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연인들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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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장소가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방이 없는 아이가 식탁에 천을 깔고 식탁 아래에 터를 잡아 방이라고 불렀을 때 아이는 방을 공간이 아닌 장소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처럼 감정에 기반한 공간을 장소라고 부를 수 있다면 연인들은 무수히 많은 장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장소는 영원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풍화되는 기억처럼 무너지거나 견고해지는 장소가 있을 것이다. 『장소의 연인들』의 저자인 이광호는 사랑을 기반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연인들을 주체로 두고 그들이 어떤 특수성을 장소에 부여하는지, 특수성의 지속은 얼마나 짧은 순간으로 남는지를 살펴본다. 

『장소의 연인들』은 연인들의 장소는 지도에 그려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연인들의 시간이 장소를 어떻게 발명하고 변화하는지 탐색해나간다. 저자는 연인과 장소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개념적 연구와 소설 텍스트를 빌려 연인들의 장소를 분석하고 (본인 서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각 내용마다 연인을 배치하여 장소에서 연인들이 어떻게 그들의 장소를 만들어나가고 혹은 그들이 없을 때는 장소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가는지에 주목한다. 철학적 개념과 픽션적 존재를 교차하여 만들어내는 서사 자체가 어떤 장소로 읽히기도 한다는 점이 이 책의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장소에 관한 사유는 정말 중요하다. 한 장소는 사람을 멀리 보내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오게끔 하는 쉼터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장소에 관한 책을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본 서평은 문학과지성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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