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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평점 :

아무리 전자책이 발달을 하고 태블릿이니 전자책 디바이스로 책을 보기위한 플랫폼과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졌다고 해도(참고로 밀리의 서재를 3개월 구독중이다), 내가 여전히 인쇄된 서적을 좋아하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인쇄된 서적을 읽는 순간은 오롯이 책과 대화하는 독립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으로 서적을 보는 도중 울리는 알람과 방전되는 디바이스의 배터리를 보면, 나는 여러가지를 함께하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또 하나는, 완성된 단행본을 손에 쥐었을때의 촉감,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때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몰입의 순간 어느새 지나쳐 있는 페이지는,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난 기분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 주말 한 여행서적을 쥐자마자, 부드러운 비단을 쥐는 듯한 촉감을 선사한 서적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스냅사진가이자 45만 유투버로 알려져있는(사실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슛뚜 작가의 영국, 일본, 아이슬란드, 프랑스, 스페인, 인도네시아, 포르투갈에서
맞이한 여행의 순간에 대한 짧은 기록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특정 테마가 없는 여행기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테마가 있는 여행기, 예를 틀면 아르헨티나라면
탱고, 스페인이면 박물관, 프랑스라면 와인이라면 이는 내가
가보고 경험해보지 못한 여행과 배움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서적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여행에 앞서 준비를 하기위한 도움을 주지만, 그게 아닌 여행의 일상을 담은 서적들은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라면 공감대를 찾기 힘들고 정보성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지루함을 유발할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는 그동안 겪었던 다른 여행기들과는 달리, 한번도
만나지 않았음에도 마치 친한 친구 혹은 동생의 여행기의 일기를 만나는 것처럼 신선하고 즐거웠으며 그리고 계속 만나보고 싶은 글들로 가득차 있었다. 구체적인 이유를 알지 못했음에도 프랑스 파리에 3번이나 간 이유,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 실수를 하고, 최고의 나라가 아니지만 개인에게는
최고의 여행지를 영국으로 선정한 이유도, 그리고 소소한 여행속에서 당황하게 되고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을
만나는게 흥미로웠다. 그것은 여행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하지만
잘 읽어보면 꽤나 유용한 정보들도 많았다), 53개의 여행의 순간들을 포장하려 하지 않고, 솔직하게 담아내려 한 여행에세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똑같은 여행지를 가더라도 우리는 다른 시간, 다른 만남, 다른 경험을 통해 남과는 다른 여행의 시선과 기억을 안게 되고 그것이 기록으로 이어진다.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에서 발견한 기록들은 우연히 게스트하우스 로비에서 발견한 여행작가의 서적 같은 느낌이었고, 일상에 지친 내게는 또다시 낯선풍경들을 기다리게 만드는 선물이었다. 그리고
책장을 폈을때의 부드러운 촉감과 페이지를 넘기면서 발견한 한손에 잡히는 책이 선물하는 감각은 아마도 전자책이었다면 고스란히 느끼기 어려웠을 테니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를 만나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서점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꼭 단행본과 함께 만나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