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회 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
김해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고즈넉한 호수에서 벌어지는 홍학의 춤사위와 드넓은 평원위의 남과 여, 제가 기억하는 시드니 폴락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6)>입니다. 너무 어릴적에 봐서 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자연과 함께한 풍광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오늘 만난, <후회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는 <아웃오브아프리카>의 실존 여주인공과 <바베트의 만찬>의 작가인 카렌 블릭센을 따라가는 일대기라는 것에 오랜만에 강렬한 설렘을 느꼈습니다.
매일 매일 독서를 하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는 영화입니다. 1일1권의 서적을 읽은 것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2년전부터 다시 진행된 일이지만, 극장에서 매년 백편이상의 영화를 보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발발전까지 군입대기간을 제외하고 수십년간 해왔던 일상이었기 때문입니다.더욱이 영화와 함께 극장을 사랑하고, 영화속 촬영장소를 여행하는 것 역시 무척 좋아하는 일이기에, 애정하는 영화속 인물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여정이 누구간의 에세이로 발현되는 것은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고 <후회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자는 <아웃오브아프리카>의 촬영지였던 케냐 나이로비의 카렌블릭센 뮤지엄과 근교를, 그리고 <바베트의 만찬>의 모티브를 준 카렌블릭센의 탄생지이자 마지막을 함께한 덴마크 룽스테드의 카렌블릭센 뮤지엄 두 곳을 여행합니다. 많은 부분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는 건 실존했던 카렌 블릭센이란 인물이 무려 17년동안이나, 케냐에서 커피농장을 하면서, 혼자만을 위해서가 아닌 케냐사람들과의 공생을 위한 노력과 데니스라는 인물과의 뜨거운 사랑, 그리고 자신의 가족 같은 현지인들과의 아름다운 에피소드가 나이로비의 그녀가 있었던 자리에 남겨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영화의 디테일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더라도,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전달했던 인상과 오버랩되는 카렌 블릭센의 일대기는 제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에 충분한 기록이었습니다.
어딘가를 여행하는 기록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기록이 단순한 개인적 감상에 따른 여행기나 정보제공에만 그친다면 일회성 기록에 그칠것입니다. 가장 좋은 여행의 기록은 독자들이 그곳을 찾아가보고 싶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후회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을 만나면서, 저는 아프리카 여행이 아닌, 카렌 블릭센과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여정을 함께한 저자분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 그리고 언젠가는 제가 사랑했던 영화들을 따라가는 여정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고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또 하나의 꿈을 실현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