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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윤미나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그래서 결혼은 언제하는데?’
삶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릴적 생각했던 동나이대의 제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저를 바라보게 됩니다. 일, 사랑, 가족, 모든 것이 생각대로, 혹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보다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나고 그렇게 발생한 우연들이 때로는 삶을 불행하게하기도, 행복을 늘려주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38살, 아직도 연애중입니다>, 윤미나 작가의 30대의 사랑과 삶에 대한 궤적을 그려나가는 에세이를 읽고나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루게릭병에 걸린 결혼을 약속한 애인과의 어쩔 수 없는 헤어짐에 대한 슬픈 에피소드로 시작하자 마자, 어처구니 없는 소개팅과 연하남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38살, 아직도 연애중입니다>는 밤늦게 첫장을 편 이후, 오랜만에 새벽까지 책끝을 접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누군가의 연애사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없잖아요. 친한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한번쯤은 안할 수가 없는 이야기기도 하니까요. 33살부터 38살까지의 저자의 소개팅, 연하남과의 진득한 사랑, 부산에서의 상처받은 썸씽얘기는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중독성과 함께 역시 인생이란 내 맘같지 않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20대가 되면 30대는 안정적이고 무언가를 이룰 것 같지만, 막상 30대가 되어도(그리고 40대, 50대가 되어도) 막상 그렇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게 우리 인생입니다. 나이는 한살 한살 먹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서 먹어있는게 나이지요. 나는 예전그대로의 나같은데 주변에서는 부르는 호칭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따름입니다. 그리고 주변의 잔소리는 늘어납니다. ‘결혼은 언제하는데?, 애는 언제 낳는데?, 집은 언제 사는데?’라는 압박이 많아지기 시작하죠.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 경험이 쌓일지언정 일을 더 잘하고 성숙한 사랑을 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이와는 별개로 내가 잘하고 선호하는 일과 취미에 대한 호불호를 알게되고, 나와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에 대한 분별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보는게 정확하겠지요.
하지만, <38살, 아직도 연애중입니다>의 이야기들이 그런 분별력을 구비한 연애담이었다면, 오히려 책끝을 일찍 접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좌충우돌 일어나는 웃픈 이야기들이 누군가는 한번쯤은 경험해보았을직한 자신의 흑역사와도 유사해서 더욱 공감가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 분별력이 생기지만, 그러한 분별력들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그런 분별없는 실수를 감추려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고보면 <38살, 아직도 연애중입니다>는 철없고 속물적인 연애담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흑역사를 가감없이 독자들에게 함께하려는, 분별력을 넘어선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 에세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