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오얏은 맛이 쓰다.
道傍苦李(도방고리)
서진 시대 때 왕융(王戎)이란 인물과 관련한 일화다. 어느 날 아이들이 길에 나와 놀다가 목이 말라 길가의 오얏나무를 발견하고는 오얏을 따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런데 유독 한 아이만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가지 말라고 말렸다. 물론 아이들은 그 말을 무시했다. 이윽고 아이들이 오얏을 잔뜩 따 가지고 돌아왔다. 일제히 오얏 열매를 베어 무는 순간 누구랄 것 없이 모두 ‘우엑’ 하며 토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동시에 그 아이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먹어 본 것 아니냐는 표정들이었다. 아이는 싱긋이 웃으며 “길옆 오얏나무에 열매가 잔뜩 열렸다면 진작 다 따 먹고 없어야 하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매달려 있다는 것은 맛에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니겠니?”라고 말했다. 이 아이가 바로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왕융이다. 길가의 오얏은 맛이 쓰고 시다는 뜻의 ‘도방고리’란 고사성어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사람들의 주의로부터 멀어지거나 버려진 것을 비유하는데, 보기에 그럴듯한 물건 따위가 버려져 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고, 때로는 이 때문에 원상을 보존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세설신어』 「아량」(雅量)
중국사의 오늘 :
784년 8월 23일(당 덕종 흥원 원년 8월 임인)
서예가 안진경(顔眞卿)이 반란군의 장수 이희열(李希烈)에게 1년 반을 억류되어 회유책을 거부하다가 끝내 피살되었다.
* 안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