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마는 늘 멍청한 자들이 탄다.
駿馬每駄癡漢走(준마매태치한주)
중국 명나라 때 사람 사조제(謝肇淛)가 지은 수필집 『오잡조』에 인용된 당인(唐寅)의 시 가운데 한 대목이다. 명나라 시대 최고의 재주꾼이었던 당인의 시 전문을 소개하면 이렇다.
“준마는 늘 멍청한 자들을 태우고 달리며, 잘난 아내는 늘 못난 남편과 짝이 되어 산다네. 세상 불공평한 일들 하늘이 지었네 아니네 하지 말라.”
당인은 과거에서 억울하게 부정에 연루되어 자격을 박탈당한 뒤 술과 예술로 세월을 보내면서 날카로운 풍자시를 남겼다. 이 시도 그중 한 편이다. ‘준마매태치한주’는 흔히 다음 구절인 ‘교처상반졸부면’(巧妻常伴拙夫眠)과 쌍을 이루며, 줄여서 ‘준마치한’(駿馬痴漢), ‘교처졸부’(巧妻拙夫)라고도 한다. 이 말은 『수호지』(水滸志)에서 반금련의 입을 통해 그대로 인용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세상사 불공평을 비유한 말이지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와 권력을 누리는 자들에 대한 씁쓸한 풍자이기도 하다.
『오잡조』(五雜俎)
중국사의 오늘 :
436년 7월 4일(오대 후당 장종 동광 3년 6월 임신)
봄부터 가뭄이 들다 이날 비로소 비가 내렸다. 그런데 이 비가 75일을 계속해서 내리는 통에 모든 하천이 넘치는 등 엄청난 재난이 닥쳤다. 그러나 환관들은 장종(莊宗)을 졸라 엄청난 비용이 든 높은 누각을 지어 더위와 자연재해를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