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가을
두목(杜牧, 803~853)
서리 덮인 나무 저만치에 누각이 서 있고
거울처럼 맑은 하늘 구름 한 점 없구나.
종남산과 가을빛
그 기세 함께 드높아라.
* 두목
長安秋望
樓倚霜樹外
鏡天無一毫
南山與秋色
氣勢兩相高
* 두목은 당나라 후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흔히 이상은(李商隱)과 함께 ‘이목’(李牧)으로 불린다. 또 작품의 성향이 두보(杜甫)를 닮았다고 하여 ‘작은 두보’, 즉 ‘소두’(小杜)라고 불리기도 한다.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아방궁부」(阿房宮賦)는 그중 대표작이다. 소소한 일에 매이지 않는 강직한 성품으로 쇠락해 가는 당나라를 위해 무던 애를 썼다. 이 때문인지 군사와 병법 연구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이 시는 드높은 가을 하늘과 종남산(終南山)을 함께 놓고 그 높은 기세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첫 구절 서리 덮인 나무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처연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