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으로 천자를 뵙다.

   素面朝天(소면조천)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는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 등 문학 작품을 통해서 더욱 전기(傳奇)적인 색채를 띠면서 후대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아무튼 양귀비가 현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덕분에 양씨 집안사람들까지 덩달아 출세를 하게 되었는데, 양귀비의 언니 셋이 부인으로 봉해질 정도였다. 이 세 사람 중에서도 셋째 언니인 괵국(虢國)부인의 미모가 출중했다. 괵국부인은 자기만의 묘수로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묘수란 다름 아닌 현종을 보러 갈 때면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들 두꺼운 화장에 온갖 치장을 하는데 괵국부인은 그 반대로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다. 하기야 바탕에 자신이 없었으면 소면조천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민낯으로 현종을 사로잡은 괵국 부인은 황제의 저택 못지않게 화려한 집에서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안사의 난 때 황망히 도망치다 진창(陳倉)이란 곳에서 객사했다. 모르긴 해도 그때도 아마 민낯이었을 것이다.

 

양태진외전(楊太眞外傳)

 

 

* 괵국부인유춘도(虢國夫人遊春圖)

 

 

 

 

 

중국사의 오늘 :

1969923

이날 최초의 지하 핵실험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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