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마음의 비밀
대니얼 리처드슨 지음, 박선령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내용은 제목처럼 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마음의 비밀, 까지는 아니고 심리학부생이라면 무난하게 배웠을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상식과는 다른 심리학적 발견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이 굉장히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인간일거라 착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심리학에 입문하게 되면 끊임없이 배우게 된다. 인간만큼 예측하기 힘든 동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쓰는 이 말도 사실 오류로 가득한 말이긴 하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밀림에 사는 치타도 물론 예측 불가능한 생명체이긴 하지만 인간도 만만치 않게 개성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기업이 야심차게 준비한 큰 프로젝트가 소비자의 기호와 불일치하는 슬픈 결

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수 없이 많은 시장조사를 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취향을 숨긴다. 이 책은 우리가 상식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상식이 아니고 심지어 상식이라 믿어온 것이 틀린 진술임을 가감 없이 기술한다. 내가 믿어온 것들이 부정당할지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책의 입문은, ‘우리의 생각이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머리 부근을 가리킬 것이다. 이것은 사실일까? 뇌 과학자가 아닌 이상에야 보통의 사람들은 알 리가 없다. 그저 막연히 뇌에서 우리의 생각이 발생하지 않나?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고 또 크게 생각해 볼 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인류에는 위대하고도 특별한 분들이 언제나 존재했고 이러한 질문에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도 꽤 많았다. 데카르트적 관점에서 보면 정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p19). 19세기 말, 과학자들은 뇌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위해 뇌세포를 착색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뉴런을 발견했다(p23) 이는 17세기 철학자 크릭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주장이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은 거대한 신경세포 집단과 그와 관련된 분자들의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p36). 지금까지 증명된 우리의 정신이 단지 세포와 분자들의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당신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의 눈은 정직할까? 2장에서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준다. 우리의 눈은 카메라처럼 정확하지 않다. 우리가 인지하는 것은 실제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p55). 다시 말해 우리가 실제로 보는 것은 눈에서 전송된 데이터보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우리는 주변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신한다(p66). 우리는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p66)”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자신이 본 것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바꿀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수사학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예술이라고 했다. 세밀하게 조율된 우아한 논증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p70). 하지만 정말 그럴까? 화려한 언변과 수치가 명확한 통계자료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의 신념을 바꿀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당연히 아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의견은 사실을 뛰어넘기 때문이다(p74). 그렇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가 성행할 수 있기도 하다. 이 실험은 인지부조화이론의 창시가 되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5IxBD1W9yg0

 

하지만 사람은 의외로 쉽게 속아 넘어가기도 하는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이다(p90).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이 누군지 잘 모르며,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라고 낙인시켜주면 자신이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당신의 생각은 이미 바뀌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p95).

 

비가 갠 후 맑은 하늘을 바라볼 때 보이는 무지개의 색깔은 몇 개인가? 그리고 무지개의 색깔도 빨, , , , , , 보의 순서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무지개에 대한 이런 믿음을 갖게 된 것일까? 정답은 17세기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무지개에는 일곱 가지 색이 있다고 독단적으로 결정했고, 그 이후 우리는 그가 제시한 답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왜일까? 단순한 이유다. 7은 좋은 숫자라서 그렇다(p106). 한마디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이다(p107). 어른이라면 당연히 무지개가 일곱 가지 색상으로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그 배경을 들어보니 조금 어처구니가 없긴 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일곱 가지 색을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강아지도 그럴까? 하늘을 새도 그럴까? 그들이 보는 세상과 우리가 보는 세상이 일치할까? 이 역시 아니다. 인간은 빨간색, 녹색, 파란색을 구분할 수 있는 삼색시각을 가졌으며 새는 한 가지를 더한 사색시각을 가졌다.

 

 

인간은 삼색시자임에도 서로 같은 사진을 보고도 다른 색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에서 한참 논란이 되었던 그 문제의 드레스인데, ‘흰색과 금색인지 파란색과 검은색인지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가 모두 같은 색을 보는 지에 대한 여부는 객관적인 빛의 파장뿐만 아니라 그 색이 드러나는 전후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우리 뇌는 사물을 별도의 절댓값으로 인식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추측하고 해석하기 때문이다(p122).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드레스의 색깔이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세상을 조금 씩 다르게 경험하기 때문인데, 아침에 언제 일어나는가와 같은 사소한 차이가 평생 동안 경험하는 환경광에 영향을 주고 이는 같은 드레스사진을 보고 옆에 앉은 사람과 완전히 다른 색으로 인지할 수도 있게 한다.

 

당신은 남들과 어떻게 다른가? 남들과 다르게 타고난 천성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는가? 실험이나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 그들이 처한 상황이 아니라 성격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p212). 나치에 복종한 독일인을 설명할 때 그들이 유독 복종적이고 잔인한 사람들이 많아서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거라는 주장도 있다. 밀 그램은 사람들이 명령에 저항하도록 고안된 실험 하나를 진행했는데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p215). 

 

https://www.youtube.com/watch?v=v0yOnnGW3jU

  

밀 그램은 이 실험을 통해 중간 정도 크기의 미국 도시에는 유대인 대학살과 비슷한 사건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덕분에 유대인 대학살이 인간의 성격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명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독일인의 성격에 남다른 뭔가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강요받은 것이다(p219).

 

당신의 기억은 정확한가? 당장 어제의 일도 가물가물 하지만 임팩트 있는 큰 사건이 있던 날의 기억만큼은 어느 정도 선명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kiTocl7dY

 

하지만 여전히 당신은 당신을 믿을 수 있는가? 기억 왜곡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생긴다(p253). 이는 우리가 몽상가여서가 아니다. 단지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이 그러하기 때문이다(p256).

 

인간의 생각은 단지 거대한 신경세포 집단과 분자들의 움직임일 뿐이며, 인간의 눈은 카메라에 비하면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며, 확고할 것 같던 생각도 의외로 쉽게 귀가 팔랑거리기도 하고, 오만한 편견에 빠져있으며 기억력까지도 오락가락한.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하자 투성이다. 지금까지 심리학이 발전하지 못한데 에는 상식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확고해 우리 자신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p260). 하지만 당신이 믿고 있는 상식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닐 수 있으며, 인간이 너무 쓸모없는 존재처럼 여겨져 낙담할 필요도 없다. 인간의 마음은 진실과 정확성보다 의미를 추구할 뿐이다(p262).

 

개인적으로 이 책이 아쉬운 건 교양서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술술 읽히는 게 아니라 생각보다 말이 너무 어렵다. 어떤 부분에선 전공 책이 더 쉽게 느껴지는데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문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사람들이 좀 복잡하게 느끼는 부분에선 좀 더 친절한 그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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