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잡는 비주얼 수학책 - 피타고라스에서 프랙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수학 지식 50 30초 핵심 과학 공부 시리즈
리처드 브라운 외 지음, 전대호 옮김 / 궁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유클리드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유클리드의 제자가 기하학 수업 중 유클리드에게 당돌하게 질문했다.
"기하학을 배워 어디에 써먹겠단 말입니까?"
유클리드는 학생에게 동전 한닢을 주고 학생을 내보냈다.
학생이 지식의 보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겠는가,

이러한 질문은 나도 학창시절에 수학 선생님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그 때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잊어버렸다.
가장 심플하고도 오묘한 답변은 "수학을 배운 사람과 배우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차이가 난다." 일 거 같다. 어느 면에서든지간에.

 

그런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책이 이 <개념잡는 비주얼 수학책>이 아닐까.

저자 리처드 브라운은 존스홉킨스대학 수학과 학과장이다.
그는 수학에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유용성이 있지만
그것들과 무관한 수학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그런 주장도 분명히 납득할 수 있지만, 
이 책을 읽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수학이 우리 세계를 이루는 건축물, 다리, 자동차,

물건 등 곳곳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저자가 말한 수학 자체의 아름다움이란 게 뭔가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껴보고 싶었다.
마치 수학을 처음 배운 사람처럼, 위대한 공식을 처음 발견한 시대에 사는 사람이었던 것 처럼
모든 걸 파격적으로 신선하게 느껴보려 했다.
(물론 노력 안 해도 대부분의 것들은 익숙하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의 첫 부분부터 턱턱 막혀오기 시작한다.
가장 싫어하는 '실수 허수' 개념이 튀어나왔고, 무한, 지수, 미적분학 등
수식과 숫자가 넘쳐나는 부분들이 마구 등장하니
평면적인 뇌가 적응을 하는 데 깨나 어려움을 겪는 게 느껴졌다.
이걸 내가 고등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배웠었는데, 역시 잊고 있다보니 뇌가 말랑해져있었던 모양이다.



이후 통계부분으로 넘어간다. 이 부분이라면 좀 더 익숙하다.
게임이론, 평균의 법칙, 베이즈의 정리 등 익숙한 개념이 나오니
점점 책에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드디어 들기 시작했다.



통계 이야기가 끝나고 기하학과, 도형, 명제와 증명 부분으로 넘어가기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덕분에 책을 읽는 게 훨씬 흥미롭고 즐거운 과정이 되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3차원 공간에서 도형의 모양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그 중 하나가 '뫼비우스의 띠'다.
지금은 웬만한 사람이 다 뫼비우스의 띠에 대해 알고 있겠지만,
뫼비우스의 띠가 처음 고안되었던 시기에는 남녀노소 모두 이 신비로운 도형에 매료되었다.
이 도형은 한 면과 한 변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띠의 가운데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면 놀랍게도 띠 2개가 생기는 게 아니라 띠 1개가 생긴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눈 앞에서 보여지는 게 다른 뫼비우스 띠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었을 그 당시 사람들의 기분을
현대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는 루빅 큐브다.
수학책 안에서 루빅 큐브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루빅 큐브를 몇 초 안에 빠르게 조립하는 묘기를 인터넷과 TV 등에서 간혹 보곤 한다.
그런데 루빅 큐브는 수학적으로 20번 이내의 조립을 통해 완성할 수 있다고 증명된다고 한다.
책 본문에서는 "큐브의 면 여섯 개는 각각 독립적으로 회전할 수 있으며" 라는 문단 하나가

나오는데, 이 문단에 꽂혀 갑자기 루빅 큐브의 내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유투브에는 루빅 큐브 빠르게 맞추기에 대한 영상이 무수히 넘쳐날테지만
그와 비교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큐브 내부의 구조에 대해 궁금해할까?
(실제로 관련 영상도 그리 많지 않다.)

 

 

 

오리가미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도형에 관심이 있는 수학자들은 오리가미(일본의 종이접기 놀이)의 기하학적 기술에 주목했다.
이 단순한 종이접기 놀이가 공학적으로 활용된 부분이 자동차 에어백이다. 과학자들은 에어백을 자동차에 장착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백 접기 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오리가미는 또한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나

우주망원경에 쓰이는 플라스틱 렌즈 등에도 적용되었다.

 

(오리가미 기술은 우주 망원경, 태양열판넬 등을 접는 데 적용되었고,

공학적인 측면은 물론 공간 절약에 있어서도 실용적이다.

*이미지 출처: aoki-sekkei의 블로그 http://aokisekkei.exblog.jp/12828432)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나요?" 혹은
"기하학이 어디에 쓸모가 있단 말입니까?"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루빅 큐브 장난감 개발이나 오리가미 활용처가 좋은 설명이 되지 않을까.
 


저자가 말한 것 처럼 실용성만이 수학의 멋진 점은 아니다. 사람들은 수학 그 자체가 보여주는 희한한 결과물에 대해 굉장히 놀란다.
'페르마의 정리'가 그렇다. 페르마의 정리에서 얻을 수 있는 실용적인 이득은 딱히 없다.
그런데도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기 까지는 3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많은 수학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수적 수론'이라는 분야가 탄생하기도 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1994년에 영국 수학자 앤드류 와일스에 의해 최초로 발표되었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와일스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증명에 도달했다. (p.139)"

 

 

(뉴턴의 로버트 훅에게 한 유명한 말)


이 책에서 관용어처럼 쓰인 '거인 어깨 위'라는 말은 뉴턴의 일화와 관련되어 있다.
뉴턴은 라이벌 과학자였던 로버트 훅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남보다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거장들이 연구를 하고, 또 많은 후배 과학자들은 그것들을 통해서
심오하고 참신한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지식의 한계가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거인들의 어깨에 설 것이고, 우리 사회도 계속해서 과학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진법 컴퓨터가 그 예다.

컴퓨터 시스템에 처음 이진법을 도입하여 컴퓨터 개발에 큰 기여를 한 과학자는
시스템 내의 "예" "아니오"를 표현하는 데에 100년 전 창조된 이진법이 적격일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의 공헌으로 우리는 지금 이진법에 기초한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가 이진법이라는 수학 개념을 알지 못했다면 현재의 컴퓨터 시스템의 개발은 조금 더 늦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시 새삼스럽게 느끼는 건 수학은 어느 분야에서든지 기여를 하고 있으니 절대로

포기하거나 떼어놓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수학공식이나 개념, 증명에 대해서 한 페이지의 그림과 한 페이지

이내의 설명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의외로 읽는 동안 여러 상상력을 자극한다.
내가 뫼비우스의 띠나 루빅 큐브에 대해 흥미롭게 읽고 다른 매체를 찾아가며
더 알아보려고 노력했던 것 처럼, 누군가는 이 책에을 읽으며 또 다른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고 조사를 더 해보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또 어떤 수학적 개념을 만들어낸 창시자, 그 개념의 이론, 그리고 현대 생활에서의 활용 현황 등을 이야기하는 구조인데,
단순히 수학공식만이 있는 게 아니라 일화가 담겨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수학을 '다시보기'를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아주 친절하고 유용하고 재미있는 책이니,
필요할 때 꺼내보며 읽어보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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