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자의 하인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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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목록>, <살인자의 쇼핑몰>, <심여사는 킬러> 등으로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인 강지영 작가가 자음과 모음을 통해 10여년 만에 개정한 <엘자의 하인>을 만나보게 되었다.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살인자의 쇼핑목록>과 <살인자의 쇼핑몰>을 워낙 인상깊게 본 기억이 나서, 이번에 개정된 <엘자의 하인> 역시 너무 흥미롭게 읽었다.



<엘자의 하인>은 스릴러, 오컬트, 액션 등으로 입지를 다진 강지영 작가의 초기작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첫사랑의 달콤쌉쌀한 맛이 여전히 유효함을 작가가 가진 깊은 내공을 통해 느끼게 해준다.




첫사랑의 환상 속에서 펼쳐지는
소년과 소녀의 아릿한 성장담


주인공 양하인은 열두살 소년이고 도시 개발 이전의 파주에 산다. 하인의 가족은 무지 독특하다. 상남자같은 엄마가 보일러 수리 일을 하며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호리호리한 아빠는 살림과 뜨개질을 한다. 함께 사는 외할머니는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해 싫었다가 좋았다를 반복한다.



하인은 종선이라는 동네 슈퍼집 아이와 친하게 지내며, 아옹다옹한 소년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인이네 집 바깥채에 묘한 모녀가 세를 들어오며 마을에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바깥채 모녀는 시내 술집에 출근하는 혼혈 여성 스텔라와 그녀의 딸 엘자다. 하인과 동갑이라는 엘자는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에 새파란 눈을 가졌다. 엘자에게는 작년에 죽은 하인이의 개 컴온과 똑같이 생긴 개가 있는데, 그 개의 이름은 하필 또 하인이다.



소녀는 엄마인 외국 여자를 그대로 줄여놓은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꼭 하나 전혀 닮지 않은 곳이 있었다. 그건 그 애의 눈동자였다. 엘자는 양배추 인형처럼 크고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색깔의 눈동자로 남들처럼 보고 읽을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p27



어느 말 하인의 외할머니가 온데간데없이 증발하고, 하인은 마치 어른처럼 외할머니의 방을 차지해 혼자 생활하게 된다. 할머니를 돌보던 시간이 사라지면서, 하인은 엘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엘자의 비밀을 알게 된다.



하인은 엘자를 바라볼 때마다 “어째서 몸이 주인을 배신하고 제멋대로 노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따끔따끔한 마음이, 그 애의 얼굴이 빛나는 것이, “가슴이 짜르르하고 온몸의 관절이 삐걱대는 동시에 소름이 빽빽이 돋아”나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엘자가 내게 몸을 기대고 걷는 지금 이 순간, 어째서 그때 마셨던 코코아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지 알 수 없었다. 함께 걸을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마디게 쓰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엘자는 너무나 지쳐 보였다. 그 애의 옆얼굴이 눈이 부실 지경으로 빛났다. 그 빛이 너무나 찬란해, 나는 차마 그 애를 바로 보지 못했다.

p108



하인은 “혹시 엘자가 내게 마법이라도 건 걸까. 삼장법사가 오공이 머리에 금고아를 씌워 꼼짝 못하게 했던 것처럼, 엘자 역시 제멋대로 나를 부리기 위해 맘속으로 주문이라도 외웠는지 모른다”라고 생각하지만, 그저 소년은 삶에 등장한 소녀 엘자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첫사랑과 격동하는 집안 사정 사이에서 하인의 단순한 소년 시절이 끝나고, 아름답지만 잔인한 어른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그러던 겨울, 사라진 외할머니가 돌아오고, 이제 엘자는 이 마을과 하인에게 안녕을 고한다.




순진한 열두 살 소년이 아름답고 이상한 소녀 엘자를 만나면서 사춘기를 맞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 성장소설은 우습고도 사랑스러운 시골 마을 인물들의 은근한 따스함과 유머가 가득하고 우리가 겪어온 각자의 성장기를 다시금 기억하게 한다.



또한 개발 직전 시골 마을의 풍경을 저자는 보다 생동감 있고 섬세하게 묘사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의 근과거의 다채로운 맛을 더해준다.



우리들이 모두 겪었음직한 사춘기의 사랑과 안타까움을 그리고 있어서 우선 달콤하다. 진정한 마음의 안쪽에 숨어 있는 부끄러움은 우리를 계속 서투른 행동의 연쇄 속에 밀어넣고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청춘에 대한 익살맞은 조롱은 우리로 하여금 진짜배기 사랑의 향기가 무엇인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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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 생사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세계 최고 소아신경외과 의사 이야기
제이 웰론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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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MOVES US. 

이 책의 원제는 '우리를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다.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책을 다 읽고나니 딱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인체의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인 뇌가 우리의 삶 전반을 관장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도 있지만, 이 책에 담긴 삶과 죽음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아픔과 슬픔, 기쁨, 기적, 희망 등 독자들이 마주할 다양한 감정들에 잔잔하게 일렁일 파동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세계 최고 소아신경외과 의사 제이 웰론스가 삶과 죽음의 최전선인 소아신경외과 병동에서 25년간 일해 오며 수술실 안팎에서 경험한 실제 사건들을 솔직하게 풀어낸 의학 드라마같은 에세이다. 


또한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인간으로의 마음 사이에서 균형과 관점을 찾아나간 한 의료인의 치열한 자기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영문학도가 되어 글쓰는 것이 꿈이었지만,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인 의사의 길을 걷게되면서 자신이 구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 이 길을 쭉 이어왔으며, 그들에게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게 되었다고 전한다. 


모든 인간이 연약한 존재라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존재가 가장 연약하다. 어둠과 미지의 세계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점점 더 연약해진다. 그러나 삶은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 인간의 회복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걸 배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존재가 가장 회복력이 뛰어나다.

p38 프롤로그 중



이 책에서는 다양한 아이들의 수술 경험을 이야기한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기 직전에 병원에 도착한 세 살배기 남자 아이의 이야기, 머리카락처럼 가는 봉합사로 잘린 신경을 복구한 8세 어린이, 뇌수술 후 봉합할 때 고무줄 2개를 빼지 못한 이야기, 태아 척수 수술을 받는 미숙아와 산모의 이야기까지, 저자는 소아병동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생명의 경이를 경험하고,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그 귀중한 체험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전해준다.


특히나 마음을 적시는 이야기는 전혀 가망이 없어 보였던 작고 연약한 존재인 아이들이 다시금 삶을 이어나가는 과정이었다. 어린 나이에 상상해 본 적도 없는 뇌에 치명적인 손상이나 결함이 생긴 소아신경외과 환아들에게 수차례에 걸친 수술과 병실 생활은 갑자기 들이닥친 사고라기보다 아주 평범한 일상에 가깝다. 이들은 의료진과 보호자의 지극한 헌신 속에서 끝내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병마와 그 후유증들을 이겨낸다.


책 속에서 환자와 병원과 수술 이야기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에피소드는 아버지에 대한 단상들이다. 저자가 의대생으로 마지막 해를 보낼 무렵, 그의 아버지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 저자가 레지던트 2년 차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제는 아득해져버린 아버지와의 추억이다. 그토록 애틋했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 저자는 가족을 잃은 보호자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이 겪었던 슬픔을 다시금 마주한다. 그러다가 오랜 세월 상실과 애도가 반복되는 현장에 몸담으며 깊은 슬픔은 결국 숭고한 사랑과 연결되어 있다는 삶의 아이러니를 깨우친다.



병실을 나선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빈 회의실로 재빨리 들어가서 문을 닫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주저앉았다. 아이를 잃는다는 깊은 아픔을 내가 온전하게 이해해본 적이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또 앞으로도 그럴 일이 결코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러나 외과 의사로 사는 동안 나는 이 깊은 아픔의 옆자리에 앉아 그들의 손을 잡은 채 수도 없이 고개를 돌려가며 눈물을 흘린다.

p63 2장 '실밥' 중

어떤 수술이든 들어가기 직전에 기다리는 시간이 내게는 가장 견디기 힘든 것 같다. 수술 단계를 하나하나 여러 차례 점검하고 나면, 수술을 시작하는 것 말고는 더는 할 일도 없다. 이 정도로 초집중하여 준비된 상태가 되면, 마치 벼랑 위를 맴돌면서 심연으로 뛰어들 용기를 짜내는 사람처럼 불안이 최고조에 이른다. 그런데 그 상태로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수술이 시작되면, 마침내 시작되면 그 순간, 불안은 그저…… 사라져버린다.

p171 10장 '관찰하고, 집도하고, 가르치라' 중

보호자가 알고 있는 사실 또는 의심하는 사실, 그러니까 당신들의 아이가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확인시켜줘야 하는 순간이 되면 나는 잠시 말을 멈춘다. 입술 사이로 말이 나오기 몇 초 전, 이들의 삶을 영원히 바꾸어놓을 말을 내 입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상대방이 받게 될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그런 말을 전달할 방법 같은 건 없다. 이들이 이 아이의 부모라는 사실을 나는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올린다. 딸을 사랑으로 돌본 이들은 지금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이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누가 내게 이런 소식을 전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도저히 견디지 못할 거라고, 내가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알아야 한다. 그게 내 일이다.

p196 11장 '대화' 중

당직을 딱 한 시간만 서고 있어도 그 사이 신경외과 레지던트는 면도 중에 뇌출혈을 일으킨 남편을 데리고 응급실에 내원한 할머니에게 50년을 해로한 남편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그건 어떤 수술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고서 바로 직후에, 소아중환자실의 호출을 받고 달려가 두개 내압 상승으로 죽어가는 네 살 소녀의 뇌에 배액관을 삽관하고, 몇 분 뒤 눈을 뜨고 부모의 손가락을 꼭 쥐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본다. 딱 한 시간. 한 시간이면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이런 한 시간은 일주일 내내, 한 달 내내, 그렇게 정규 수련 과정 7년 내내 반복된다. 이런 교육은 끝이 없다. 적어도 우리가 탐색해 들어가는 그 조용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치열하고 소중한 인간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일에는 끝이란 게 없다.

p237 14장 '버킷 라인' 중

내가 치료하던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생길 때면, 그들의 부모와 가족의 얼굴에서 똑같은 슬픔을 읽었다. 그러나 이건 내가 처음으로 겪어본 진정한 상실이었고, 슬픔이었다. 이후로 한동안은 의료진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망하는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 감정이 되살아났다. (…) 신경외과에서 상실의 슬픔은 풍토병과 같은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피해갈 길이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반복되는 슬픔을 지켜보면서 결국 나는 슬픔이 기쁨만큼이나 우리 삶의 일부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정말로, 상실의 슬픔이 고조되는 건 결국 사랑이 가져다주는 강렬한 기쁨 때문이다.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그 사람을 향한 사랑.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존재감을 잃는다. 상실과 사랑은 틀림없이 공존한다.

p277 16장 '아버지가 떠나시던 날' 중



의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극적인 이야기. 병원을 충분히 오래 다니다 보면, 이런 이야기들에 굳이 군더더기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신경외과에서는 이러한 이야기가 훨씬 더 극적인 경향이 있다. 삶과 죽음, 고통과 기쁨, 심오한 영적 위기와 응답받은 기도의 교차점에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무엇보다 삶이 값지고 의미 있는 것이라는 느낌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에 산다는 것 자체가 주변의 모든 것을 고조시킨다. 사랑하는 이들과 포옹을 나누는 시간이 이전보다 조금 더 길어진다. 자연 속에서 하이킹하며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이 조금 더 깊어진다. 안전과 건강에 대한 감사가 이제 더 가까이 다가온다.

p392 에필로그 중

신경외과에서 우리는 환자들과 함께 걸으며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 심오한 교훈들을 얻는다. 그러나 우리가 연약한 존재라는 깨달음, 우리 인생이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깨달음은 어떤 길을 걷고 있든 간에 우리 모두에게 변함없는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우리가 맺은 단 하나의 계약이 있다면, 그건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과 고난에 면역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지닌 회복력과 은혜와 치유에 대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러한 두려움으로부터 구원을 얻을 수 있다. 

p405 에필로그 중




저자의 진심이 가득 담긴 아름다운 문장에, 책을 읽을수록 벅찬 감동에 눈시울이 여러번 뜨거워지는 시간을 보냈다. 


고귀한 생명을 진정으로 대하는 저자의 모습에 감히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함께하는 동료들에 대한 존중과 환자와 보호자를 마주하는 따스함이 정말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행동들이라 책을 읽는내내 존경심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었다. 


책 제목처럼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진심이며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마무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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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기분 다산어린이문학
재럿 러너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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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뭔가 마음 한곳이 움푹 패인듯 아려왔다.

요즘 워낙 보여지는 비쥬얼이 전부인 세상을 살다보니, 남들과 비교 아닌 비교를 하게 되고, 내면보다는 외면을 우선 순위에 두는 일이 허다하다.

sns 속 타인들은 저리도 빛나고 아름답고 행복하게만 보이는데, 나는 왜 이리 초라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지.. 지키고 싶지만 밑바닥으로 고꾸라진 자존감을 붙잡기엔 채워야할 것들이 너무 많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 재럿 러너 가 겪었던 실제 경험담을 이야기로 쓴 것이라고 한다.

낙서인듯 일기같은 짧은 글과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불편한듯 귀엽고 친근한 그림이 오묘하게 섞여, 독자로 하여금 내가 쓴 것 같은 더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짜여진 구성이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다.




주인공 윌은 4학년때,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급생 닉에게서

"너 뚱뚱해!"

이 한 마디를 들은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때부터 윌은 뚱뚱한 기분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뚱뚱한 자신을 혐오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스스로를 혐오하게 된 윌은 갈수록 홀로 고립된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뚱뚱한 자신을 싫어할 거라 여기며 스스로 그들과 멀어진다.

뚱뚱한 몸을 가리기 위해 헐렁한 후드 티와 제일 큰 사이즈 청바지만 입고 다닌다.

관심이 가는 여자아이가 있지만, 날씬한 그 아이는 마른 사람만 좋아할 것이 분명하므로 감히 쳐다보지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윌에게 마커스라는 전학생이 나타나더니 갑자기 말을 건다.

“안녕? 나 여기서 스케이트보드 타도 될까?”

윌에게 누군가가 먼저 말을 거는 건 너무나도 오랜만의 일이라 윌은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멍한 상태의 윌은 마커스가 스케이트보드 타는 것을 보며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마커스에게서 당당함과 높은 자존감을 느낀 윌은 자신 역시 그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이를 바로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존감마저 없는 자신의 모습에 더 자괴감을 느끼고는 살을 빼고자 극단적으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기에 이른다.

이런 윌에게 마커스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계속해서 윌을 위로하고 다독인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

미완성인 것 같아.

(...)

내가 그토록 자주 느낀 기분이구나.

미완성

아직 끝나지 않은 것

절대 끝나지 않은 것

좋든 싫든

언제나 변하는 것

언제나 자신의 변화을 느껴야 한다는 것

매일 뭔가 다른 일이

나한테 일어나니까.

(...)

네가 세상을 제대로 보기만 한다면

그 안에 뭔가 대단한 게 반드시 있어.

정말로 강력한 게.

무언가 너를 자유롭게 하는 게.

그런 식으로 내 자신을

미완성이라고 생각하면

스스로에게 훨씬 더 너그러워지게 돼.

(...)

난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가

더욱 괜찮아지는 거야.

비록 나의 어떤 모습은

심하게 미완성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의 나로 살아가는 거야.

그러니까 최대한 내가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 좋아.

그러면 더 많이 내가 된달까?

매일 최대한 더 많이

내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면

아마도 더 기분이 좋아지겠지.

더 행복한 내가 될 거고.

(...)

내가 내일 되고 싶은 모습을 알게 되면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거지.

(...)

p324-330



마커스가 윌에게 하는 말들은 비단 뚱뚱한 몸이 고민인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위로가 아니다.

뚱뚱한 몸, 마른 몸, 그 외 다른 외모 고민, 낮은 시험 점수, 부족한 재능 등 남들에 비해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고 자신을 미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응원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남들에 비해 어떤 내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오늘의 나이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평생 같은 모습이 아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듯, 내일의 나는 또 다른 나일 것이며, 그렇게 미완성인 오늘의 나들이 모여 비로소 내가 된다는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남과 나를 비교할 필요도, 나를 미워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 모든 명백한 사실을 <뚱뚱한 기분>이 담담하면서도 확고하게 독자들을 향해 짚어준다.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또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당당하고 자존감 높은 삶을 위한 응원가 같은 책,

회복탄력성, 자기 긍정에 관한 최고의 책,

추천해보며 마무리한다.

우리,

그 어떤 기분이 들더라도

"나에게 친절하자!!!"

이 한 마디는 가슴 속에 꼭 새겨두고 잊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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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필독서 365 - 현직 교사들이 직접 읽고 알려주는 생기부 고득점의 비밀 명문대 필독서 365
박은선 외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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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등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막연히 대입이라는 관문은 남의 일처럼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넋 놓고 지켜보고만 있기엔 내가 경험한 입시 때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많이 변했고, 미리 알아두고 준비해 두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조금은 해소될 것 같아 이번 책도 펼쳐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입시 전형이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는 한가지의 본질은 대학은 학교 생활에 충실한 인재를 원한다는 것이다.

수능 성적표로는 드러나지 않는 학교 생활에서의 유의미한 활동이 기록되어 있는 학생부에는 학업 태도, 인성, 지적 호기심, 진로 탐색 과정 등이 자연스럽게 묻어있다.

대학에 와서도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재, 학업에 즐거움을 찾고 탐구하는 인재,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지닌 인재, 공동체 안에서 소통하고 책임감을 드러내는 인재를 대학은 바란다. 그래서 고등학교 생활 전반이 모두 담긴 학생부를 평가하는 것이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는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도 전면 폐지되고, 상위권 대학에서 정시의 교과 활동 확대는 학생부의 중요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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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학종, 정시를 위해서라도 학생부 관리는 필수가 된 지금, 나만의 '명품 학생부'를 만드는 최적의 방안으로 '독서'를 제안한다.

독서를 매개체로 진로나 수업과 연관된 지식을 탐구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차별화된 학생부를 디자인 하라고 전한다.

과세특, 개세특, 창의적 체험활동 등 학생부 종합전형의 모든 평가 영역에 자신의 역량을 심도 있고 풍성하게 보여줄 수 있으므로 학생부 곳곳에 독서 이력을 녹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나날이 치열해지고 공부에만 매진해도 부족한 시간 속에서 우리 학생들의 빛나는 생기부를 위해 국어, 수학, 역사, 과학, 미술까지 다섯 명의 중고교 현직 교사들이 고교 교과 중심으로 책을 추천한다.

바쁜 고등학생들의 책 고르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서울대 입학생의 서재', '각 대학의 권장 도서', '전국 도서관 사서의 추천 도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꼼꼼하게 따져서 각 교과의 전문성과 십수 년간 입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진로와 계열 선택에 꼭 맞춤한 책 365권을 선정하여 매일 한권씩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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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월별로

1월 인문/교양, 2월 철학/사상, 3월 한국문학, 4월 세계문학, 5월 사회문화/지리, 6월 정치와 법/경제경영, 7월 한국사/세계사, 8월 물리학/지구화학, 9월 화학/생명공학, 10월 수학/IT, 11월 예술/체육, 12월 진로/자기계발

총 365일 365권의 도서로 구성되어 있다.



매일 하루 한편씩 월별 주제에 맞게 책 제목과 저자, 출판사, 출간 연도까지 자세히 나와있다. 또 각 도서 분야, 관련 과목, 관련 학과, 책의 핵심 내용까지 일목 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바쁜 학생들에게 자신의 관심 분야나 관련 학과에 필요한 도서를 선택하는데 시간도 단축시켜 주니 정말 최고의 책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에 심화 활동까지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어 책을 읽은 후 적극적인 독후 활동으로 알차고 풍성한 생기부 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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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모든 학습의 기초이다. 비록 학생부의 '독서활동상황'은 없어졌지만, 교과세특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에 입력할 수 있다. 그래서 학업 및 진로와 관련하여 스스로 관심사를 발전시키고 확장, 심화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책을 읽게 된 동기, 읽으며 배운 점, 궁금한 점, 비판적으로 바라본 점, 연계하며 펼친 후속 활동 등을 밝히는 적극적인 독서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 감상문 작성부터 발표, 토론, 실험 등의 성과를 학생부에 잘 녹여낼 수 있도록 '양'보다는 '질'을 우선으로 하는 독서를 권한다.

'독서교육 종합지원 시스템'에 꼭 기록하여 고교 3년 동안의 독서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고3 때 면접 준비용으로도 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니 챙겨놓으면 좋을 것 같다.

일반 교양도서와 전공 계열 도서를 두루 읽되, 학년이 오를수록 전공 계열 도서의 비율을 높이는 전략적 책 읽기를 추천한다.

다방면의 독서를 통해 자신의 강점과 역량을 보여주고, 통합형 인재의 자질을 갖추다 보면 성공적인 대학 입시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과세특', '비교과'를 활용한 입시 필승 공략법이 담긴 <명문대 필독서 365>은 '생기부'를 통해 입시 전략을 세우는 많은 학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귀중한 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함께 나온 <명문대 필독서 365 워크북>도 함께 챙겨보면 최상위 생기부 작성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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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실수는 무리수 - 수학 중독자들이 빠지는 무한한 세계
이상엽 지음, 이솔 그림 / 해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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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을 참 좋아하면서도 어려워했다.

그래서 였을까?

잘하지는 못해도 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가까워지고픈 수학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수학을 아직까진 제법 잘하고

흥미롭게 대하는 초등 아이 녀석을 보면서

좀 더 유쾌하고 재미나게 수학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딱 마주하며 느낀 점은,

숫자와 공식, 정답이 딱딱 주어지고,

정확하고 빠른 풀이,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채점하는

교과서나 문제집 같은 틀에 갇혀 있는 수학이 아니라,

형식에 구애없이 자유롭게 놀이처럼 탐구하는

수학 자체의 재미와 호기심을 키울 수 있고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 더 반가웠다.





이상엽 저자는 대입 수학 강사로 근무하다가, 유튜브 '이상엽Math'를 채널을 운영하며 수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대중 수학 강사이다. 저서로는 <매스매틱스>라는 수학 소설 시리즈가 있는데, 수학의 역사 속으로 타임슬립하며 펼쳐지는 흥미로운 스토리라 너무 궁금하다.


이솔 그림 작가는 현재 약사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어려운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민하여 그림으로 쉽게 전달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썰렁한 농담과 지루한 수학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수학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

<대부분의 실수는 무리수>

책 속으로 함께 들어가 유쾌한 수학을 만나보자.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수학 농담,

질풍노도 같은 수학 농담,

겉잡을 수 없는 수학 농담,

고난도 수학 농담까지 순차적으로 난이도가 올라간다.





답안지를 한 면만 작성해서 내라는 요청에

안쪽과 바깥쪽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로

작성하는 상황이 재치있고 신선했다.




푸하하하. 진짜 이상한 계산이다.

분명 상황 설명은 다 맞는데 도무지 계산이 맞지가 않다.

진짜 10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계산인걸까?




이런 경험 한번씩은 해봤을 것 같은데...

왼쪽은 이쁘게 딱 비율 맞춰 그려지는데,

이상하게 반대쪽은 엉망이 된단 말이지.

완전 공감하면서 봤다.




여러 응용 학문 분야나 실생활 등에서

무리수를 종종 근사값으로 나타내 이용한다.

실제 원주율을 표기하는 방식이

통계학자, 물리학자, 수학자가

다르게 표기하는 상황이

너무 이해가 되어 웃음이 났다.




재귀함수는 함수 안에서 자기 자신의 함수를

재참조하는 함수를 말하는데,

그림으로 완벽하게 이해시키는

탁월한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각 부 마지막엔 웹툰 형식의 만화를 통해

수학 농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0으로 나누기>, <삼각함수의 쓸모>,

<수 체계(무리수, 실수 등)>, <미적분> 같은

배경 지식을 재밌게 설명해준다.

또한 책 뒷부분에 <농담 해설>을 통해

수학 농담의 그 배경이 되는 수학 지식을 자세하게 알려줘서

어렵기도 하지만 이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책은 수학에 관한 재미있는 농담, 밈, 드립, 짤방, 언어유희를 담은

유쾌하고 즐거운 수학책이었다.

사칙연산만 알아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농담도 있고, 미적분, 위상수학, 무한대 같은 고등 수학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고난도 농담들도 다루고 있다.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웃을 수 있지만, 이해하고 나면 아는 만큼 더 웃긴 것이 수학 농담인 것 같다.

'수학은 물음표에서 시작하여 마침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 또 다른 물음표에 도달하게 되는 학문' 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농담을 읽고 떠올린 처음의 물음표에서 시작된 수학 여정이 과연 어디까지 우리를 이끌 것인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수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자신의 수학 덕력을 시험해 봐도 좋고, 수학 공부에 지친 이들이라면 머리를 식히는 시간으로 딱인 기분좋은 책이니, 옆에 두고 종종 펼쳐보면 매번 다른 기분으로 수학 세포를 자극하는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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