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벌레의 득실
鷄虫得失(계충득실)
당나라 때 시인 두보(杜甫)가 기주(夔州)에서 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집에 닭을 몇 마리 기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하인이 닭을 꽁꽁 묶어 시장에 내다 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닭은 두려움에 온몸을 퍼덕이며 울어 댔다. 두보가 하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집안사람들이 이 닭이 벌레를 쪼아 먹는 모습을 보고는 닭에게 힘없이 먹히는 작은 벌레가 가여워 닭을 내다 팔기로 했다는 것이다. 두보는 그들이 가련한 벌레만 알고 팔린 닭이 직면하게 될 운명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왜 작은 벌레에게는 은혜를 베풀려 하면서 닭에게는 이렇게 각박하게 대한단 말인가? 두보는 닭을 풀어 주게 했는데 문득 닭과 벌레 둘 다 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벌레를 죽이지 않고 닭을 삶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잡한 마음에 두보는 산 위의 누각에 올라 서늘한 강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당시의 불안한 사회상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박계행」(縛鷄行)이란 시를 남겼다. 그 뒤 ‘계충득실’은 중요한 것과는 무관한 아주 작은 득실을 비유하는 성어가 되었다.
「박계행」(縛鷄行)
* 두보
중국사의 오늘 :
698년 10월 28일(무주 성력 원년 9월 병자)
여성 황제 무측천이 여릉왕(廬陵王) 이현(李顯)을 황태자에 복위시켰다. 당 왕조를 무너뜨린 무측천은 당시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가 기민하게 이런 결정을 내림으로써 민심을 안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