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 아들러가 가르쳐준 행복 제1법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엑스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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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가장 핫한 저자 중 한 사람인 기시미 이치로의 책이 또 나왔다.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제목의 이 책.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행복에 관한 관심은 현대 사회에 와서 절정에 이르렀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는데, 정작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서론에서부터 등장하는 단어 '행복 증후군'이란 단어가 그렇게 씁쓸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불행한 일을 겪어도 그게 다 '행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억지로 믿으려고 하는 자세인 행복 증후군. "실패에서 배우세요."라는 훌륭한 자세가 행복증후군으로 넘어가버리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 이렇게 따끔할 수가.

 

기시미 이치로는 철학과 심리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늘 고민했다고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선'과 '정의'를 위해 살고, 그것이 실현됐을 때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이나 정의는 사람 마다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니 잘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더 혼란스러워진다. 잘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고. 책은 초반부는 이런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p.217)>

 

저자 기시미의 어머니가 젊은 나이에 의식불명이 되어 타계한 경험은 기시미로 하여금 삶과 죽음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그가 철학과 심리학에 몰두하기 이전에 갖고 있던 난제는 "어차피 죽을 거라면 산다는 데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시미는 아들러 심리학을 접했다. 저자가 쓴 다른 <심리학 읽는밤>이나 <버텨내는 용기> 등의 책을 보면 기시미의 인생이 아들러 심리학으로 인해 얼마나 바뀌었는지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시미가 이번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에서 아들러 심리학은 물론 다양한 학자들의 문장을 빌려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어차피 죽을 건데 뭐" 라는 식의 허무주의에 빠지기 보다는 "그렇다면 살아가는 데 의미를 두자." 라는 것이다.

 

기시미는 그래서 죽음 보다는 삶 자체에 주목하기로 했다. 그리고 삶과 행복이라는 주제가 어우러져 행복하게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 질문하게 됐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답을 아들러 심리학에서 얻게 된다.

 

책을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행복이란 주제를 심리학으로 이야기 하게 되면 결국 사고 방식이 행복이라는 감정을 좌우하게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소개서가 이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책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엄연히 심리학과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계발서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기시미 자신의 인생 경험과, 아들러 심리학, 기타 철학들이 어우러져  쉽게 써내려 가고 있다. 법정 스님의 책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확실히 <아들러 심리학 읽는 밤>은 아들러 심리학 이론에 보다 중점을 둔 책이었는데,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은 저자 나름의 행복론을 가벼운 문체로 써내려가고 있다.

 

<인간은 단순히 경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p.39)>

 

기시미 이치로가 전작에서 자세히 소개했던 아들러 심리학 이론은 크게 3요소로 구성될 수 있는데, 이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에서도 언급이 된다.

 

1. 자기인식: 나는 누구인가.

2. 세계인식: 나와 세상의 관계는 어떠한가.

3. 자기이상: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아들러는 이 세가지에 대해 어떻게 사고하는가를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불렀다. 본문에서도 나오지만 굳이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한 것은 얼마든지 자기 마음 먹기에 따라 사고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와 인생과 나 자신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는 것을 아들러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 3요소를 가지고 우리가 '불행한 이유'를 이야기 한다. 어떤 사람은 굴절된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고 있거나, 특정 트라우마에 갇혀 버려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한정짓고, 실패할 때마다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과정들이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기시미는 그런 태도를 가지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한 번 밑바닥에서부터 제대로 관찰한 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자기 이상을 갖는 태도가 보다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의 꿈을 실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다양한 이유에 사로잡혀 있다." (p.181)>

 

우리는 학교에서,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늘 곤혹을 겪는다. 예전에 법정 스님 강연회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법정스님한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문제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였던 걸로 기억한다. 기시미 이치로가 말하는 아들러 심리학에 의하면 타인을 일단 '적'으로 인식해버리는 태도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한다. 타인은 얼마든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인데 그의 나쁜 면만 바라보면서 적대시하는 태도가 우리 몸에 붙게 되는 것이다. 그건 성장 환경 탓일 수도 있고, 나약한 마음가짐, 신경질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다. 아들러가 가장 주목한 것이 세계를 보는 시선이었다. 

 

 

요약하자면, 기시미 이치로는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대인들을 '카운셀링'하고 있다. 보다 행복한 삶은 사고방식에 달려있는데, 특히 아들러가 말하는 3요소에 주목해서 사고 방식을 건강하게 바꿔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는 자기 자신이 부여하는 것이다. (p.215)>

 기시미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결국 아들러가 말하고자 했던 그것이다. 인생의 의미는 자기가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이 자칫 서론에서 언급했던 '행복 증후군'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기시미는 서론에서 행복 증후군을 경계하는 것 처럼 말했는데, 그가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도 결국 '사고방식의 전환'이니 말이다. 뭐든지 과하면 문제라고, 아들러 심리학의 3요소를 바탕으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볼 때 너무 억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 

 

책 속의 소제목 또한 기억에 남는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다." 행복을 어떤 '선'을 이루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다른 것들을 망각하게 된다. 부유한 사람들이 부유하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닌 것 처럼. 아들러가 말하는 '사고의 전환'으로는 손에 만져지는 완연한 형태의 행복을 느끼기란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식하지는 못해도, 편안하고 온화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란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셀러. 다작. 거기엔 어찌됐든 의미가 있다. 그는 확실히 이 시대의 핫토픽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번 책도 전작과 비슷한 점이 있긴 하지만, 분명히 이 책만의 매력이 느껴진다.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에 와 닿는 일화와 명언들이 있어, 책에 표시하게 된다. 책 제목에 "아들러가 가르쳐준 행복 제 1법칙"이라고 써있는데, 2법칙, 3법칙이 나온다면 (혹시라도) 또 관심을 갖고 읽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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