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슈트 자음과모음 어린이 미래탄
장예진 지음, 상상주아 그림 / 자음과모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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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술이 공존하게 하는
아름답고 지혜로운 과학 기술
웨어러블 컴퓨터 이야기
비행 슈트


오늘 만나볼 책은 자음과 모음 어린이 미래 과학 책으로 첫 선을 보이는 <미래탄> 시리즈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어린이에게 신나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상상력이 어우러진 발랄하고 통통 튀는 과학 책이다.

방송작가 출신 '장예진'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미나고 감각적인 그림의 '상상주아' 일러스트레이터의 멋진 콜라보로 만날 수 있어 표지부터 기대하게 만든다.

<비행 슈트>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미래의 일상을 바꾸어 놓을 중요한 과학 기술 웨어러블을 소개하고, 웨어러블이 바꾸어 놓을 우리 미래의 일상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입고 벗는 컴퓨터 웨어러블은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책 속으로 들어가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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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물건과 사람, 공간을 실시간으로 연결해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환경인 사물 인터넷을 경험하고 있다. 집안 곳곳에 놓인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커튼, 현관문 등에 숨겨둔 칩, 센서, 트랜지스터 같은 아주 작은 컴퓨터를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다양하게 원격 조종을 하는 세상은 그리 낯설지 않는 풍경이다.

이제는 우리의 생활 패턴과 날씨 등 다양하게 체득된 일상들이 웨어러블 컴퓨터 덕분에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저절로 행해지는 초연결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나의 수면 습관, 뱃살관리까지 간파해서 내 몸을 진단하는 닥터 웨어러블을 이용해 나의 건강 데이터를 활용하면 AI 로봇 의사가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시대도 올것이다.

스포츠에서도 웨어러블 조끼, 신발 등을 통해 슈팅횟수, 패스 성공률, 심박수, 움직임 등 엄청난 빅 데이터를 통한 과학적 축구, 다양한 스포츠로 나아가고 있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신체가 불편한 사람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입으면 인간의 한계를 넘어 훨씬 안전하고 자유로운 새로운 세상도 만나게 된다.

인간의 피부와 근육, 뼈의 움직임까지 재현한 첨단 전자 의족으로 사고를 당한 무용수, 동상에 걸린 등반가도 바이오(생체) 공학 덕분에 멋진 꿈을 다시 꾸며,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뇌파 데이터를 수집하는 헬멧, 입기만 하면 힘이 쎄지는 근육 옷감, 한순간 의자로 변신하는 바지 등 생각대로 이뤄지는 기적같은 마법같은 일들이 머지않아 활용될 날이 올 것이다.

GPS 수신기, 360도 관측 카메라, 통신 기능을 장착한 웨어러블 헬멧, 야간 투시도 가능한 안경, 무선 교신이 가능한 스마트 버튼, 상처를 감지하는 바이오 센서 등이 달린 첨단 과학 군복이라면 누구나 강철 군인도 될 수 있다.

메타버스, 헵틱 기술 등으로 북극곰도 만날 수 있고, 베리 칩을 인체에 주입해 신상 정보도 빠르게 확인하고 생체 인식 결제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고, 스마트 필을 이용한 질병 예방 등등 우리에게는 한계란게 없는, 꿈꾸는 미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과학 기술은 지금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우리의 삶을 어마어마하게 바꿔놓은 웨어러블!
웨어러블 속 과학을 알면 현재를 더 현명하게 누리고, 미래를 더 선명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2030년에는 비행 슈트를 입고 매일 날아서 학교를 가게 되지 않을까? 이런 귀여운 상상은 현실처럼 눈 앞에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재밌고 유익한 과학책이었다.

어렵고 생소한 용어들도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웨어러블 기술에 관심이 많은 초등 전학년 어린이들에게 기분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과학 기술 분야에 한발짝 다가서는 계기가 될 책인 것 같아 추천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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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만두 열림원어린이 동시집 시리즈
김유석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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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왕만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른 봄에 새하얗게 피어나는 목련 꽃이 생각난다. 동글동글한 모양이 꼭 닮은 듯해서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 이미지는 금새 사라지지 않고 자꾸 되새김질하듯 봄만되면 그려내곤 했다.

오늘 만난 김유석 시인의 <왕만두>라는 시는 맛있고 뜨거운 왕만두가 화가 나서 곧 터질 것 같은 엄마의 얼굴이 되었다. 화난 엄마의 눈치를 보는 아이의 안쓰러운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났다.

흙내음 가득한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김유석 시인의 동시에는 가족, 음식, 자연, 동물 등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형이 사라졌다

엄마 아빤 안 닮고

나랑은 좀 닮은 녀석

축구도 잘하지만

음, 축구만 참 잘하는

맨날 게임하자 꼬시던 형 대신

코밑이 시컴시컴

샤프심 자국 같은 게 난 수상한 녀석이

어느 날 집에 들어왔다

나를 쫓아내고

방을 혼자 쓰려 하질 않나

거울 속으로 들어가

똥폼을 잡질 않나

게임하자 조르면

쬐끄만 게 까불어!

뻑 하면 이런 말이나 하는

기분 나쁜 저 녀석

중학생이면 다냐?

p20 외계인이 나타났다

어쩜 이리도 포인트만 콕콕 찝어 사춘기 형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는지 시를 읽으며 감탄을 자아냈다. 조만간 찾아올 아들의 사춘기 모습을 미리 보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가 또 미소짓다가 했다. 동생이 보는 형은 그저 낯선 외계인같은 실체가 현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아 공감하는 마음이 더 크게 와닿는 시였다.

공책 한 권 달랑 들고

들판학교 다니는 우리 아빠

빽빽이 썼다가 지우고

이듬해 봄부터 다시 쓰는

그래도 너덜거리지 않는

울 아빠 파란 공책에는

찰랑찰랑 벼들이 넘실거려요

맞춤법이 조금씩 틀린 벌레소리 들리고

할아버지 닮은

염소도 한 마리 묶여 있어요.

똑 똑 똑

땀방울 말줄임표를 따라가면

하늘이 내려와 밑줄을 긋는 지평선 위에

따뜻한 내 옷이랑 새 운동화가 놓여 있지요.

흰 눈 지우개로 말끔히 지워내서

아무도 모르는 줄 알지만

너무 꾹꾹 눌러 써서

뒷장에 남은 자국을

겨울이면

기러기들과 함께 나는 읽지요.

p32 아빠의 공책

농사짓는 아빠의 일년을 이렇게나 계절감 있게 은유적으로 표현한 동시를 읽으니, 농부의 사계절을 졸졸졸 따라다니며 지켜보듯 마음이 설레임부터 고단함, 풍요로움, 안쓰러움까지 느껴졌다. 한 해동안 부지런히 움직여 맞이한 농사의 결과물이 아빠가 열심히 공부한 흔적처럼 느껴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 담겨있어 마음이 따뜻한 시간을 선물해주는 기분이었다.

가슴에도

등에도

저렇게나 많은

아기옥수수들

무슨 노래를 들려주길래

뜨거운 햇볕 아래

새근새근

모두 잠들었을까

살짜기 앉아 엿듣던

잠자리 한 마리

저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어

아줌마 예쁜 머리핀 되었네

p122 옥수수 아줌마의 자장가

한여름 찰지게 잘 익은 옥수수는 건강한 간식으로도 참 유용한 먹거리인데, 알알이 잘 영글은 옥수수의 모습을 참으로 어여쁘게 표현한 시였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쑥쑥 잘 자라는 아기옥수수에게 얼마나 달콤한 자장가를 불러주길래, 엿듣던 잠자리까지 곤히 잠들게 만드는지 그 사랑스럽고 달콤한 모습이 상상이 되어 웃을 짓게 만든다. 길쭉한 옥수수 머리에 잠자리가 살포시 내려앉아 조심스레 날개짓 하는 그림은 한여름 초록빛 가득한 들판의 모습같아 더 아름답고 여유롭게 느껴져 실로 함께 그 자리에서 꾸벅 졸것만 같은 기분좋은 풍경이 떠오르게 했다.


김유석 시인의 동시에는 따스한 시골의 풍경과 감성이 나즈막히 전해지고, 자연과 식물, 동물 등을 마주하는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과 동심을 편안하게 펼쳐준다. 어른들에게도 새삼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바쁜 일상에 지친 피로감을 쉬이 풀어주는 초록빛 위안이 담겨있다.

평범한 일상을 반복하며 지루해질때 쯤, 좀 더 새로운 시각의 감동과 공감을 경험하게 해주는 <왕만두> 동시집을 읽으며,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 넉넉하고 스트레스까지 해소해 줄 유쾌한 힐링 타임을 챙겨보시길 바란다.




<미자모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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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구멍 열림원어린이 동시집 시리즈
이창숙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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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노랑 표지에 개구진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시가 주는 묘미는 역시나 엉뚱하면서도 아무리 모나고 미운 표현을 써도, 어린이 시선으로 마주한 순수하고 맑은 모습으로 인해 읽는 누구에게나 잔잔한 감동과 뜻밖의 울림을 선물해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2023년 우수 출판 콘텐츠 선정작인 <쥐구멍>의 저자 이창숙 시인은 격월간 동시 잡지 <동시마중>으로 등단하였으며, 2009년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창작 부문 대상을 받았고, 지금도 북한산 아래서 동화, 동시, 청소년 소설 등 다양한 소재의 글을 쓰고 있다.



다른 학교 다니는 학원 친구가

김민호 아느냐고 물어보기에

우리 반 애라고 말했다

공부도 못하고,

행동도 느리고,

존재감 없는 애라고,

그런데 학원 친구가 말했다

걔가 너 진짜 좋은 친구라고 하더라!

p16 쥐구멍

반전의 감동으로 마음 한 켠이 쿵하고 떨어졌다.

민호라는 친구에게 의도치 않게 뒷담화를 한 것 같아 괜히 미안하고 얼굴 빨개져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어 교실에서 만나면 더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잔칫집에서 돌아가는 할머니 앞에 호랑이가 나타났어

할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옜다, 개떡

한 고개 넘어가자 호랑이가 할머니를 따라왔어

할멈, 떡 하나 더 주면 안 잡아먹지

옜다, 백설기

다시 한 고개 넘어가자 호랑이가 또 나타났어

할멈, 할멈

옜다, 인절미

호랑이는 계속 할머니만 따라왔어

할멈, 할멈

왜, 떡 더 주랴?

그게 아니구 할멈 잘못했어요 제발 물 좀 주세요!

p46 떡보 호랑이

크하하하하.

시를 읽고나면 크게 함박웃음 터트리는 재미를 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의 내용을 그려가며 시를 읽다보면, 또 한번 유쾌하게 반전을 내밀며 끝맺는 시인의 엉뚱함에, 아이도 나도 함께 활짝 눈웃음꽃 피우는 장면을 연출하는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준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잠시 세 들어 사는 너희가

집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

파헤치고 더럽히고 무너뜨리고

아무리 봐주려 해도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불볕더위다, 받아랏!

홍수다, 각오해랏!

지진이다, 다다다닷!

코로나다, 굴복하랏!

지구에서 나가, 인간들아!

지구가 정말 화났나 봐요

p94 경고장

정말 우리 지구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라며 반성하게 되는 시를 만났다. 세상은 나날이 발전하고 놀라운 기술을 우리들에게 제공하는 만큼, 소중하고 하나뿐인 우리 지구를 숨 멎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현재를 꼬집는 시였다. 시인의 지구를 대변하는 표현은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노력을 기울여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는 기후 환경의 심각성을 되돌아보고 지구의 건강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 지구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은 시였다.

어려서 엄마는 매일

오 분만 오 분만 오 분만 더!

깨울 때마다 이랬대요

어려서 아빠는 매일

백 원만 백 원만 백 원만 줘!

군것질 하려고 이랬대요

오 분만 공주와 백 원만 왕자가 만나서

한 판만 한 판만 딱 한 판만!

축구왕 딸을 낳은 거죠

p110 오 분만 공주와 백 원만 왕자의 딸

엄마, 아빠의 어릴적 깜찍한 일화를 재미나게 풀어낸 시인의 기발함에 또 한번 감탄하는 대목이었다. 매일 아침 오 분만 더 자고팠던 잠꾸러기 엄마, 백 원만 있음 학교 앞 문구점에서 즐거운 군것질 거리를 살 수 있었던 아빠의 추억담이 담긴 이야기는 그 시절을 알지 못하는 딸에겐 유치발랄한 상상의 시간을 선물해준다. 또 엄마, 아빠에겐 그 시절을 회상하는 추억을 오롯이 떠올리게 하는 빛바랜 사진첩을 펼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젠 매번 딱 한 판만을 외치는 축구왕 딸과의 실랑이를 매치해 서로를 공감하는 시간도 내어준다.



동시는 누구에게라도 잊고 있던 어린이의 시선과 목소리로 돌아가 그 순간을 다시금 살게 해주는 것 같다. 이번 이창숙 동시집 <쥐구멍>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아이보다 더 공감하고 위로받고 울림을 고스란히 느끼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다소 엉뚱하고 기막힌 상상력으로 펼쳐낸 시의 제목과 문장들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호기심이 마구마구 피어올라 유쾌함과 즐거움을 더해준다.

또한 사람, 동물, 자연 등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한번 더 되새기는 진중한 시간도 선물해준다.


동시가 주는 달콤한 재미와 기분좋은 의미도 챙길 수 있는 이창숙 시인의 시집을 꼭 한번 펼쳐보길 추천하며 마무리한다.




<미자모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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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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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극장에서 한 편의 심리 스릴러 영화를 본 듯 스피디하고 예측 불가능한 전개에 책장을 덮을때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이 짜릿하고 강렬했다.

왜! 왜! 왜!
독자들은 왜 이렇게나 피터 스완슨 작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가 했더니 역시나 읽어보지 않으면 모르리라. 이 소설을 펼치기 전까지 전작을 한 권도 읽어보지 않은 필자가 마주한 저자의 필력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탄탄한 플롯에 흡입력 있는 진행은 정말이지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을만큼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나아간다. 진정한 페이지 터너 소설이었다.

2015년에 출간된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후 무려 8년만에 내놓은 신작 <살려 마땅한 사람들> 에 대한 찬사 또한 뜨겁고 열광적이다. 후속작인만큼 전작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훨씬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을텐데, 미리 만나보지 못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비록 앞뒤 상황은 바뀌었지만 꼭 전작도 읽은 후에 다시금 되짚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건 당연한듯 하다. 벌써 피터 스완슨의 매력적인 문체에 홀딱 빠졌기 때문이다.

<주요 등장 인물>
-헨리 킴볼 : 사설 탐정, 시인 (전직 형사, 영어선생)
-릴리 킨트너 : 킴볼의 조력자 (전작의 주인공)
-조앤 그리브 : 의뢰인 (킴볼의 옛 제자)
-리처드 시드 : 조앤의 동창, 조력자

<줄거리>
전직 형사였던 킴볼은 현재 사설 탐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옛 제자 조앤으로부터 남편이 외도 중인 것 같으니 조사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낯선 방문에 뭔가 찜찜하지만 승락한다.

수사를 시작한 킴볼은 얼마 후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을 직감한다. 불륜 현장을 급습하기 직전 울려퍼진 3발의 총성과 함께 조앤의 남편과 불륜 관계인 여자의 싸늘한 시신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의심받을게 뻔한 아내인 조앤이 그 현장에 없었다는 알리바이를 킴볼이 입증해 줄 목격자가 된 셈이었다.

킴볼은 탐정의 촉으로 수상하기 그지없는 조앤을 의심하며 개인적으로 이 사건의 내막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앤의 과거 모든 기록과 행적을 파헤치다 보니, 그녀와 연결 고리가 있는 살인 사건 두 건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마치 계획된 것처럼 두 사건 모두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만 또렷하다.

결국 킴볼은 과거 자신을 칼로 찔렀던, 경찰직을 박탈 당하게 한 살인범 릴리를 찾아가 함께 사건을 해결해 줄 조력자 역할을 요청한다. 사건의 내막을 듣게 된 릴리 역시 단숨에 조앤이 사건의 배후임을 지적하며, 조앤 또한 혼자가 아닌 조력자가 있을 것이라 장담하는데....

챕터마다 각 인물들의 시점이 타이밍 절묘하게 교차되어 전개되는 짧은 호흡이라 순식간에 스토리에 몰입하여 후루룩 읽게된다.

개인적으로 참 매력적이었던 점은, 주인공 킴볼은 예리하고 날카로운 촉으로 사건의 후미진 곳까지 발견하는 탐정다운 면모도 충분히 멋지지만, 감성 가득한 '리머릭' 유희로 표현한 부분은 참 엉뚱하면서도 웃음이 났고 재밌기도 했다. 긴장감이 흐르는 소설 안에서 만나는 잠깐의 숨구멍 같은 느낌이었다.

명품 스릴러의 귀환이라는 명성답게 저자는 좀 더 빌드업 된 악인을 평범했던 소녀가 서서히 악에 물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과 중독성을 스릴 넘치는 묘사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또 악인을 응징할 더 독한 악인으로 돌아온 릴리는 비록 살인범이지만, 자신의 비틀린 욕망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는 조앤을 처단해버리는 릴리를 응원하며 쾌감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제공한다.

선과 악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착한 살인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범죄는 정당화 될 수 없는 엄연한 사회 질서에 저자는 과감히 균열을 내고 있다. 상상의 나래로 펼쳐진 소설이지만, 실로 우리 현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악에 대해 한번쯤 돌이켜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흥미롭게 읽었거나, 책태기로 기분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스릴러 명장 피터 스완슨이 선사하는 심장 쫄깃쫄깃하고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살려 마땅한 사람들>을 읽으며 재미와 흥미를 느껴보길 강력 추천해본다.



<미자모 서평단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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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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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 자연에 이름 붙이기 :::

캐럴 계숙 윤 / 지음

정지인 / 옮김


이토록 경이롭고 깊은 감동을 주는 과학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으리라. 책을 읽는내내 가쁜 숨을 멈추고, 조심스레 한장 한장의 페이지를 넘기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기분 좋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은 미국에서는 이미 2009년에 출간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작년에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통해 '이보다 나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은 없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으로 뒤늦게 <자연에 이름 붙이기>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저자인 캐럴 계숙 윤은 과학자 부모 밑에서 실험용 생쥐와 함께 놀고 동네 숲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자신을 '과학의 젖'을 먹고 자랐다고 표현할만큼 과학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저자는 예일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뒤 코넬대에서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2년부터 뉴욕타임스에 과학 칼럼을 연재해왔다고 한다.

이 책은 분류학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 인물을 바탕으로 과학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법은 물론이고 인간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어떤 지식 체계가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것인가와 같은 '과학 너머의 이야기' 까지 아름다우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는 측면에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자연에 이름 붙이기> 이 두 책은 많이 닮아있다.

그리고 저자의 탁월하고 거침없는 스토리텔링은 어떤 분야를 깊고 넓게 알면 어려운 지식 이야기도 이렇게 쉽고 재미나게 풀어 표현해 낼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며 읽게 된다.




우리는 생명의 세계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만 맡겨두는데 너무 익숙한 나머지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의 생명에게 눈길도 주지 않게 됐다. 수많은 야생의 생물들이 자기 좀 보라는 듯 눈에 띄는 모습으로 끈덕지게 우리 앞에 나타날 때도 우리는 그 존재들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

우리는 모든 것 중 가장 큰 것을, 바로 야생의 자연 자체를 잃을 위험에 처해있다.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 우선 나는 내 물고기들을 되찾고 싶다. (...) 비록 과학을 대단히 존경하는 사람이기는 해도 나는 물고기가 존재한다고 주장해야겠다.

Prologue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사정 p44




과학적으로 생물들의 진화 과정과 유전자를 면밀히 조사하면, 물고기는 존재하는 카테고리가 아니란다. 굉장히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보고, 만지고, 알고, 먹기까지 하는 물고기는 분명히 존재하며, 그 비슷한 어류계는 분명하게 우리 눈앞에서 매일 살아 숨 쉰다. 그런데 왜 과학자들은 물고기의 존재를 죽여버린 것일까?

이 책은 물고기가 과학적으로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인간의 인식 체계가 과학으로 점차 넘어가게 된 흐름을 설명하며, 그 답과 우리의 현주소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분류학 초창기인 18세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분류학의 거대한 역사적 변천사를 아주 흥미진진하고 스펙타클하게 이끌어 간다. 분류학이란 인간이 나무, 물고기, 사자 등과 같이 생물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분류하고 체계화한 것을 말한다. 이 분류학은 카오스 상태인 자연에서 어떤 질서를 찾아내고 그것을 개념화하고 보편타당한 기준을 바탕으로 생명의 지도를 만들고자 했던 과학자들에 의해 발전해왔다.

분류학은 과학적 분류의 아버지인 카롤루스 린나이우스가 이명법을 만든 뒤 학문의 하나로 자리 잡는데, 찰스 다윈이 혜성처럼 등장해 진화라는 개념을 내놓으면서 패러다임을 뒤흔들어버린다. 이후 수리분류학, 분자분류학, 분기학으로까지 이어진다.

탐험의 시대였던 18세기에는 린나이우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생명의 세계를 수집하고 체계화하고 정리하여 자기만의 자연사 컬렉션을 꾸리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던 때였다. 가터뱀 두 마리, 수많은 따개비나 길이가 30㎝가 넘는 개구리, 고래의 음경과 같은 이색 생명체를 전시할만큼 당시 사람들은 생명에 대한 감각이 살아 있었고 생명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자는 이 자연의 질서에 대한 감각, 인간이 감각을 통해 지각하는 세계를 '움벨트'로 지칭하면서, 움벨트가 분류학 창시의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한다.

독일어에서 유래한 움벨트는 말 그대로 인간이 과학적 지식을 배제하고, 자신의 세계를 인식하는 일종의 감각이다.

쉽게 예를 들면, 다수의 어린이는 미취학 시절 공룡 박사가 되는 때가 있다. 온갖 공룡에 대해 술술 말하고 그림만 봐도 누가 누구인지 찰떡같이 구분한다. 어린 시절 공룡 덕후가 되는 이유도 과학적 지식이 뇌에 범벅이 되기 전에 이 인간적 감각을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유년 시절이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우리는 강아지라는 존재를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배우고 나면 거리에 영역 표시하고 있는 저 털복숭이가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구분을 한다. 다리가 네 개인 책상을 보고도 강아지와 헷갈리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가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영재성이 이 움벨트에서 나타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러나 18세기부터 21세기까지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해왔고 생명에 이름 짓는 일에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거듭 일어났다. '생명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뒤 이름을 짓고 분류를 하던 린나이우스 시대의 분류 개념은 다윈이라는 진화론자가 등장하면서 막을 내린다.










다윈은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따개비를 연구하면서, 이 미미해 보이는 생물에서 드러나는 복잡한 체계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결국 종이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계속 진화하고 유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이는 기존 분류학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

이후의 분류학은 '인간의 주관성'을 어떻게 죽여서 '과학적인 학문'으로 한층 가까이 다가가느냐가 미션이 되었다. 기존에는 겉보기에 유사한 것들만 비교가 가능했고, 당연히 비슷한 것들은 한 카테고리로 분류했기 때문에 종을 초월한 비교 분석이 어려웠다. 하지만 분자를 통한 분류학은 동식물의 조직을 비교하는 것까지 가능케 했다. 버섯과 고래도 비교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분류학이 조금씩 직관을 벗어나 진정한 과학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저자는 생명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를 하는 것과 관련해 생물학에만 천착하지 않고, 인류학과 인지심리학, 생태학을 넘나들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다.

민속분류학이나 인지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면, 분류학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인류는 생존을 위해 뇌의 특정 부위에 생물을 분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움벨트의 재발견인 셈이다.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움벨트는 과학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됐지만, 저자에게는 다시 되살려내야 할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 생명 세계를 지각하면서 이름 짓고 분류하는 일을 과학자의 소임으로 던져버리고 더는 움벨트를 작동시키지 않고 생명의 세계와 단절된 현대인들의 위험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 세계에 닻을 잘 내리기 위해서 지구의 여섯번째 멸종 시대의 한가운데 들어선 인류가 움벨트에 눈떠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분기학자들이 진화적 분류 체계의 연구를 통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지라도, 움벨트를 작동시켜 물고기를 물고기로 보는 우리는 '물고기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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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통틀어 믿어왔던 진실의 이면을 목격한 한 과학자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한 이 책은,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 더없이 인간적인 감정이 곳곳에서 묻어나 깊은 감동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이제 우리는 살갗에 와닿는 바람이 느껴지는 야외로 나가, 주변에 살아 숨쉬는 동물, 식물, 곤충들을 눈으로 보면서 잠자고 있던 생명의 경이를 직접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두 책을 모두 옮긴 정지인 번역가의 적확한 표현과 아름답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은 책을 읽는데 크게 한 몫을 한 것 같다. 저자의 감정까지 단어 하나 하나에 깊이 새겨놓은 듯해서 정말 가슴 벅찬 감격의 순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결코 쉽지 않은 낯선 분야의 책이지만, 매혹적인 과학사 또는 분류학이 궁금하거나 과학적 지식을 넓히고픈면 이 책을 과감히 선택하여 롤러코스트를 타는듯한 재미와 깊이있는 통찰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란다.

이름을 알고 싶은 마음은

그 존재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다. (...)

이름을 모르면 스쳐 지나가지만

이름을 알면 마음속에, 머릿속에 스며든다.

옮긴이의 말 중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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