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얼음이 녹으며 인류는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고, 남은 인류는 물에 잠긴 현대 문명을 뒤로하고 다시 기술이 없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채빙을 하러 온 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존재로, 배경지식은 있고 생각은 가능하지만,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 채 수호신처럼 사한 또는 현명으로 불리며 추앙받는다.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가 자신을 규정하려 하고 그것을 오랜 시간 견뎌온 존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질적인 아름다움이 아닐지 생각했다. 이질적인 아름다움이란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라져도 마음 한편에서는 자리하고 있는, 냉동실 속 작은 눈사람 같은 것.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두 소설은 가장 먼저 나오는 두 소설이기에 먼저 소개해 보았다. 나머지 소설들도 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해서 많은 독자들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선보이는 투명한 얼음을 자신의 방식으로 쥐고 느끼고 관찰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