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해체
스티브 사마티노 지음, 김정은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산업기반경제가 테크놀로지 기반의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 제조와 경제의 시스템만이 아니라 교육, 미디어 등 인간이 영유하는 모든 것이 이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들이 새로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 책은 사회 전반에 걸쳐 테크놀로지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소개한다. 그 변화의 흐름에 맞춘 새로운 전략의 비법을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변화의 형태와 그것이 가져올 철학적 의미 등을 심도있게 고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인터넷, 3D 프린팅. 이 두가지 기술은 기존의 산업을 해체 시킨다. 기술의 변화는 결국 비지니스 계의 4Ps(제품, 가격, 유통경로, 촉진)를 변화시킨다. 이제 개인은 보다 많은 교류 기회를 갖게 됐고,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3D 프린팅은 공장을 아예 집 안으로 옮겨온다. 보급된 기술은 점점 더 가격이 싸지고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더욱 다양한 경로로 우리는 전 세계와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젠 소비자도 인터넷을 통해 가격을 비교 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됐다. SNS 에서는 원하는 브랜드의 광고만 '좋아요'를 통해 선택 수신할 수 있으니, 마케팅의 방법도 변화해가고 있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결국 기업은 개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각 개인이 창의적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무조건 많이 팔아 이득을 남기는 기존의 소매업의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보급이 우리 일상생활의 어느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는 이런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인재상에 대해 이야기 먼저 이야기 한다. 수직적으로 한 우물만 파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질적인 기술을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있는 수평적 인재가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이 의견에 처음에 나는 좀 의구심을 품었다. 이제 개인은 수평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 역량을 펼칠 기회가 많아진다. 근데 이게 좋은 것인가? 수평으로 영역을 펼쳐나갈수록 경쟁자는 더 늘어난다. 그건 결국 나의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 아닌가. 결국 내가 뛰어다녀야 할 곳만 더 늘어날 뿐, 내가 차지할 파이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 것 아닌가. 그러나 저자의 여기에 대해 구체적인 전략을 던지진 않는다. 그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보다 수평적으로 역량을 넓힐 수 있다' 라고 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하는 데 그친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가치적인 판단은 일단 뒤로 보류해두고. 아무튼, 저자는 내게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았는가. 기존에는 비정규 프리랜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젠 그것도 나름대로 커리어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아무튼, 저자는 이어서 수평적 인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산업혁명에 기초한 교육 구조도 바뀌어가야 함을 시사한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기술이 가져오는 새 물결에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소개되는 게 3D 프린팅 기술이다. 앞에서 말한 것 처럼 이 기술은 홈오피스를 홈공장으로까지 발전시킨다. 그러는 동안 기존의 소매업 매장들은 이제 '물건 판매'가 아니라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이 이렇게까지 총체적으로 비즈니스의 시스템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니, 그 가능성에 새삼 놀라게 된다. TV에서만 보던 3D 프린팅을 온 가정이 소유하게 되는 시대가 오면(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고) 지금과 전혀 다른 사회에서 살게될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의 발전은 사람과 사물의 유기적 연결 또한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유비쿼터스가 실현되는 것이다. 모든 종류의 인간과 사물이 연결되면 당연히 기업의 판매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비콘' 기술은 소비자가 제품에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면, 장치를 통해 소비자가 보유한 기기에 상품 정보와 구매 혜택 관련 정보를 송신해준다. 이건 말하자면 '플랫폼'이고. 이러한 형태의 기술은 얼마든지 또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게임 이론'을 언급한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SNS가 등장하면서 게임 산업도 소셜 기능이 더해져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게임 룰을 만들어냈다. 팜빌같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형태의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모든 일상 생활에 '게임 이론'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일상생활에서의 활동들에 Goal이 설정되고, 활동은 기기를 통해 추적되어 점수화된 후 목표 달성 시 보상이 주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오늘 4km를 걷는다면 은행 이자를 더 받게 된다' 라고 하는 상품과 같이. 생활에 다양한 인센티브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저자가 개발에 참여한 '레고카'를 꼭 유투브에서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루마니아의 한 천재 소년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 그들은 레고엔진을 장착한 레고카를 만들어 공기로 움직이는 차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결국 자동차를 발명하는 데 성공한다. 이들이 단순히 '해보고 싶다'라는 욕구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시사한다. 이제 과학자들은 전세계 투자자들과 만날 보다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SNS 를 이용한 마케팅은 확산과 확산을 거듭해 예상보다 큰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다양한 목적이 다양한 형태로 구현됨으로써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이루어진다(이러한 기술은 효용성을 떠나서 개발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저자는 실제로 레고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발전이 비즈니스에 가져온 혁명을 몸소 체험하고 증명한 것이다. 그의 이 프로젝트 결과는 뉴스 단독 인터뷰로까지 보도될 정도로 굉장한 반응을불러일으켰다.

저자는 해킹과 사생활 침해라는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옛날부터 줄곧 있어왔다. 기술의 지나친 개발이 결국 인간사회를 파괴시킬 수 있음에 대하 경계심을 드러낸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 그러나 저자는 시선을 조금 바꿔볼 것을 제안하는 듯 하다. SNS 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고 이것은 사생활 감소로 이어진다. SNS에 올라가는 사생활은 더이상 기존에 우리가 지칭하던 사생활과 다른 것이 된다. 공공연하면서도 사적인 것으로 변모한다. 우리는 비밀과 사생활을 구분하는 문화를 조성해나가면서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 커뮤니케이션의 유용성을 선택한 만큼 '사생활'에 대한 기존 개념을 재정립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을 법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상에서 공개의 권한은 철저히 개인에게 주어져야 한다.


저자의 최종적 메세지는 이러하다. 테크놀로지 산업은 이미 도래했다. 그에 따라 우리 생활, 사회, 경제에서의 상호관계, 구조도 빠르게 변하하고 있고, 그 속도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물리적으로든 비물리적으로든). 기업은 이러한 흐름을 깨닫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며 그 흐름에 편승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를 면밀히 탐색한 그 통찰력에도 감탄했지만. 저자의 문장력에도 또한 감탄했다. 그의 문장은 명확하고 확고하며 무엇보다도 재치있다. 글을 쓸 때 힘든 것 중 하나가 적절한 단어를 찾는 건데. 그가 선택한 단어들은 그의 높은 지성을 더욱 값지게 증명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전문적이면서(그런데도 전혀 이해하기 어려지가 않다) 고급스럽다. 각 챕터에는 마지막에 "무엇이 해체되고 있는가" "이것이 비즈니스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라는 두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을 통해 챕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단 두 문장으로. 아는 것을 잘 풀어 설명하는 것도 잘하는데. 두 문장에 함축시키는 것도 아주 능수능란하다. 그에게는 분명 '알기 쉽게 글을 쓰는 재주'가 있는가보다.

그러니 올해 들어 읽은 첫 '학술도서'라는 점도 더해서 아주 깊은 인상을 받은 책이 되었다. 보통 이러 분야에서는 좋아하는 작가가 없는데. 스티브 사마티노의 작품이라면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가올 산업 해체의 시대의 모습을 알게되고보니, 나도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 다양한 것들을 공부하고 이해해서 다가올 변화에 즐겁게 적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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