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잡는 비주얼 수학책 - 피타고라스에서 프랙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수학 지식 50 30초 핵심 과학 공부 시리즈
리처드 브라운 외 지음, 전대호 옮김 / 궁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유클리드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유클리드의 제자가 기하학 수업 중 유클리드에게 당돌하게 질문했다.
"기하학을 배워 어디에 써먹겠단 말입니까?"
유클리드는 학생에게 동전 한닢을 주고 학생을 내보냈다.
학생이 지식의 보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겠는가,

이러한 질문은 나도 학창시절에 수학 선생님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그 때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잊어버렸다.
가장 심플하고도 오묘한 답변은 "수학을 배운 사람과 배우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차이가 난다." 일 거 같다. 어느 면에서든지간에.

 

그런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책이 이 <개념잡는 비주얼 수학책>이 아닐까.

저자 리처드 브라운은 존스홉킨스대학 수학과 학과장이다.
그는 수학에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유용성이 있지만
그것들과 무관한 수학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그런 주장도 분명히 납득할 수 있지만, 
이 책을 읽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수학이 우리 세계를 이루는 건축물, 다리, 자동차,

물건 등 곳곳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저자가 말한 수학 자체의 아름다움이란 게 뭔가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껴보고 싶었다.
마치 수학을 처음 배운 사람처럼, 위대한 공식을 처음 발견한 시대에 사는 사람이었던 것 처럼
모든 걸 파격적으로 신선하게 느껴보려 했다.
(물론 노력 안 해도 대부분의 것들은 익숙하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의 첫 부분부터 턱턱 막혀오기 시작한다.
가장 싫어하는 '실수 허수' 개념이 튀어나왔고, 무한, 지수, 미적분학 등
수식과 숫자가 넘쳐나는 부분들이 마구 등장하니
평면적인 뇌가 적응을 하는 데 깨나 어려움을 겪는 게 느껴졌다.
이걸 내가 고등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배웠었는데, 역시 잊고 있다보니 뇌가 말랑해져있었던 모양이다.



이후 통계부분으로 넘어간다. 이 부분이라면 좀 더 익숙하다.
게임이론, 평균의 법칙, 베이즈의 정리 등 익숙한 개념이 나오니
점점 책에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드디어 들기 시작했다.



통계 이야기가 끝나고 기하학과, 도형, 명제와 증명 부분으로 넘어가기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덕분에 책을 읽는 게 훨씬 흥미롭고 즐거운 과정이 되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3차원 공간에서 도형의 모양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그 중 하나가 '뫼비우스의 띠'다.
지금은 웬만한 사람이 다 뫼비우스의 띠에 대해 알고 있겠지만,
뫼비우스의 띠가 처음 고안되었던 시기에는 남녀노소 모두 이 신비로운 도형에 매료되었다.
이 도형은 한 면과 한 변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띠의 가운데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면 놀랍게도 띠 2개가 생기는 게 아니라 띠 1개가 생긴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눈 앞에서 보여지는 게 다른 뫼비우스 띠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었을 그 당시 사람들의 기분을
현대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는 루빅 큐브다.
수학책 안에서 루빅 큐브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루빅 큐브를 몇 초 안에 빠르게 조립하는 묘기를 인터넷과 TV 등에서 간혹 보곤 한다.
그런데 루빅 큐브는 수학적으로 20번 이내의 조립을 통해 완성할 수 있다고 증명된다고 한다.
책 본문에서는 "큐브의 면 여섯 개는 각각 독립적으로 회전할 수 있으며" 라는 문단 하나가

나오는데, 이 문단에 꽂혀 갑자기 루빅 큐브의 내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유투브에는 루빅 큐브 빠르게 맞추기에 대한 영상이 무수히 넘쳐날테지만
그와 비교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큐브 내부의 구조에 대해 궁금해할까?
(실제로 관련 영상도 그리 많지 않다.)

 

 

 

오리가미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도형에 관심이 있는 수학자들은 오리가미(일본의 종이접기 놀이)의 기하학적 기술에 주목했다.
이 단순한 종이접기 놀이가 공학적으로 활용된 부분이 자동차 에어백이다. 과학자들은 에어백을 자동차에 장착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백 접기 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오리가미는 또한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나

우주망원경에 쓰이는 플라스틱 렌즈 등에도 적용되었다.

 

(오리가미 기술은 우주 망원경, 태양열판넬 등을 접는 데 적용되었고,

공학적인 측면은 물론 공간 절약에 있어서도 실용적이다.

*이미지 출처: aoki-sekkei의 블로그 http://aokisekkei.exblog.jp/12828432)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나요?" 혹은
"기하학이 어디에 쓸모가 있단 말입니까?"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루빅 큐브 장난감 개발이나 오리가미 활용처가 좋은 설명이 되지 않을까.
 


저자가 말한 것 처럼 실용성만이 수학의 멋진 점은 아니다. 사람들은 수학 그 자체가 보여주는 희한한 결과물에 대해 굉장히 놀란다.
'페르마의 정리'가 그렇다. 페르마의 정리에서 얻을 수 있는 실용적인 이득은 딱히 없다.
그런데도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기 까지는 3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많은 수학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수적 수론'이라는 분야가 탄생하기도 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1994년에 영국 수학자 앤드류 와일스에 의해 최초로 발표되었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와일스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증명에 도달했다. (p.139)"

 

 

(뉴턴의 로버트 훅에게 한 유명한 말)


이 책에서 관용어처럼 쓰인 '거인 어깨 위'라는 말은 뉴턴의 일화와 관련되어 있다.
뉴턴은 라이벌 과학자였던 로버트 훅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남보다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거장들이 연구를 하고, 또 많은 후배 과학자들은 그것들을 통해서
심오하고 참신한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지식의 한계가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거인들의 어깨에 설 것이고, 우리 사회도 계속해서 과학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진법 컴퓨터가 그 예다.

컴퓨터 시스템에 처음 이진법을 도입하여 컴퓨터 개발에 큰 기여를 한 과학자는
시스템 내의 "예" "아니오"를 표현하는 데에 100년 전 창조된 이진법이 적격일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의 공헌으로 우리는 지금 이진법에 기초한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가 이진법이라는 수학 개념을 알지 못했다면 현재의 컴퓨터 시스템의 개발은 조금 더 늦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시 새삼스럽게 느끼는 건 수학은 어느 분야에서든지 기여를 하고 있으니 절대로

포기하거나 떼어놓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수학공식이나 개념, 증명에 대해서 한 페이지의 그림과 한 페이지

이내의 설명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의외로 읽는 동안 여러 상상력을 자극한다.
내가 뫼비우스의 띠나 루빅 큐브에 대해 흥미롭게 읽고 다른 매체를 찾아가며
더 알아보려고 노력했던 것 처럼, 누군가는 이 책에을 읽으며 또 다른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고 조사를 더 해보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또 어떤 수학적 개념을 만들어낸 창시자, 그 개념의 이론, 그리고 현대 생활에서의 활용 현황 등을 이야기하는 구조인데,
단순히 수학공식만이 있는 게 아니라 일화가 담겨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수학을 '다시보기'를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아주 친절하고 유용하고 재미있는 책이니,
필요할 때 꺼내보며 읽어보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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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의 가문
시바 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역사를 바라보는 시바 료타로 앞에 드러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아주 좀스럽고 닫힌 의식을 가진 인물이다. 그의 나라 미카와의 기질과 규범이 그랬다. 이에야스는 그런 기질을 조장하고 권장하였다. 그런 가문의 규범이 오랜 세월 일본을 다스렸다. 그 세월은 평화로웠으나 사람들의 활기찬 기운을 억압하여 안으로 안으로만 움츠러들게 했다. <패왕의 가문>은 그런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이기도 하고, 오다 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인물들이 보여준 개방적이고 진취적 기질의 패퇴를 안타까워하는 글이기도 하다.

(역자 양억관. 2012년 10월)」



시바 료타로는 소설을 쓰는 처음에 도쿠가와 가가 간직했던 극단적 자기보존 정신과, 그의 권력적 사고법이 후대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소설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한다. 결국 소설은 이에야스가 죽은 시점에서 끝이 나게 됐지만 처음의 마음을 담아 <패왕의 가문>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그게 다소 역설적인 제목이 되었지 모르겠다고 평한다. (1973년 10월)


시바 료타로 선생이 그런 생각으로 제목을 지었다는 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알게 된 것이고, 제목에 대한 내 감상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천하의 주군 이에야스가 주인공인 <패왕의 가문> 속에선 물론 많은 가문들이 나온다. 이에야스가 존경한 다케다 신겐, 우호적으로 생각한 오다 노부나가, 천재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에야스의 가신들은 물론 이런 천하의 무장들, 그들의 가신까지. 많은 인물들의 '집안 이야기'가 소설 안에서 다루어진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어느 인물의 생애, 가문 이야기가 소설 전개를 방해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서술 방식 덕분에 하나의 단편 소설 안에서 그렇게나 많은 가문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


역시나 시바료타로 소설의 매력은 요즘 말로 '로비 활동'  서술에 있는 것 같다. 긴장감 넘치는 전투 장면 서술도 재미있지만 앉아서 벌이는 두뇌 싸움, 로비, 공작, 동맹과 배신, 스파이 활동 등등을 읽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나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지에서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반역을 당하던 그 때에 이에야스는 오다의 초대로 관서 산기슭의 아름다운 자연을 한가로이 만끽하고 있었던 이야기에 대한 서술이 매우 흥미로웠다. 오다의 죽음을 전해 들었을 때 낯선 땅에서 이에야스는 사생결단을 매우 호탕하게 내려 버린다. 그야말로 이에야스 다운 면모가 거기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아쉽게도 전투와 관련된 역학적 이야기는 이에야스가 오다 노부가쓰와 동맹을 맺고 히데요시를 치기 위해 치렀던 전투에서 거의 끝이 나있다. 그것도 '나가쿠테 전투(히데요시의 기습군이 '가르기 전법'으로 전투지가 아닌 비어있는 이에야스의 본토성을 치려고 기습했다가 패한 전투)'를 밀도있게 소개한 데에 비해, 노부가쓰의 배신과, 인질 교환 등으로 이어진 묘한 관계 정리 부분은 다소 김이 새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고는 전국 시대의 가장 큰 전쟁인 '세키가하라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바로 이에야스의 말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니 더욱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신흥 세력 무장으로서는 다테 마사무네가 마지막에 잠깐 등장한 것이 전부이다.


시바 료타로의 역사의식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호방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 좋게 평하가진 않은 듯 하다. 그런가하면 신으로 추앙받은 오다 노부나가에 대해서도 그렇게 찬란한 수식어를 동원하지는 않았는데, 그런 점을 보면 이에야스에 대해서는 중립적이지 않은 서술을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사실은 전국 시대의 마무리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더더욱 신흥세력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읽었지만 이에야스 시대의 전반적 흐름에 대해서 얕게 나마 알게 된 것 같아 그런대로 만족했다. 역시 정말 더 알고 싶다면 그의 장편 소설에 도전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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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 아들러가 가르쳐준 행복 제1법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엑스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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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가장 핫한 저자 중 한 사람인 기시미 이치로의 책이 또 나왔다.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제목의 이 책.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행복에 관한 관심은 현대 사회에 와서 절정에 이르렀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는데, 정작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서론에서부터 등장하는 단어 '행복 증후군'이란 단어가 그렇게 씁쓸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불행한 일을 겪어도 그게 다 '행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억지로 믿으려고 하는 자세인 행복 증후군. "실패에서 배우세요."라는 훌륭한 자세가 행복증후군으로 넘어가버리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 이렇게 따끔할 수가.

 

기시미 이치로는 철학과 심리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늘 고민했다고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선'과 '정의'를 위해 살고, 그것이 실현됐을 때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이나 정의는 사람 마다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니 잘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더 혼란스러워진다. 잘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고. 책은 초반부는 이런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p.217)>

 

저자 기시미의 어머니가 젊은 나이에 의식불명이 되어 타계한 경험은 기시미로 하여금 삶과 죽음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그가 철학과 심리학에 몰두하기 이전에 갖고 있던 난제는 "어차피 죽을 거라면 산다는 데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시미는 아들러 심리학을 접했다. 저자가 쓴 다른 <심리학 읽는밤>이나 <버텨내는 용기> 등의 책을 보면 기시미의 인생이 아들러 심리학으로 인해 얼마나 바뀌었는지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시미가 이번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에서 아들러 심리학은 물론 다양한 학자들의 문장을 빌려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어차피 죽을 건데 뭐" 라는 식의 허무주의에 빠지기 보다는 "그렇다면 살아가는 데 의미를 두자." 라는 것이다.

 

기시미는 그래서 죽음 보다는 삶 자체에 주목하기로 했다. 그리고 삶과 행복이라는 주제가 어우러져 행복하게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 질문하게 됐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답을 아들러 심리학에서 얻게 된다.

 

책을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행복이란 주제를 심리학으로 이야기 하게 되면 결국 사고 방식이 행복이라는 감정을 좌우하게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소개서가 이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책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엄연히 심리학과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계발서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기시미 자신의 인생 경험과, 아들러 심리학, 기타 철학들이 어우러져  쉽게 써내려 가고 있다. 법정 스님의 책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확실히 <아들러 심리학 읽는 밤>은 아들러 심리학 이론에 보다 중점을 둔 책이었는데,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은 저자 나름의 행복론을 가벼운 문체로 써내려가고 있다.

 

<인간은 단순히 경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p.39)>

 

기시미 이치로가 전작에서 자세히 소개했던 아들러 심리학 이론은 크게 3요소로 구성될 수 있는데, 이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에서도 언급이 된다.

 

1. 자기인식: 나는 누구인가.

2. 세계인식: 나와 세상의 관계는 어떠한가.

3. 자기이상: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아들러는 이 세가지에 대해 어떻게 사고하는가를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불렀다. 본문에서도 나오지만 굳이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한 것은 얼마든지 자기 마음 먹기에 따라 사고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와 인생과 나 자신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는 것을 아들러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 3요소를 가지고 우리가 '불행한 이유'를 이야기 한다. 어떤 사람은 굴절된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고 있거나, 특정 트라우마에 갇혀 버려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한정짓고, 실패할 때마다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과정들이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기시미는 그런 태도를 가지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한 번 밑바닥에서부터 제대로 관찰한 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자기 이상을 갖는 태도가 보다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의 꿈을 실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다양한 이유에 사로잡혀 있다." (p.181)>

 

우리는 학교에서,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늘 곤혹을 겪는다. 예전에 법정 스님 강연회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법정스님한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문제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였던 걸로 기억한다. 기시미 이치로가 말하는 아들러 심리학에 의하면 타인을 일단 '적'으로 인식해버리는 태도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한다. 타인은 얼마든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인데 그의 나쁜 면만 바라보면서 적대시하는 태도가 우리 몸에 붙게 되는 것이다. 그건 성장 환경 탓일 수도 있고, 나약한 마음가짐, 신경질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다. 아들러가 가장 주목한 것이 세계를 보는 시선이었다. 

 

 

요약하자면, 기시미 이치로는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대인들을 '카운셀링'하고 있다. 보다 행복한 삶은 사고방식에 달려있는데, 특히 아들러가 말하는 3요소에 주목해서 사고 방식을 건강하게 바꿔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는 자기 자신이 부여하는 것이다. (p.215)>

 기시미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결국 아들러가 말하고자 했던 그것이다. 인생의 의미는 자기가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이 자칫 서론에서 언급했던 '행복 증후군'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기시미는 서론에서 행복 증후군을 경계하는 것 처럼 말했는데, 그가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도 결국 '사고방식의 전환'이니 말이다. 뭐든지 과하면 문제라고, 아들러 심리학의 3요소를 바탕으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볼 때 너무 억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 

 

책 속의 소제목 또한 기억에 남는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다." 행복을 어떤 '선'을 이루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다른 것들을 망각하게 된다. 부유한 사람들이 부유하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닌 것 처럼. 아들러가 말하는 '사고의 전환'으로는 손에 만져지는 완연한 형태의 행복을 느끼기란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식하지는 못해도, 편안하고 온화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란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셀러. 다작. 거기엔 어찌됐든 의미가 있다. 그는 확실히 이 시대의 핫토픽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번 책도 전작과 비슷한 점이 있긴 하지만, 분명히 이 책만의 매력이 느껴진다.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에 와 닿는 일화와 명언들이 있어, 책에 표시하게 된다. 책 제목에 "아들러가 가르쳐준 행복 제 1법칙"이라고 써있는데, 2법칙, 3법칙이 나온다면 (혹시라도) 또 관심을 갖고 읽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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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회사에서 인정받는가 - 회사와 상사를 팬으로 만드는 A플레이어
박태현 지음 / 책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2015.2.16-2015.2.17

이 책에서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소개하는 것 세가지는 1. 역량, 2. 열정, 3. 상호관계이다.
첫장부터 흥미로운 용어가 등장한다. A플레이어. A플레이어는 3가지 요소를 모두 고루 갖춘 인재이다. B플레이어는 3개 중 2개는 갖추고 있다. C플레이어는 세개 중 그나마 하나만 갖춘 직원이다. 당연히 직장 상사는 A플레이어를 좋아한다. 상사만이 아니라 동료 직원들도 A플레이어와 일하길 원한다. 이 책은 A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직장 생활 곳곳에서 실전적으로 행할 수 있는 자기 발전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1. 역량
역량이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사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일은 더럽게 오지게 못하면서 그나마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착한 게 더 무섭다. 세 가지 요소 중 사실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역시 역량이 아닌가 싶다.
역량을 개발하는 것은 자기 계발과는 다르다. 자기 계발은 주로 흥미나 취미 위주의 활동을 말하고, 역량 개발은 실제적으로 업무와 직결되는 기술을 습득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 즉 '커리어골'을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찾아보아야 한다. 어디에나 기회는 있다.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것 같다면 적극적으로 그 곳에 찾아가야 한다. 세미나, 학회, 포럼 등은 언제나 문전성시다. 모두 역량을 키워보겠다고 기웃거린다. 진짜로 목표가 제대로 서 있다면 보다 적재적소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다양한 연습을 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라고 조언한다.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직장에서 하는일은 모두 역량을 키우고 커리어와 경력을 발전시키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도 허투로 읽어서 안된다. 줄 그어가며 읽고, 읽는 데 걸린 시간 만큼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내용이 머릿 속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서작성, 프레젠테이션 등의 작업은 자기 자신을 PR함과 동시에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작성 하기 전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분명히 하고, 언제나 쉽고 간결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도움이 되었던 조언은 "커리큘럼 비타를 작성하라"라는 것이었다. 일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때 그 때 깨닫는 바도 많고 스스로 성장하는 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생생한 에너지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효과적인 경력 관리를 위해 성과를 모두 커리큘럼 비타 안에 적어 놓음으로써 소중한 경험을 보존해놓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올 해 초 Annual meeting 때 작년 한해 성과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뭘 적어야하나 고민했었더랬다. 분명히 한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은 한해였건만. 작은 것 하나라도 적어놓고 곱씹어보는 기회를 앞으로 가져야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2. 열정
의욕이 역량보다도 사실 더 중요하다는 뉘앙스로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아무리 일을 잘 해도 의욕이 없다면 결국 회사를 때려치우고 말지 않겠는가. 언제나 일은 화이팅 넘치게 하려고 노력할 것. 남들보다 머너 일하고 먼저 끝내야 한다. 이루고자 하는 게 클수록 고생이 따른다, 돌아가려고 꾀 부려선 안된다. 하고 있는 업무의 필요성, 그 과정 등에 대해 늘 스스로 두뇌를 활용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늘 성과를 가시적으로 창출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느끼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늘 일이 쉽게 굴러가진 않는다. 상처받거나 좌절할 때도 생긴다. 상처받았더라도 긍정적인 태도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차피 낙심해 있는다고 나아질 건 하나도 없다. 정말로. 좌절해버려서 바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의욕 안 생기는 일을 그만두고 진짜 적성 찾아 떠나는 건 존중해줘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목표도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 생각없이 그만두는건 역시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직장에 기여하지 않는 사람은 인정받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직장에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고 직장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3. 상호관계
아아.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지. 사실 회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늘 인간관계다. 거래처든, 직장 상사든, 동료든. 그러니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소에서 이 상호관계가 절대로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이 책이 내거는 제목은 강렬하다. '절대 적으로 만들지 마라'. 상사와 싸워서 안 된다. 상사는 으레 늘 잘 맞지 않기 마련이지만, 그를 설득하고 협의할 수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상사를 만나든 긍정적인 관계를 가져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상사의 입장을 헤아려보고 그의 고민에 공감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때론 (너무 사바사바 하는 거 같지만) 상사와 공통관심사를 가져 대화의 폭을 넓히는것도 좋다.
때로는 자기가 상사가 될 수도 있다. 인심을 잃지 않기 위해선 모두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 공로는 모두에게 돌리는 것도 중요하다. 모두 다 같이 한 프로젝트의 공로를 책임자라고 해서 혼자만 가져가서는, 다른 모든 이들의 의욕을 깎아먹게 될 게 뻔하다. 인심은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한다. .
험담을 일삼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물론 본인이 험담을 먼저 늘어놔서도 안되고. 이기적이거나 수동적이거나 또는 자포자기한 스타일, 부도덕한 인간 유형.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언제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를 갖는 건, 인간관계만이 아니라 업무에있어서도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책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주장하는 바와 그걸 뒷받침하는 근거, 또는 관련 사례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문장이 깔끔하고 어지럽지 않아 속도감 있게 읽힌다. 언제가 읽었던 어떤 자기계발서는 주제와 전혀 벗어난 이야기들만 조잡하게 늘어놓아서 읽는 내내 눈쌀이 찌푸려지던 게 있었는데. 이 책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나름대로 요목조목 조리있게 정리한 듯한 느낌이 든다.

주장하고 있는 내용 자체는 사실 기발하다거나 무릎을 칠 만큼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고 쉬운 내용들이다. 그런데도 일부러 그런 걸 정리해서 알려주는 게 자기계발서의 역할이지 않나 생각한다(학술도서가 아니라고 납득하면서....).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보고 자기 직장생활을 돌아보는 데 활용할만하단 생각이 든다. 특히 지금 일이 안 풀리는 상황이라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말한다. 누구나 A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자신의 역량에 한계만 두지 않는다면. 그리고 방법을 연구/공부하고 끊임없이 추진해 나가며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발전과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책을 읽는 데 그치는게 아니라, 책에서 배우고 느낀 걸 실제로 업무 활동에 적용시켜 보는 것일 것이다.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일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인재상'에서 벗어나 있는지 보고, 개선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작년 한해, 나도 업무와 인간관계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내가 이미 체험하고 느꼈던 것들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역시 직접 몸으로 익히고 배우는 게 더 기억에 남고 중요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지난 경험에 대해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난 더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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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해체
스티브 사마티노 지음, 김정은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산업기반경제가 테크놀로지 기반의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 제조와 경제의 시스템만이 아니라 교육, 미디어 등 인간이 영유하는 모든 것이 이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들이 새로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 책은 사회 전반에 걸쳐 테크놀로지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소개한다. 그 변화의 흐름에 맞춘 새로운 전략의 비법을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변화의 형태와 그것이 가져올 철학적 의미 등을 심도있게 고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인터넷, 3D 프린팅. 이 두가지 기술은 기존의 산업을 해체 시킨다. 기술의 변화는 결국 비지니스 계의 4Ps(제품, 가격, 유통경로, 촉진)를 변화시킨다. 이제 개인은 보다 많은 교류 기회를 갖게 됐고,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3D 프린팅은 공장을 아예 집 안으로 옮겨온다. 보급된 기술은 점점 더 가격이 싸지고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더욱 다양한 경로로 우리는 전 세계와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젠 소비자도 인터넷을 통해 가격을 비교 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됐다. SNS 에서는 원하는 브랜드의 광고만 '좋아요'를 통해 선택 수신할 수 있으니, 마케팅의 방법도 변화해가고 있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결국 기업은 개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각 개인이 창의적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무조건 많이 팔아 이득을 남기는 기존의 소매업의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보급이 우리 일상생활의 어느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는 이런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인재상에 대해 이야기 먼저 이야기 한다. 수직적으로 한 우물만 파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질적인 기술을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있는 수평적 인재가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이 의견에 처음에 나는 좀 의구심을 품었다. 이제 개인은 수평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 역량을 펼칠 기회가 많아진다. 근데 이게 좋은 것인가? 수평으로 영역을 펼쳐나갈수록 경쟁자는 더 늘어난다. 그건 결국 나의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 아닌가. 결국 내가 뛰어다녀야 할 곳만 더 늘어날 뿐, 내가 차지할 파이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 것 아닌가. 그러나 저자의 여기에 대해 구체적인 전략을 던지진 않는다. 그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보다 수평적으로 역량을 넓힐 수 있다' 라고 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하는 데 그친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가치적인 판단은 일단 뒤로 보류해두고. 아무튼, 저자는 내게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았는가. 기존에는 비정규 프리랜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젠 그것도 나름대로 커리어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아무튼, 저자는 이어서 수평적 인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산업혁명에 기초한 교육 구조도 바뀌어가야 함을 시사한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기술이 가져오는 새 물결에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소개되는 게 3D 프린팅 기술이다. 앞에서 말한 것 처럼 이 기술은 홈오피스를 홈공장으로까지 발전시킨다. 그러는 동안 기존의 소매업 매장들은 이제 '물건 판매'가 아니라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이 이렇게까지 총체적으로 비즈니스의 시스템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니, 그 가능성에 새삼 놀라게 된다. TV에서만 보던 3D 프린팅을 온 가정이 소유하게 되는 시대가 오면(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고) 지금과 전혀 다른 사회에서 살게될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의 발전은 사람과 사물의 유기적 연결 또한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유비쿼터스가 실현되는 것이다. 모든 종류의 인간과 사물이 연결되면 당연히 기업의 판매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비콘' 기술은 소비자가 제품에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면, 장치를 통해 소비자가 보유한 기기에 상품 정보와 구매 혜택 관련 정보를 송신해준다. 이건 말하자면 '플랫폼'이고. 이러한 형태의 기술은 얼마든지 또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게임 이론'을 언급한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SNS가 등장하면서 게임 산업도 소셜 기능이 더해져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게임 룰을 만들어냈다. 팜빌같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형태의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모든 일상 생활에 '게임 이론'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일상생활에서의 활동들에 Goal이 설정되고, 활동은 기기를 통해 추적되어 점수화된 후 목표 달성 시 보상이 주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오늘 4km를 걷는다면 은행 이자를 더 받게 된다' 라고 하는 상품과 같이. 생활에 다양한 인센티브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저자가 개발에 참여한 '레고카'를 꼭 유투브에서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루마니아의 한 천재 소년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 그들은 레고엔진을 장착한 레고카를 만들어 공기로 움직이는 차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결국 자동차를 발명하는 데 성공한다. 이들이 단순히 '해보고 싶다'라는 욕구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시사한다. 이제 과학자들은 전세계 투자자들과 만날 보다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SNS 를 이용한 마케팅은 확산과 확산을 거듭해 예상보다 큰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다양한 목적이 다양한 형태로 구현됨으로써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이루어진다(이러한 기술은 효용성을 떠나서 개발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저자는 실제로 레고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발전이 비즈니스에 가져온 혁명을 몸소 체험하고 증명한 것이다. 그의 이 프로젝트 결과는 뉴스 단독 인터뷰로까지 보도될 정도로 굉장한 반응을불러일으켰다.

저자는 해킹과 사생활 침해라는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옛날부터 줄곧 있어왔다. 기술의 지나친 개발이 결국 인간사회를 파괴시킬 수 있음에 대하 경계심을 드러낸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 그러나 저자는 시선을 조금 바꿔볼 것을 제안하는 듯 하다. SNS 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고 이것은 사생활 감소로 이어진다. SNS에 올라가는 사생활은 더이상 기존에 우리가 지칭하던 사생활과 다른 것이 된다. 공공연하면서도 사적인 것으로 변모한다. 우리는 비밀과 사생활을 구분하는 문화를 조성해나가면서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 커뮤니케이션의 유용성을 선택한 만큼 '사생활'에 대한 기존 개념을 재정립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을 법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상에서 공개의 권한은 철저히 개인에게 주어져야 한다.


저자의 최종적 메세지는 이러하다. 테크놀로지 산업은 이미 도래했다. 그에 따라 우리 생활, 사회, 경제에서의 상호관계, 구조도 빠르게 변하하고 있고, 그 속도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물리적으로든 비물리적으로든). 기업은 이러한 흐름을 깨닫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며 그 흐름에 편승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를 면밀히 탐색한 그 통찰력에도 감탄했지만. 저자의 문장력에도 또한 감탄했다. 그의 문장은 명확하고 확고하며 무엇보다도 재치있다. 글을 쓸 때 힘든 것 중 하나가 적절한 단어를 찾는 건데. 그가 선택한 단어들은 그의 높은 지성을 더욱 값지게 증명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전문적이면서(그런데도 전혀 이해하기 어려지가 않다) 고급스럽다. 각 챕터에는 마지막에 "무엇이 해체되고 있는가" "이것이 비즈니스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라는 두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을 통해 챕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단 두 문장으로. 아는 것을 잘 풀어 설명하는 것도 잘하는데. 두 문장에 함축시키는 것도 아주 능수능란하다. 그에게는 분명 '알기 쉽게 글을 쓰는 재주'가 있는가보다.

그러니 올해 들어 읽은 첫 '학술도서'라는 점도 더해서 아주 깊은 인상을 받은 책이 되었다. 보통 이러 분야에서는 좋아하는 작가가 없는데. 스티브 사마티노의 작품이라면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가올 산업 해체의 시대의 모습을 알게되고보니, 나도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 다양한 것들을 공부하고 이해해서 다가올 변화에 즐겁게 적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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