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코코 샤넬 - 그래픽으로 읽는 코코 샤넬 인포그래픽 시리즈
소피 콜린스 지음, 박성진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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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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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염세주의에 빠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내가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들에 끌려가면서 사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니까, 이런 이유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니 어쩌면 삶의 즐거움을 찾는 건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는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신은 죽었다고 설파한 니체가 삶을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어떤 답을 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느낀 개인적인 감상은, 니체는 따뜻하고 포근포근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 것 같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해주기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성과 논리로 무장하여 알려준다. 다 맞는 말이다. 너무 맞는 말인데, 그게 과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지는 의문이 든다.

 

마지막에 88만원 세대라 일컫는 젊은이들에게 니체는 이들을 동정하지 않고 돈에 연연하지 말고 온 열정을 다 바쳐 그대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하지 않을까, 외치지 않을까 저자는 말한다. 읽는 내내 니체는 욕망 있고 강한 인간을 신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예전부터 항상 의문을 가져왔다. 왜 모든 사람은 강인해야 하는가? 왜 강하지 않으면 지배받아야 하는가? 편안함과 안락함에 저항하여 진정한 자신을 이룬 사람은 추앙받아 마땅한가?

 

아무리 길어봤자 100세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 꼭 자신의 뛰어넘을 극기와 인내를 가지고 경쟁에서 이겨 고귀한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이 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책들, 아니 모든 철학자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이겨내고 삶의 의미를 찾아낼 때 삶이 완성된다고 말한다. 그 의견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른 상태에 빠지면 안 되는지, 나태의 기쁨을 누리면 금수와 다를 바 없다고 혹독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진다.

 

경쟁에서 무수히 패배하고 지독한 끈기도 없으며 나의 부족함보다는 세상의 불합리함을 외치는, 보잘것없는 소시민이라 그런지 자신을 올곧게 세우려고 노력하라는 말은 이미 하루하루가 힘든 내게 큰 위로가 되진 않는다.

 

그는 고난의 운명이야말로 한 인간이 위대한 인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절호의 조건이라고 보았습니다(p84).

 

고난의 운명 없이, 위대한 인물이 되지 않고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끊임없이 투쟁하고 싸우지 않더라도 인간은 행복할 수 없을까? 니체는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인간에게 인간답지 않다고 비난을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며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무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에게 차선이 있다면 그것은 일찍 죽는 것이다(p94).

 

손을 대는 것마다 금으로 변했다는 전설 속의 미다스 왕이 디오니소스의 시종에게 인간에게 가장 좋고 훌륭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이처럼 답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는 것부터가 이미 인간에게는 좋을 수 없는것이다. 특별한 사건 없이 일찍 죽는다면 지금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니 태어난 것부터가 죄가 되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살아가야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고통과 같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의미를 찾는다면 왜 사는지 모르는 일생을 권태롭기 보다는 호승심 가득하게 보낼 수 있지 않겠나, 정도가 지금까지 내가 니체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의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이해한 관점이다.

 

니체는 예수 그리스도와 카이사르를 종합한 인간을 초인이라 말했으며, 강한 정신력과 생명력을 지닌 초인이 되어 어떠한 고난과 고통도 혼연히 받아들이면서 현실을 긍정하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기를 바랐다(p148). 예수와 카이사르를 종합한 인간이라니, 둘 중 하나만 되기도 어렵기 그지없는데 종합이라니!!! 나처럼 야심 없고 무기력한 인간에게는 정말 무시무시한 말이다. 사는 게 힘드냐고 물어서 이 책을 읽었는데 니체의 말처럼 살기 위해선 고통이 두 배가 될 것 같다. 이 세상에는 왜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철학은 없을까. 정말 애석하기 그지없다.

 

다만 신에 관한 관점은 나와 상당히 유사해서 통쾌함을 자아냈다. 종교뿐만 아니라 한 가지 사상에 치우친 이들에게 맹렬한 비난을 가했는데 지식이 미천하여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던 내게 논리적으로 왜 신을 부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전했다.

 

종교에서 말하는 신은 사랑이다. 이들이 말하는 신에 악독함은 없다. 그런데 그런 신들이 사랑한다는 세상은 개판이다. 현실과 절대자 사이에 모순 때문에 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만 증대된다. 하지만 니체는 이런 신들을 죽였다. 거만하고 승리감에 차 의기양양해하며, 우리의 통상적인 선악 개념으로 볼 때는 악이라고 간주되는 행위도 서슴없이 행하는, 분노, 복수, 질투, 조소, 간계, 폭력, 승리와 파괴의 황홀한 열정을 알지 못하는 신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p148)고 말한다.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본능이나 욕망을 죄악시하지 않는 것들을 오히려 신성하게 여겼다.

 

예수를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에 나온 무슈킨 백작에 비유한 것은 정말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인간이 신을 만든 이유는, 특히 예수의 명성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데는 당시 지배적인 위치에 있던 고위층 유대인들과 로마인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사도 바울의 원한이 크다고 보는 시점은 새로웠다. 왜냐하면 교회에서는 가르치지 않지만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바울은 예수가 살아생전에 어떤 삶의 모습을 보였느냐가 아니라 그가 신의 아들로서 무한한 권능을 갖는다는 사실을 강조했으며, 예수를 인간이 아닌 신이자 구세주로 격상시켰다. 이와 함께 바울은 예수의 부활을 날조해냈고, 모든 사람의 관심을 이 현세에서 어떻게 잘살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최후의 심판에서 자신이 천국에 갈 수 있는가 아니면 지옥에 떨어질 것인가라는 문제로 향하게 했다(p128). 현대의 종교가 비난받은 요점을 잘 집어준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 부분을 통해 현재의 삶이 힘들 지라도 종교를 도피수단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니체의 염려를 읽었다. 종교와 지배적인 사상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없다. 살아가는데 예수의 친절함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되며 결국 주도적인 자기를 만드는 삶이야 말로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지침서라 보았다.

 

앞서 말했지만, 이 책은 안 그래도 삶이 힘든 사람에게 참 힘이 되지 않는 책이다. 삶이 힘들다 느껴지는 사람은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말하는 바람직한 삶을 위한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현재의 삶이 힘들다 하여 쉬운 길로 가선 안 된다는 점은 명확히 짚어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 허우적거리며 내가 힘들어 하는 모든 일들이 언젠가는 해결 될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서 정직함을 잃지 않는 것, 내 의지로, 나를 잃지 않는다면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대단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는 없지만 미래의 나에게 부끄럼 가득한 삶이었다 평가받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나의 힘듬에 위로 받을 수는 없지만, 아무리 힘들다할지라도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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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마음의 비밀
대니얼 리처드슨 지음, 박선령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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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은 제목처럼 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마음의 비밀, 까지는 아니고 심리학부생이라면 무난하게 배웠을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상식과는 다른 심리학적 발견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이 굉장히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인간일거라 착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심리학에 입문하게 되면 끊임없이 배우게 된다. 인간만큼 예측하기 힘든 동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쓰는 이 말도 사실 오류로 가득한 말이긴 하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밀림에 사는 치타도 물론 예측 불가능한 생명체이긴 하지만 인간도 만만치 않게 개성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기업이 야심차게 준비한 큰 프로젝트가 소비자의 기호와 불일치하는 슬픈 결

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수 없이 많은 시장조사를 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취향을 숨긴다. 이 책은 우리가 상식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상식이 아니고 심지어 상식이라 믿어온 것이 틀린 진술임을 가감 없이 기술한다. 내가 믿어온 것들이 부정당할지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책의 입문은, ‘우리의 생각이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머리 부근을 가리킬 것이다. 이것은 사실일까? 뇌 과학자가 아닌 이상에야 보통의 사람들은 알 리가 없다. 그저 막연히 뇌에서 우리의 생각이 발생하지 않나?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고 또 크게 생각해 볼 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인류에는 위대하고도 특별한 분들이 언제나 존재했고 이러한 질문에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도 꽤 많았다. 데카르트적 관점에서 보면 정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p19). 19세기 말, 과학자들은 뇌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위해 뇌세포를 착색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뉴런을 발견했다(p23) 이는 17세기 철학자 크릭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주장이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은 거대한 신경세포 집단과 그와 관련된 분자들의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p36). 지금까지 증명된 우리의 정신이 단지 세포와 분자들의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당신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의 눈은 정직할까? 2장에서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준다. 우리의 눈은 카메라처럼 정확하지 않다. 우리가 인지하는 것은 실제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p55). 다시 말해 우리가 실제로 보는 것은 눈에서 전송된 데이터보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우리는 주변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신한다(p66). 우리는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p66)”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자신이 본 것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바꿀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수사학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예술이라고 했다. 세밀하게 조율된 우아한 논증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p70). 하지만 정말 그럴까? 화려한 언변과 수치가 명확한 통계자료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의 신념을 바꿀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당연히 아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의견은 사실을 뛰어넘기 때문이다(p74). 그렇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가 성행할 수 있기도 하다. 이 실험은 인지부조화이론의 창시가 되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5IxBD1W9yg0

 

하지만 사람은 의외로 쉽게 속아 넘어가기도 하는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이다(p90).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이 누군지 잘 모르며,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라고 낙인시켜주면 자신이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당신의 생각은 이미 바뀌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p95).

 

비가 갠 후 맑은 하늘을 바라볼 때 보이는 무지개의 색깔은 몇 개인가? 그리고 무지개의 색깔도 빨, , , , , , 보의 순서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무지개에 대한 이런 믿음을 갖게 된 것일까? 정답은 17세기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무지개에는 일곱 가지 색이 있다고 독단적으로 결정했고, 그 이후 우리는 그가 제시한 답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왜일까? 단순한 이유다. 7은 좋은 숫자라서 그렇다(p106). 한마디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이다(p107). 어른이라면 당연히 무지개가 일곱 가지 색상으로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그 배경을 들어보니 조금 어처구니가 없긴 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일곱 가지 색을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강아지도 그럴까? 하늘을 새도 그럴까? 그들이 보는 세상과 우리가 보는 세상이 일치할까? 이 역시 아니다. 인간은 빨간색, 녹색, 파란색을 구분할 수 있는 삼색시각을 가졌으며 새는 한 가지를 더한 사색시각을 가졌다.

 

 

인간은 삼색시자임에도 서로 같은 사진을 보고도 다른 색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에서 한참 논란이 되었던 그 문제의 드레스인데, ‘흰색과 금색인지 파란색과 검은색인지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가 모두 같은 색을 보는 지에 대한 여부는 객관적인 빛의 파장뿐만 아니라 그 색이 드러나는 전후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우리 뇌는 사물을 별도의 절댓값으로 인식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추측하고 해석하기 때문이다(p122).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드레스의 색깔이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세상을 조금 씩 다르게 경험하기 때문인데, 아침에 언제 일어나는가와 같은 사소한 차이가 평생 동안 경험하는 환경광에 영향을 주고 이는 같은 드레스사진을 보고 옆에 앉은 사람과 완전히 다른 색으로 인지할 수도 있게 한다.

 

당신은 남들과 어떻게 다른가? 남들과 다르게 타고난 천성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는가? 실험이나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 그들이 처한 상황이 아니라 성격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p212). 나치에 복종한 독일인을 설명할 때 그들이 유독 복종적이고 잔인한 사람들이 많아서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거라는 주장도 있다. 밀 그램은 사람들이 명령에 저항하도록 고안된 실험 하나를 진행했는데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p215). 

 

https://www.youtube.com/watch?v=v0yOnnGW3jU

  

밀 그램은 이 실험을 통해 중간 정도 크기의 미국 도시에는 유대인 대학살과 비슷한 사건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덕분에 유대인 대학살이 인간의 성격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명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독일인의 성격에 남다른 뭔가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강요받은 것이다(p219).

 

당신의 기억은 정확한가? 당장 어제의 일도 가물가물 하지만 임팩트 있는 큰 사건이 있던 날의 기억만큼은 어느 정도 선명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kiTocl7dY

 

하지만 여전히 당신은 당신을 믿을 수 있는가? 기억 왜곡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생긴다(p253). 이는 우리가 몽상가여서가 아니다. 단지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이 그러하기 때문이다(p256).

 

인간의 생각은 단지 거대한 신경세포 집단과 분자들의 움직임일 뿐이며, 인간의 눈은 카메라에 비하면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며, 확고할 것 같던 생각도 의외로 쉽게 귀가 팔랑거리기도 하고, 오만한 편견에 빠져있으며 기억력까지도 오락가락한.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하자 투성이다. 지금까지 심리학이 발전하지 못한데 에는 상식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확고해 우리 자신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p260). 하지만 당신이 믿고 있는 상식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닐 수 있으며, 인간이 너무 쓸모없는 존재처럼 여겨져 낙담할 필요도 없다. 인간의 마음은 진실과 정확성보다 의미를 추구할 뿐이다(p262).

 

개인적으로 이 책이 아쉬운 건 교양서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술술 읽히는 게 아니라 생각보다 말이 너무 어렵다. 어떤 부분에선 전공 책이 더 쉽게 느껴지는데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문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사람들이 좀 복잡하게 느끼는 부분에선 좀 더 친절한 그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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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지키다
오사 게렌발 지음, 이유진 옮김 / 우리나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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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 게렌발의 시간을 지키다의 첫 인상은 구질구질이었다. 책의 색감도 어둡고 표지의 주인공은 우중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책을 선택했다면 절대 읽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2017년 스웨덴 만화협회 유르훈덴상 수상작이란 반짝이는 스티커도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달 독서 모임 선정 작품이었기에 마뜩잖은 마음을 뒤로한 채 읽었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예상했듯이 이 책의 내용은 우울하고 암울했으며 슬펐다.

 

  

나는 시간이 가는 게 정말 좋다. 아팠던 일들에서 날마다 조금씩 멀어지니까.

나는 시간이 가는 게 정말 좋다. 날마다 한 걸음씩 죽음에 다가가니까 (p8).

 

시간이 흘러간다는 건 주인공에게 있어 아팠던 과거와 멀어지는 동시에 세상의 끝을 의미한다. 좋다는 걸까 두렵다는 걸까. 한 편으로는 좋고 한 편으로는 싫다는 이중적인 감정이 시간의 흐름을 통해 단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다.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자신이 떠난 후 남은 사람들의 슬픔부터 걱정하는, 살아가는 이유가 자신이 아니라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엄마한테 가장 큰 관심사는 너희거든! 너희만큼 관심이 가는 건 없어! (p17)

 

주인공에게는 아이들이 세상의 전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일 수가 없다. 비록 주인공의 관심사가 오랜 시간 자신의 부모님이었을지라도, 이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자식이 부모님을 받아들이고, 부모님 생각이 어떤지 이해하고, 부모님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생각해보기, 도대체 내 부모는 그런 사람들이었는지(p19)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는 건 보통은 자식들의 일이 아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하지만 주인공의 삶은 부모의 무관심으로 일관되었다.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는 걸 안다. 계속 나아갔어야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기한이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는 것도.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로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다 (p21).

 

현실의 시간에서는 철두철미하지만, 주인공의 감정의 시간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제 그만 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젠 지난 일이니까 그만 놓아줘야 한다는 것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내 맘대로 되는가. 떨쳐내고 싶지만, 끝끝내 떨쳐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괴로운 건 이 문제가 언제까지나 내 마음의 짐이 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놓지 못하는 내 자신이다. 주인공에게 부모란, 그런 존재다.

 

스톡홀롬에 십 년 넘게 살고 있는데도 단 한 번도 주인공을 찾지 않은 그녀의 아빠는 친구들과의 여행을 위해 스톡홀롬을 찾는다. 뮤지컬과 축구, 경마장에 갈 겨를이 있어도 주인공을 보러 갈 여유는 없다. 자신을 만나는 것을 꺼리는 아빠의 반응에도 주인공은 나같이 힘든 딸이 생긴 불운이 아빠 잘못은 아니었다(p29)며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그녀의 일기는 솔직했다. 그날 그녀의 일기에는 자살하고 싶다고 쓰여 있다(p38).

 

아이슬란드에서 열리는 만화전시회에서 만난 그녀의 남편 비엔과의 인연은 오묘하게 들어맞았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환영하고 부족함을 채워주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주인공은 늘 자신이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는 방해물이라는 느낌이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늘 허전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산 그들의 인연은 스무 살이 아닌 서른 살이었기에 사랑이 시작될 수 있었다. 사랑에는 타이밍이 있다는 것. 그 사랑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주인공은 썩 나쁜 인생을 살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놓지 못했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거슬리는 그것을.

 

주인공의 아빠는 다른 집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자신이 손주를 안겨준다면 아빠에게 인정받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좋은 할아버지가 되지 않았다.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서랍 속에서 그동안 현상해서 보냈던 사진들이 모두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녀는 자신의 집과 작별인사를 고했다(p84).

 

아빠는 단체 여행으로 태국에 갈 수 있고, 골프 여행으로 스페인에도 갈 수 있고, 축구 여행으로 잉글랜드에도 갈 수 있어. 비행기로 전 세계를, 원한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구. 하지만 우리를 보러 오려고 카트리네홀름에서 빨간 신호등을 둘씩이나 지나는 일은 무척이나 버거운 일이지 (p88).

 

주인공은 자신의 집과 작별을 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손주들을 가족으로 엮는 일은 아직도 포기하지 못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을 테다. 하지만 시도했고, 또 시도했고, 또 시도했다.

 

어떻게든 그녀의 아빠를 1224일에 자신의 집에 오시게 하려는 주인공의 피나는 노력은 눈물겨울 지경이었다. 고작 눈이 많이 와서 오지 못할 것 같다는 아빠의 변명에 38년 동안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했다. 그리고 24,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녀의 아빠는 왔다.

 

아빠가 수년 동안 어땠는지 아세요? 아빠에게는 늘 저보다 아빠 형제자매들이 더 중요했어요. 제가 아빠 형제자매들이나 그쪽 자식들 중 누구랑 싸우기라도 하면, 아빠는 늘 그쪽 편을 들고 제 편은 안 들어줬잖아요! 아빠는 제 편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요! (p143)

 

그러니까 너는 이제 나와 연락하고 싶지 않다는 거구나. 그러니까 의절하자는 거지? (p144)

 

부녀의 관계는 끊임없는 평행선이었다. 절대 만날 수 없는 관계.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났다. 두 달이 지나고, 석 달이 지나고, 반년이 지났다. 가을이 오고 다시 크리스마스가 왔다.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책임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그녀의 불안감은 끝이 났다. 그리고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p155).

 

그녀의 이름 오사. 석벽처럼 굳건한 책임감 많은 아이다. 그녀는 늘 혼자였고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연약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용감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다 (p184).

 

이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슴이 찡했다. 읽는 내내 주인공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 때 그녀를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분명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환경이 그녀를 애정 결핍으로 만들었고 그녀는 불행했다.

지금 그녀는 든든한 남편과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 시간은 여전히 곱씹고 곱씹을 만큼 남 부러울 것 없는 그녀의 삶에 남겨진 큰 상처다. 그리고 이 상처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를 단순히 가정에만 한정한다면 어쩌면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놓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놓는다 하더라도 후회할 그런 것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 한두 개쯤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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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치 - 마음을 훔치는 기술
바네사 반 에드워즈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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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평생 풀 수 없는 숙제와 같다. 오죽하면 한때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에서 우리의 모든 고민은 사람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단언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사회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기왕이면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타인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일치하는 현상은 정말 기적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개체가 상대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않는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능한 잘 지낼 방법을 알고 싶었고, ‘마음을 훔치는 기술캣치는 그 비법을 알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때는 아싸 그 자체였던 저자 바네사가 인싸가 될 수 있었던 비법을 축약한 이 책을 그대로 적용하고 따라 한다면 당신은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환영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싸가 되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엄청난 노력과 세밀한 관찰력,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어야 한다. 이러한 선행조건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고서야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우리 모두 명문대에 가기 위해선 교과서 위주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진부한 진리를 알고 있지만 실천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몰라서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마음을 훔치는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선 철저한 교과서 예습 복습보다 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인간관계에 너무 무관심한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책의 처음은 나의 PQ지수를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PQ지수는 정치지능으로, 대인관계 능력을 측정해 볼 수 있는데 20문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난 고작 8개를 맞췄다. 반타작도 못 했다는 것에 상당히 절망하며 역시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가, 기가 죽었지만, 다행스럽게도 51~100점 범위는 대부분의 사람이 속하는 점수대로 그럭저럭 평범한 사람은 된다는 것에 안도했다.

 

 

이 책은 관계를 맺을 때 내가 유리하게 판을 짤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사교 모임에 갔을 때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하며 상대방에게 흥미를 이끌어야 하는지, 첫인상을 강렬하게 만들 수 있는 법은 무엇인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예시를 들며, 장마다 도전과제를 준다. 평소 무심코 하는 진부한 안부 인사도 어떻게 바꿔서 해야 하는지 알려주어 스파크를 튀길 수 있도록 팁도 준다. (p67)

  

 

다 좋다. 정말 좋은 팁들이다. 하지만, 내가 진단하는 나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타인에 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타인이 나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고 그만큼 타인도 내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니 대화에 있어 상당히 소극적이게 되고, 바네사가 만났던 전직 패션모델 제네비브에 상당히 공감했다 (p88). 바네바가 표현한 제네비브는 차분하고 밝은 기운에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었지만,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질문을 받으면 웃으며 재빨리 대답하고 와인 한 모금을 홀짝였다고 한다. 그리고 수십 번도 더 만났던 사람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제네비브가 불평을 했을 때 놀랄 일이 아니며, 사람들이 제네비브를 기억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혹평을 한다. 차분하고 밝은 기운에 남을 배려했는데,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 훌륭한 청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듣느냐가 아니라 들은 것에 어떻게 반응하냐의 문제(p89)라고 말하는데, 난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뒤의 내용과 유기적으로 이어지긴 하겠지만 이 에피소드에서 제네비브가 어떻게 반응해야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없다는 건 아쉽다. 왜냐면 이 부분이 내가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성인이 되고 나서 사람들은 타인의 약점을 지적하지 않는다. 자신도 약점이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지 다른 사람을 내 입맛대로 바꾸고자 하는 건 내 욕심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은 상당히 솔직한데 멘토링을 할 때면 아이들에게 자주 듣는 지적이 내 리액션에 영혼이 없다는 것이다. 칭찬을 해줘도, 축하를 해줘도, “와 영혼 1도 없음을 노래처럼 부르고 다닌다. 지금은 약간 놀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난 최선을 다해서 웃었고, 감정을 끌어올렸는데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사무적으로 느끼나 보다. 솔직히 그 말을 들을 때면 작은 부분이라도 아이들의 장점을 찾아 말해줄 필요성을 상실하기도 하고 - 왜냐하면 평소에 딱히 타인의 장점을 찾으려 노력하며 살지 않는다이게 내 성격인데 어쩌라고, 라는 반발심이 들기도 한다. 그래, 이건 내 성격이다. 책 중반부에 빅파이브 성격검사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의 외향성은 상당히 낮다. 사람을 귀찮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추구하며 사람이 많으면 기가 빨린다. 이런 내가 다른 사람과 나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대화하고, 그들의 표정을 살피며 해석한다고? 보편적인 미세표정을 읽어내며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을 만큼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여기서부터 나와 책의 괴리감이 생겼다. 내 성격이 좋지 않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에게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봐야 하는 건 더 끔찍하다.

 

나는 타고난 리더형도 아니고, 자기 앞가림하는 걸 지상 최대의 과제로 여기는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의 숨겨진 마음을 읽으려는 의지가 없으니 아무리 좋은 기술도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바네사가 풀어낸 대화법은 유익했다. 나의 삶을 이끄는 기본가치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데, 상대의 기본가치를 알면 그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기본가치를 숨긴다.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는데, 또 나 같이 삐뚤어진 사람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도 끝까지 모른 척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본인이 원하는 기본가치와 타인이 바라본 기본가치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길 원하지만, 3자의 눈으로 봤을 땐 무능해 보일 때.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을 곧 죽어도 안 한다. 이것도 심리학과 가서 많이 유해진 편이니..... 이쯤 되면 나같이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간은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는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이런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가치를 찾아내고,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훔치는 방법(p193)을 여전히 탐구하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을 훔친다는 건 이런 것이다. 자랑, 성취, 업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감명을 줄 수 없다. 진심으로 다가가 정신적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 (p195).

 

이 부분은 캣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것들을 배려라고 생각한다. , 다른 사람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찾아 만족시켜 주는 것. 그 과정에서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데,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 가. 나는 그게 절대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자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동지침을 적어주었다는 점이다. 바뀌려는 의지만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당신은 변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행동해야 갰다는 생각만 해도 온 몸이 피곤해진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평범한 이야기를 끝내주는 이야기로 바꾸는 기술, 즉 내가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구조화시켜 적어준 건 정말 획기적이었다. 이 틀에 끼어 맞춘다면 어느 정도 입담은 보장될 것이다. 이러한 3단계 스토리텔링 기법과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허당미. 사람과의 대화가 어렵다면 이 방법을 내가 알고 있는 이슈에 적용해 체화시키면 될 것이다. 그런데 점점 씁쓸해진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 싶은가? 나의 답은 부정이다. 나도 안다. 말하는 족족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며 초를 치는 건 마치 공부는 잘하고 싶은데 공부가 하기 싫다며 징징거리는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보인다는 걸.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 이렇게까지 인위적 개입이 필요하다면 나는 그 사람을 만나지 않는 법을 택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나와 정말 잘 맞는 사람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만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흐르고 즐겁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정말 유익하고 좋은 내용도 많이 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이렇게까지 처절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마뜩잖을 뿐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배울수록 서로 상처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관계가 얼마나 진실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다만 약점이 매력으로 바뀌는 대화법은 꼭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p227). 요즘 드는 생각인데 어른이 될수록 틀렸을 때 솔직하게 고백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해야지 수백 번 수천 번 마음을 먹지만 생각처럼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 모르는 걸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나만 왠지 상식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여서 꺼려진다. 꼭 최고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무지보다는 허세를 부끄럽게 여기며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그런 사람이 된다면 우리는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TMI지만 빅뱅의 우주론을 부정하고 정상우주론을 주장했지만, 훗날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빅뱅 우주론의 부족 부분을 채운 프레드 호일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인간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그렘린 - 설명할 수 없는 문제나 실수의 이유가 된다고 여겨지는 상상 속의 말꾸러기 요정- (p234)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렘린은 상대가 나를 못 알아보거나, 받아주지 않을 때 발생하는데 상대에게 내가 알고 있다는 걸, 받아들인다는 걸 받아주면 공포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 (p241). 그렘린에 빠진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p244), 그가 공포와 멀어졌을 때 문제점을 대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p245) 상대는 화를 누그러뜨리며 공포심을 덜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공포에 빠진 상대를 공감 전략을 통해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렘린이 너무 심한 사람에게 우리의 에너지를 쓸 가치가 없으며 아니오라고 말하라는 조언은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 그대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p255).

 

꼭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행복해지기 위해 내가 받았을 때 기분 좋은 것을 상대에게 해준다면 세상의 갈등은 반으로 줄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이 나올 만큼 슬픈 세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코칭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기에, 인간관계가 너무 고민이 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귀찮다면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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