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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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마음이었어요

최강욱, 최강혁,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한겨레출판,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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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에서 정치전문가 최강욱, 최강혁 형제의 책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가 출간되었다. 다짜고짜 '넌 보수야, 진보야?'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진보가 무엇인지 보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 교과서다. 우파, 좌파 등 온라인에서는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워딩으로 쓰이기도 하고, 자신만의 정치색을 표현하기 위해 쓰이는 여러 정치적 단어의 기원부터 실제 대한민국의 현 보수와 진보의 관계까지도 알아볼 수 있다.


시대가 변했다는 말은 풍경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생활을 보고서도 할 수 있는 말이다. 과거 정치 이야기를 일상의 대화 주제로 삼지 않은 청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어느 대화에서나 한 번쯤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된다. 누가 잘못이라든가, 누구는 절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든가. 이러한 대화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나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사실 스스로 그 둘 중 어느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진보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고 느꼈다. 나를 키워드화한다면 '청년, 20대, 남자, 경상도' 정도로 할 수 있겠다. 하나도 틀린 게 없다. 그런데 이 키워드를 두고 어느 진영에서는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어느 진영에서는 사회를 바꿀 청년으로 인식한다는 게 웃겼다. 나는 그냥 모두 잘못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나의 질문을 해소해 줄 책이 나왔다. 바로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다.

이 책은 보수와 진보를 이야기하기 위해 프랑스혁명에서부터 시작한다. 프랑스혁명은 민중들이 일어나 공화국을 선포한 사건인데, 왕의 존재가 당연했던 시기에 왕을 부정한 혁명이다. 이때 언급된 자유주의, 민주주의는 프랑스혁명 이후 세계로 뻗어나갔고, 진보와 보수의 출현은 루이 16세 처형 문제를 두고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설명을 학술적이지 않고 쉽게 대화로 설명한다는 점이 다른 정치 입문서와 이 책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적인 입장을 말한 지롱드파가 국민공회 의장석 오른쪽에 있어서 우파, 서민 계층을 대변하고 급진적인 변화를 주장한 자코뱅파가 왼쪽에 있어서 좌파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설명은 참 쏙쏙 들어왔다. 이 설명 이후 정치적인 변화와 한국의 세태를 설명할 때 정치의 기반을 잘 잡은 덕분에 이해가 쉬웠다. 즉 누가 보수주의를 창시했고, 누가 진보를 말했는지. 그 뿌리를 알아야 지금의 한국이 보이고, 한국이 보이면 나의 세대가 보이고, 나의 세대를 보면 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 주는 책 같았다.

최근 대선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듣다 보면 참 웃기고, 저들 사이에서 내가 누군가를 뽑아야 한다는 게 슬프긴 하지만, 저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를 뽑아야만 한다. 그런데 저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정말 진보고, 무엇이 정말 보수인지 알아야 한다. 이 책 덕분에 대선 주자들의 정책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떤 것을 더 우선하는지도 조금 보이게 된다.

앞으로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한 사람 때문에 나의 세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정말 정치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어떨까. 알면 보이고, 보이면 다가갈 수도 피할 수도 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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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표절을 한 십대에게 - 새내기 크리에이터를 위한 저작권법 완전 정복!
송시현.박지환 지음 / 주니어태학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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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을 쉽게 설명해줘서 좋네요~ 유익해서 교육 자료로 써도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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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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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에서 구희 작가의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가 출간되었다. 첫 그림에세이 《기후위기인간》에서 현 기후위기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묵묵하고 단정한 태도를 보여 주었던 구희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 책에서는 두려움 그 자체인 독립 문제에 직면한 청년 세대에게 자신만의 섬을 찾을 수 있는 용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독립의 빛나는 낭만은 청춘들의 유구한 환상이다. 오늘의집 같은 플랫폼에서 어떤 가구를 놓을 것이며, 톤온톤을 할지 블랙앤 화이트로 인테리어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은 어쩌면 젊은 세대에게 주어진 기쁨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립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독립은 크게 '경제적 독립', '정신적 독립', '생활 독립'으로 나누어진다. 이 중 하나라도 불가능하다면 독립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저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청춘은 흔들리고 고민하고 질문한다. 주변에 자신만의 생활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어른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투영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어른은 가족, 즉 부모일 것이다.

이 책의 1부와 2부에서 작가는 자신의 부모, 동생과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주목한다. 30대 캥거루족이자 미혼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작가가 생활에서 마주한 삶의 문제를 가족을 통해 탐구한다. 그리고 나만의 섬을 구축하기 위해 남들이 다 하는 과정을 다짜고짜 밟는 것이 아닌,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 혹은 나의 감정은 어떤 것인지부터 살핀다. 세밀하고 내밀한 젊은 세대의 불확실한 응시인 것이다.

작가는 초반 스토리에서 미혼 여성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과 젊은 세대로서 다뤄야만 하는 삶의 태도에 관해 탐구한다. '계속 이대로 집에 얹혀 살아도 괜찮을까',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독립'과 '결혼'이다. 사실 30대에 접어들면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결혼과 독립에 관한 질문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성에게는 이러한 질문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다가온다고 본다. 그렇기에 작가는 조금 더 신중해지려고 노력한다. 조바심과 불안이 동시에 밀려오는 생활에서 다음 단계라고 일컬어지는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을 친구를 통해 보고 더더욱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작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립의 의미를 정의한다. 작가에게 독립적인 삶이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건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더 나아가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고 느낄 때, 비거니즘을 더 잘 실천하기 위해 밥상만이라도 독립해보고 싶을 때, 예쁜 그릇을 발견할 때마다 내 취향과 가치관대로 인생을 가꾸고 싶은 마음이 움틀 때 독립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독립은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결국 독립을 하나의 ‘결정’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태도’로 재정의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꼭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만 독립이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삶. 구희 작가는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자리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책은 '괜찮다'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며 함께 고민하는 등불이 될 수 있다고. 그 말 한마디가 버텨야 할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용기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짜 독립의 시작이 아닐까.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독립하지않아도괜찮을까?#구희#구희작가#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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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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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이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될 때


“죽으면 다 똑같다”는 말은 죽음 앞에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위안을 담고 있지만, 《죽은 다음》은 그 말이 얼마나 허망한 체념인지, 얼마나 많은 사회적 불평등을 은폐하는지 차근히 드러낸다. 이 책은 죽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우리 사회의 노동, 제도, 문화, 관계, 감정의 지형을 샅샅이 탐색하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린다.

저자는 장례지도사 실습생으로 현장을 몸으로 겪으며 시신 복원사, 염습자, 상조회사 직원, 유족들을 만난다. 죽음을 생업으로 맞이하는 이들과, 예기치 않게 죽음 앞에 선 이들을 통해 죽음이 상품이 된 시대의 잔혹한 풍경을 고발한다. 빠듯한 장례 일정, 외주화된 의례, ‘정상 가족’ 중심으로만 작동하는 제도는 죽음조차도 경제력과 가족 구성 여부에 따라 차별적으로 이뤄지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은 무연고자의 죽음을 추적하며 누구도 애도하지 않는 죽음이 어떻게 방치되고 사라지는지를 조명한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죽을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저자는 되묻는다. “혼자 죽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

책은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나답게 죽고 나답게 기억되는’ 장례란 무엇인가. 치마 대신 바지를 입히고, 화환 대신 반려동물의 양육비를 남기며, 냉면을 장례식 음식으로 바라는 죽음의 목록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정상성’에서 벗어나 있었던 개인들이 마지막까지 자기다운 죽음을 희망하는 목소리다. 그 목소리는 곧 ‘다른 공동체’, ‘다른 삶’, ‘다른 애도’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죽은 다음》은 죽음을 사적인 사건으로 고립시키지 않는다. 이 책은 애도와 장례를 통해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새로운 삶의 방식—가족 밖의 관계, 제도 밖의 애도, 자본 밖의 존엄—을 모색하게 만든다. 죽음을 제대로 다룬다는 것은 결국 삶을 제대로 살아낸다는 것이다.


#죽은다음#희정#희정작가#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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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외 기획, 이은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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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1

건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담아낸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는 단지 노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는 그 삶 앞에서 여러 번 숨을 멈췄다. 뼈를 갈아 넣은 현장에서조차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부끄러움과 분노 그리고 연대의 감정이 뒤엉켜 가슴 한켠이 시렸다.

평소 건설 현장처럼 위험과 불합리가 뒤섞인 장소에 대해 꾸준히 자료를 찾아보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생하고 집요하게, 그러면서도 담담하게 건설 노동자들의 삶을 그려낸 책은 처음이었다. 이 책은 ‘노가다’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지부터 시작해, 그 말이 지닌 폭력의 뿌리를 건드린다. “인생 막장이나 하는 일”, “거칠고 험한 일”이라는 프레임은 누가 만든 것이며, 그 왜곡된 시선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그림자 속에 가두었는가. 글을 읽는 내내 그 단어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얼마나 가볍게 내던지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은 이 땅의 건설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의 단편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다. 하도급을 반복하며 임금은 줄고 위험은 커지는 구조 속에서 그들은 늘 맨 아래, 가장 어두운 자리에서 벽돌을 쌓고, 철근을 올리고, 땀을 흘렸다. 임금 체불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위험한 작업에 깔려 생명을 잃는 일조차 사회는 애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사람이 그냥 형체가 없어져요.” 그 절박한 한마디 앞에서, 나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건설노조의 탄생과 그 이후의 변화는 이 책의 또 다른 축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깊은 희망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함께 움직였을 때 임금 체불을 막고, 휴식 공간을 만들고, 부당한 지시를 물리쳤다. 사람답게 일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해 싸웠던 그들은 나에게 투쟁이란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새겨주었다. 하지만 정부의 탄압 이후, 그 변화가 되려 지워지고 있다는 현실은 씁쓸함 그 자체였다. 고 양회동 지대장의 유서가 눈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지은 죄가 없다.’는 말이 얼마나 무겁고 참혹하게 들리던지. 한동안 책장을 넘길 수조차 없었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문장이 있다. “제 삶의 목표는 평범하게 사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제일 힘든 것 같더라고요.” 그 문장 안에는 이 사회가 무너뜨린 수많은 삶의 조각이 담겨 있다. 나는 지금 평범하게 살고 있는가? 나는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쳤는가? 그렇게 묻다 보면, 노동이 단지 경제 활동이 아닌, 존재의 확인이라는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는 단순한 르포가 아니다. 이 책은 건설 노동자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 위에 세워진 한 권의 증언서이며 또한 우리의 무관심에 대한 경고장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길을 걷다가 마주친 공사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것이다. 거기 있는 이들이 ‘막일꾼’이 아니라,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지탱하는 ‘노동자’임을 잊지 않게 될 것이다.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사회’란 단어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그러나 동시에 그 먼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다짐 또한 품게 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첫걸음이다.



#노가다가아닌노동자로삽니다#이은주외5명지음#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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