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워커의 책장 - 나와 내 일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책의 힘
김윤수 지음 / 파지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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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밥줄을 만들어내는 삶

김윤수, 프리워커의 책장(파지트, 2023)

 

나를 브랜딩하는 건 나의 몫이다!

프리워커를 향한 스물여덟 권의 발판들

 

프리랜서와 프리워커의 차이는 무엇인가. 저자는 회사에서 일을 받아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프리랜서라 칭하고, 자신이 스스로 브랜딩화한 것을 세일즈까지 하는 사람을 프리워커라고 칭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프리워커의 삶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모든 것으로 돈을 벌 수 있으며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 사람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다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을 대 프리워커의 시대라고 부를수도 있겠다.

나 역시 많은 돈을 벌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이 둘 사이의 교점을 찾아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거란 생각도 한다. 하지만 저 둘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달콤한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차별화와 능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나와 같은 예비 프리워커들에게 책을 통해 먼저 조언하려 한다. 스물여덟 권의 책을 통해 예비 프리워커에게 노하우를 전하고 프리워커의 브랜드 관리와 전략 관리, 자기 관리 방법을 전수하며 프리워커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책 또한 동시에 추천한다.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현직에 나가본 사람의 글을 읽으며 프리워커의 세계는 어떤지 먼저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마음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 일어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 우리가 아무리 걱정해도 해결 되지 않을 일, 감정이 정리되지 않고 마음과 머리만 분주해지는 일, 대부분 하나는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 일 때문에 우리 마음이 지옥이 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살면 좋겠습니다.”

걱정이 많아 걱정인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중에서

 

저자는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데일 카네기, 임상훈 옮김, 현대지성, 2021)을 읽고 걱정이 많아 걱정인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을 썼다. 프리워커로서 어떻게 커리어를 쌓고 발판을 만들고 하는 것도 분명 크게 필요한 것이지만, 1인 사업가로서 자기 자신의 멘탈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4장인 자기 관리 부분의 비중을 책에서 많이 잡았는데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본인을 관리하고 스스로 다잡아야 하기 때문인 건 아닐까.

미래는 정말 모르겠지만, 이런 책들을 읽으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틀린 건 아닐 거라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에 도움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미래의 기초를 프리워커의 책장으로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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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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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의 새로운 단행본 시리즈 『SF 보다ㅡVol. 1 얼음』의 가제본을 운이 좋게도 읽어보게 되었다.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두었기에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주 작고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옷 안으로 들어간 것만 같았다. 처음엔 살을 긁듯 독자를 사로잡지만, 읽을수록 얼음을 가까이 두게 된 나의 온도를 생각하게 된다. 투명한 얼음 같은 작품을 들여다보며 나는 녹일 수 있고 깨트릴 수 있고 손을 차갑게 해서 최대한 느리게 녹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은 그저 얼음처럼 투명하게 품을 연다. 다양한 각도에서 얼음의 형태와 질감 등을 관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얼어붙은 이야기」 / 곽재식

"인생이 길지 않잖아요. 수십억 년 된 행성과 별들이 지내오는 시간에 비하면 백 년쯤은 잠깐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그나마 넓디넓은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수십억 명이나 되는 사람 사이에 부대끼며 보내는 삶이거든요. 그런데도 그게 굉장히 귀중하다는 생각은 또 있어요. 아까 우리가 이야기했던 대로, 이런 삶 하나를 위해 은하계 몇 개를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얼어붙은 이야기」 / 곽재식

화자는 자신을 소설의 등장인물이라 소개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상황은 트럭에 치이기 전 시공간이 멈추고 외계인 "생사귀"가 등장해 화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화자가 어떤 상황인지 "생사귀"에게 전달하며 소설 초반에 제시한 떡밥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독자를 향해 농담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소설은 화자가 삶의 대부분을 알고 있다는 말을 의식적으로 하며 독자의 상상을 제한한다. 제목처럼 이야기를 얼어붙게 하는 작가는 제한된 이야기가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관해 말하려고 이러한 방식으로 소설을 쓴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읽다 보면 작가가 만든 길을 의심할 새도 없이 이끌려 가게 된다.

「채빙」 / 구병모

그리고 사한도 현명도 아닌 이것을 망설임 없이 폐기하기를. 혹여 당신들의 후속 연구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만으로 나를 이 진절머리 나는 세상에 붙들어놓지 말기를. 공허한 단어와 무용한 진실들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주기를.

「채빙」 / 구병모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얼음이 녹으며 인류는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고, 남은 인류는 물에 잠긴 현대 문명을 뒤로하고 다시 기술이 없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채빙을 하러 온 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존재로, 배경지식은 있고 생각은 가능하지만,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 채 수호신처럼 사한 또는 현명으로 불리며 추앙받는다.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가 자신을 규정하려 하고 그것을 오랜 시간 견뎌온 존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질적인 아름다움이 아닐지 생각했다. 이질적인 아름다움이란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라져도 마음 한편에서는 자리하고 있는, 냉동실 속 작은 눈사람 같은 것.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두 소설은 가장 먼저 나오는 두 소설이기에 먼저 소개해 보았다. 나머지 소설들도 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해서 많은 독자들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선보이는 투명한 얼음을 자신의 방식으로 쥐고 느끼고 관찰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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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3.3 - Vol.105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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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문예지나 생활 잡지는 즐겨 읽었으나, 문화전문지를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펼쳤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생소했던 문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고 현재 화두가 되는 문화 소식을 알 수 있어서 의외였다.

3월 호의 테마는 '베를린'이다. 나에게 독일이란 물론 문학과 여러 문화의 중심이 되는 도시이자 맥주와 소시지가 맛있는 그런··· 느낌의 도시였다. 그러나 이번 호에서 다루는 베를린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매년 2월마다 베를린영화제가 열리며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세계적인 무용 페스티벌 탄츠올림프와 수많은 박물관을 자랑하는 중심지임을 알게 되었다.

쿨투라 편집부는 올해 2월 베를린으로 가서 답사를 했다고 한다. 그들이 직접 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뜨겁고 활기참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제, 필하모닉, 탄츠올림프 등 문화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힘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는 게 놀랍고 기쁘기도 했다.

잡지의 시작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으로 시작한다. 평소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관심 있게 보기도 한 나로서는 아는 게 나와서 관심이 더 끌리기도 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전시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특히 공감되면서도 지금 '현재'에 맞는 목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여기서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의 바운더리 안에는 무엇을 포함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설치미술을 통해 극사실주의 표현으로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 불편함은 자신에게 향하는 불편함일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우리이길 반대하는지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내겐 그의 작품 중, 특히 《ALL》 이란 작품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빨간 카펫 위에 흰 대리석을 바닥에 누이듯 설치한 아홉 개의 조각이 있다. 이 조각은 시체를 천으로 덮어둔 것과 흡사하다. 여기서 우리는 아홉 '구'라고 말할 수 있으나 자신도 모르게 아홉 '개'라고 말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바깥으로 제외되는 무엇은 누구인가? 강수미 교수는 히틀러, 노숙자, 좀도둑, 범법자와 공동체를 이룰 수 있겠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정치적 올바름과 지성, 인권·동물권·식물권 등 높은 사회적 감수성과 윤리의식을 지닌다고 한들, 막상 본인에게 닥쳤을 때는 선뜻 그들을 '우리' 바깥으로 내몰고 밀어내고 싶어 한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누구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시간이지 않을까.

쿨투라를 읽으며 놀랐던 점은 이 두 가지였다. 문학 신인상을 열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시를 쓰니까 모를 수밖에 없나. 아무튼, 운이 좋게도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과 심사평을 볼 수 있었다. 이준상 씨의 소설은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차가웠다.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셔서 그런지 몰라도 외국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국내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아서 좋기도 하였다.

다음으로는 무용 리뷰다. 무용 리뷰는 살면서 처음 보기에 신기하고 멋졌다. 몸짓을 리뷰한다는 것은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영원한 잔상으로 남겨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잔상을 오래 더듬으며 어렴풋이 기억을 넘나드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그런 방식의 언어여서 리프레시 되는 느낌도 있었다.

생각보다 문화전문지는 재밌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튜브로 모든 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지금, 언어로 구현된 보다 정확한 리뷰를 읽으며 그곳을 상상하고 현장을 느낄 수 있음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쿨투라의 잡지를 계속해서 읽어보고 싶다. 쿨투라를 통해 알려진 문화를, 더 다양하고 재밌는 문화를 언젠가 주변 사람들과 일상 소식처럼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본 리뷰는 월간 문화전문지 『CULTURA』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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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연인들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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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장소가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방이 없는 아이가 식탁에 천을 깔고 식탁 아래에 터를 잡아 방이라고 불렀을 때 아이는 방을 공간이 아닌 장소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처럼 감정에 기반한 공간을 장소라고 부를 수 있다면 연인들은 무수히 많은 장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장소는 영원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풍화되는 기억처럼 무너지거나 견고해지는 장소가 있을 것이다. 『장소의 연인들』의 저자인 이광호는 사랑을 기반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연인들을 주체로 두고 그들이 어떤 특수성을 장소에 부여하는지, 특수성의 지속은 얼마나 짧은 순간으로 남는지를 살펴본다. 

『장소의 연인들』은 연인들의 장소는 지도에 그려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연인들의 시간이 장소를 어떻게 발명하고 변화하는지 탐색해나간다. 저자는 연인과 장소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개념적 연구와 소설 텍스트를 빌려 연인들의 장소를 분석하고 (본인 서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각 내용마다 연인을 배치하여 장소에서 연인들이 어떻게 그들의 장소를 만들어나가고 혹은 그들이 없을 때는 장소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가는지에 주목한다. 철학적 개념과 픽션적 존재를 교차하여 만들어내는 서사 자체가 어떤 장소로 읽히기도 한다는 점이 이 책의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장소에 관한 사유는 정말 중요하다. 한 장소는 사람을 멀리 보내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오게끔 하는 쉼터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장소에 관한 책을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본 서평은 문학과지성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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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몬스터
이두온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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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서로에게 아주 진심이어서

괴물이 된 사랑.

궁지에 몰린 사랑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창비에서 출간될 예정인 『러브 몬스터』는 너무 사랑해서 괴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다정한 모습의 사랑이 아닌, 강렬한 정념에 이끌려 서로를 갉아먹는 사랑의 형태를 추적하며 천천히 풀어낸다. 나라에서 권장하는 이성애, 바람 등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불완전하고 비뚤어진 사랑은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존재하고 이들은 온몸을 내던지며 사랑에 몰두한다. 작가는 소설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어떻게 발현되고 삶에서 다뤄지는지를 그려낸다. 사랑하기에 서로를 누구보다 더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믿지만 누구보다 믿을 수 없으며 어떤 마음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랑. 진심인 쪽이 괴물로 변해야만 하는 사랑 앞에서 사람은 어떤 얼굴을 할 수 있을까?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랑은 어느새 독자들의 곁에서 하나의 질문으로 남아 주변을 정신없이 어지럽힐 것이다.


무엇도 준비된 것이 없어 할 수 없는 사랑

비뚤어진 사랑이 가득한 비뚤어진 세상


‘엄지민’은 사라진 엄마 ‘염보라’를 찾기 위해 결혼을 장려하는 지자체가 설립한 수영장인 ‘미혼반’에 들어가 수영장에 다니는 회원과 강사를 주시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계속해서 남자를 만나던 ‘염보라’가 암에 걸려 딸인 ‘엄지민’은 빚을 갚기 위해 엄마를 찾게 되고, 수영장에 다니던 ‘허인회’는 자신을 구해준 ‘조우경’을 사랑하게 되고, ‘허인회’의 남편 ‘오진홍’은 동창인 ‘염보라’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발현되는 사랑을 무시할 수 없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에 대응하는지, 그 사랑은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이야기가 작가의 질문으로도 읽힌다. ‘엄지민’은 ‘염보라’를, ‘허인회’는 ‘오진홍’과 ‘조우경’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은 얼마나 사람을 구차하게 만드는지, 사랑하는 동안 해왔던 이해와 포용이 진정한 의미의 이해와 포용이 아니었음을 직시하면서 너무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의 전혀 모르는 부분을 새로 알아가게 된다.

이들이 이렇게 불완전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유로는 불완전한 사람이라서가 아닌 불완전한 세상이 완전하고 이상적인 형태의 삶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집과 차 그리고 돈도 없이 마주하는 세상은 어둡고 기이하다. 의지할 곳 없는 곳에서 준비된 사람을 찾기란 어렵고 준비된 사람은 준비된 사람을 만나기에 만남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불가능한 사랑을 찾다가 우연히 또는 자신도 모르게 숨겨왔던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사람은 괴물이 된다. 누구도 막을 수 없고 스스로 재가 될 때까지 자신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사랑이 끝에 다다랐을 때 마주하는 세상과 자신이 한 사랑은 비슷하게 비뚤어져 있을 것이다. 작가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사랑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망가지는지를 되짚으면서 사랑의 자리를, 현실이 보려 하지 않는 뒤틀린 사랑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사랑이 그런 것일 리 없다는 견고한 착각을 작가는 『러브 몬스터』를 통해 깨부순다. 완전하고 이상적인 사랑을 내세우며 서로를 갉아먹게 하는 것에 지쳐 괴물이 될 것 같은 독자들은 『러브 몬스터』에서 ‘오진홍’의 “넌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냐?”라는 말에 마음이 내려앉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 눈에 그 사람밖에 안 보이는데 어째서 이게 사랑이 아니야!”라고 반론하는 “허인회”처럼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존재해온 사랑을 부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사랑은 안절부절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와 함께 사랑의 면모를 관찰하는 과정은 아프면서도 어딘가 시원하기에, 현실의 꽉 막힌 이상향을 뚫을 사이다처럼 적용될 것이다.


*『러브 몬스터』 가제본 리뷰 이벤트로 작가를 맞춰야 한다. 작가를 내세우지도 않고 소설 가제본을 내는 것을 처음 봤기에 조금 놀랐다. 그러나 이것 또한 좋은 마케팅의 방법이 아닌가. 사람들의 궁금증을 극대화하는 것이 마케팅의 한 방법이라면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창비에서 책을 주로 내는 손원평 작가가 아닐까 싶다. 문체나 스타일, 서사를 다루는 방식이 조금 남달랐기에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손원평 작가는 이미 7월에 『튜브』를 냈는데 또 반년 만에 이와 같은 집필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아무튼 손원평 작가 같다. 아니면 아닌 것이다.

*본 서평은 창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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