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5 - 1
신아인 지음 / 아이웰콘텐츠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감성역사 장편소설 [1535]는 사실과 허구로 이루어진 약간은 특별한 케이스에 속하는 소설이었다. 책 속에서 나오는 일본과의 심리싸움과 두뇌싸움도 그 부분에 학 몫을 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역사에서는 일본에게 식민지를 빼앗기면서 많은 고통과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주지 않고 오히려 한일단이 일본을 발아래 두고 있다는 점이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이것 뿐만 아니라 박영수가 운영하는 경성 대장간을 통해 서울 곳곳에 지하 통로에 대한 비밀스런 장소가 존재한다는 점이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친일귀족의 아들 정민석은 자신의 운명을 태어나서부터 받아들이게 되지만 겉모습과 속마음은 전혀 다른 인물로 보여 진다. 일본의 피가 흐르는 아내를 맞이하게 되면서도 정작 사랑과 가정은 그 존재성이 희미하다. 그의 아내 미유키는 일본의 귀족 출신으로 나라를 위해 정민석과 결혼을 했지만 에 항상 메말라 하면서 기댈 곳은 정민석 뿐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어쩌면 살아가는 삶이 무의미하다고 봐야 옳은 처세인 듯 하다. 그런데 그녀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정민석은 동창 서혜림에게 사랑을 주고 미유키는 정민석을 원수로 생각하는 이무영에게 알 수 없는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조금씩 끌림을 받는다. 이무영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해버린 일본에 대한 악감정으로 정민석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한번 거둔 정민석에게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편 정민석은 자신을 죽이려는 이무영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면서 비록 친일파의 우두머리가 되지만 피는 여전히 한국의 혈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한일단을 도와주는 일은 크게 충격적인 사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정민석이 한일단을 도와주기 위해 계획되었던 일이었다면 작가의 주도면밀한 소설의 구성은 그 튼튼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 이 부분에서 글쟁이 이수찬을 통해 모든 한일단 식구들에게 시를 통해 알리는 신문의 내용은 그 기발함과 재미, 그리고 그 뒷 이야기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시원스러우면서도 그 스케일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박진감도 넘치기도 하다. 정민석을 암살하려는 일본과 정민석을 애워싸는 한일단의 역할을 살펴보면 우리의 역사와는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만큼 작가의 상상력이 무한대이며 문장에서 그 튼실함을 볼 수 있다. 각 역할이 확실하게 정해져 버린 주인공과 조연들은 감성상태나 생각, 느낌이 모두 다르고 정확하다. 그렇기에 그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함을 엿 볼 수 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1535’가 과연 무슨 뜻인가에 골똘히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알 수가 없었는데 작가는 ‘1535’가 쇠를 녹이는 온도가 1,535도라는 점에서 그 쇠를 녹이는 장소 즉, 대장간이 한일단의 회의 장소이자 일본을 바닥에 놓이게 할 수 있는 그 첫걸음의 장소로 꼽고 있는 듯 했다. 끝맺음이 어떻든 이 책에서 짜여지는 각본에 의한, 일본에 대한 억울함을 어느 정도 해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사그라 들었다. 정민석의 행동과 생각과 감정을 보면 뇌에 박혀 있던 그 고정관념은 어느새 양성평등을 바라보고 있다. 친일파에 속하고 있었다.

결코 웃을 수 없지만 미소를 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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