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새움 세계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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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작품들을 지닌 작가중에 한명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페미니즘(Feminism)을 얘기하면 가장 먼저 소환되는 작가지만 제가 몹시도 궁금했던 것은 파란만장한 버지니아 울프의 일대기와 함께 <댈러웨어 부인>을 비롯한 그녀가 써내려간 작품들이었지요. 그리고 이번에 처음 만난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과 그녀가 경험했던 세상들, 그리고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6장으로 구성된 <자기만의 방>소설과 픽션이라는 화두로 시작해서 16세기부터 그녀가 살아왔던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여성으로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얘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는, 독백형식으로 이루어진 에세이이자 비평서인 <자기만의 방>을 보면, 여성의 자립권을 위해 자기만의 공간과 연간 500파운드 이상의 경제적인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 보이나 끝까지 읽은 독자분들이라면, 그것 이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다양한 시선이 존중받고, 그 다양한 가치에 대해 인정받는 세상에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조심스런 희망을 품고 있는 글이라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수많은 문구중에서도 저는 이 모든 한없이 흐릿한 삶들이 기록되어야 해요라는 문장이 제일 기억에 남았는데요. 이는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빅토리아 여왕시대 훨씬 이전인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있어 동시대의 작가들중 조지엘리엇같이 남자의 이름을 쓰고 문인활동을 했던 사람이나 아니면 자신의 이야기를 남성의 이름을 써서 세상에 전달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출신성분, 계급, 그리고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이름없이 글을 썼던 모든 사람들을 대변해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세계관은, 근현대사회에 글을 쓰는 자유를 억압받고, 저술한 글에 대해 난도질 같은 평가를 받았던 여성들을 넘어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모든 사람들을 향해왔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시대를 거스르는 고전으로 평가받는 것은, 급진적인 투쟁론을 설파하고, 사회를 전복시켜야 할 논의, 억압된 성차별에 대한 반발심리에 기반한 비난이 아니었디 때문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보다는 작가 스스로 읽어본 다수의 작품들에 대한 내용에 대한 진지한 비평과 그 안에 나온 여성문인에 대한 안타까운 상황들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와 누구나 자신다운 자신이 되기에 필요한 것들이 정확히 꿰뜷고 있었고, 그렇기에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개개인의 가치와 자유의지를 인정해주는 사회를 위한 초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며 버지니아 울프의 페미니즘적 세계관은 출발이 바로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흐릿한 삶이 분명한 자기자신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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