작가의 자전적 성향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스스로를 향한 회의, 혐오, 삶의 의미와 의지를 찾고자 하는 한 젊은이의 애달픔이 이 책을 유쾌하기보단 불쾌하게 만든다. 그가 구토감을 느낄 때 나는 대부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
타이밍에 왜?라는 생각부터 절로 들었으니까. 스스로를 지식인이라
치부하면서도 낙오자라 여기는 이중적인 면모에서 사회와 융합되지 못한 로캉탱의 처지를 상기시켜준다. 로캉탱이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인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왜 샤르트르가 노벨문학상을 거부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성세대, 체제에 순응하고 싶지 않은 반항아. 그런 이름을 한번쯤은 후세에 남기고 싶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책
자체가 술술 읽히는 느낌이 아니라 그의 숭고한 반항을 알아차릴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흠이지만 말이다.
그가 맺는 관계는 너무 한정적이고 그래서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독서광과의 열전, 전 애인과의 대화에서 이게 정상적인 관계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현실 속에서 이상을 찾는 척 열띈 에너지를 보여주었던 독서광의 도덕적 타락은
이상도, 현실도 속하지 못한 또다른 로캉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실존주의
철학’이라는 거창한 이름값을 해석하려 머리 아프게 싸매지 않아도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낙오자의
일기는 당대 청년들이 가진 시대의 과제를 알려준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을 때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 책인 것 같다. 세상에 낙오자가 너무 많다. 소설 속
주인공들도, 그리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