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을 넣은 물고기라도 시장에 나가면 원래 향기마저 비린내에 파묻힌다.

   帶香入鮑肆, 香氣同鮑魚(대향입포사, 향기동포어)

 

당나라 때 사람 조업(曹鄴)이 쓴 잡계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그 뜻이 깊고 여운이 한참 남는다. 이와 유사한 말로는 붉은 것을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검은 것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近朱者赤, 近墨者黑)가 언뜻 떠오른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며 경계했던 모양이다. 좋은 사람도 나쁜 자와 어울리면 악습에 물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인데, 너무 소극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고로 선()과 악()의 대립은 인간사의 절대 명제였다. 우리는 늘 선이 끝내는 승리한다며 우리 자신을 위안해 왔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것 같다. 한편 이 대목은 이런 단순한 경고의 차원을 뛰어넘어 리더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도 들린다. 리더가 제아무리 순수하고 깨끗해도 그가 부리는 자들이 더럽고 사악하다면 결국 리더 자신도 그 추악함에 묻힐 수밖에 없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사방에다 악취 나는 자들을 포진시켜 놓고 자신은 그 안에서 고상을 떨고 있어 봐야 그것은 고상이 아니라 비겁하고 더 추한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모를까?

 

잡계(雜誡)

 

 

 

 

중국사의 오늘:

1130114(남송 고종 건염 410월 신미)

훗날 명장 악비(岳飛)를 모함해서 죽게 만드는 간신 진회(秦檜)가 금나라에서 남송으로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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