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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 삶의 가장 소중한 대화로 이끄는 22가지 질문
마이클 헵 지음, 박정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2월
평점 :
죽음에 대해 상상해본적이 있다. 그것은 살해, 자살, 사고라기 보다는 나의 존재의 소멸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다. 만일 내가 여기서 사라진다면, 나는 어디로 갈까, 나는 환생을 할 수 있을까, 동물이나 미생물로 태어날까, 그리고 질문의 끝은 ‘나는 내가 죽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할 수 있을까’라는 것. 그리고 질문을 넘어 남겨진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짙어졌고, 인생에서 해보지 못한 것들이 있다면, 더 사랑하고 애정하지 못했다면
하는 예정된 후회가 밀려왔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더라도 나는 예정된 후회를 막을 수 있을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터부시해왔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그 근원적인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금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구나 아니 살아숨쉬는 존재라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을 것이다. (설령
육신이 유지되더라도, 언젠가는 정신마저 소멸할 시간이 올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예측하고, 분석하고, 대비를 하고, 혹은 기대를 하면서,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는 왜 오랫동안 대화를
멈춰왔고, 죽음은 어둡고 쓸쓸하고 부정적인 것으로만 치부되었을까 마이클 렙의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는 비록
죽음이 슬프고 두려운 것일건정, 죽음에 대한 이야기 자체는 새로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서적이다.
2013년부터 죽음을 이야기 하며 저녁식사를 하는 모임 데스오버디너(Death Over Dinner)를 운영하면서 저자는 죽음은 비극임과 동시에 삶의 활기를 줄 수 있는 죽음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한다. 생각해보면 막상 죽음 자체는 너무나 맞딱드리기 어려운 것이지만 한편으로 죽음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때로는 어떤 죽음을 새로운 삶을 전달하기도 하고, 한 개인이 아닌 사회를 바꾸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안타까운
죽음이 아닌 평온한 죽음, 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죽음은 때론 아름다울 수 있다. 죽음이 찾아올 것을 알면서, 그리고 이렇게 살다가 죽고 싶다는 희망을
품기에, 어쩌면 죽음에 대해서 다양한 대화를 해보는 것은 우리에게 또다른 인생의 의미를 가져다 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분명 죽음이라는 주제를 회피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싸우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을 확실히 해 두고 싶다 “이 책은 주로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논의하지 않응 이유를 탐구하고 있다.””라는 P268의
저자의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는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얘기해야 하는 이유와 더불어 22가지
죽음에 대한 질문들(소중한 임종의 순간, 마지막 식사로 무엇을
먹고 싶나요 등등)을 통해 죽음을 말하는 것은 결국 삶을 말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꿈꾸는 삶이 있듯이 내가 꿈꾸는 죽음이 있다면, 우리는 죽음과의
대화를 넘어선, 죽음을 이야기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의 책장을 덮는 순간, 나는 살아왔던 삶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삶, 그리고 그 이후를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은 욕구를 피할 수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죽음, 그리고 그들이 만나왔던 죽음에 대한 기억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