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읽은 것을 후회하노라.

   悔讀南華(회독남화)

 

폭넓고 깊이 있는 학문을 가지고도 타인들에게 배척 받는 경우나 지식인을 형용하는 전고이다. 당나라 때 재상 영호분(令狐棻)이 옛날 어떤 고사를 가지고 온정균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온정균은 이 고사는 『장자』(莊子)에 나오는 것입니다. 『장자』가 별스러운 책도 아닌데, 정무를 돌보시고 남는 시간에 고서 좀 읽으시지요라고 했다. 이 말에 비위가 상한 영고분은 온정균이란 자가 재주는 있는지 몰라도 덕이 없다고 황제에게 아뢰었다. 이 때문에 온정균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다. 온정균의 시 그 고사를 알았다고 사람들의 원망을 샀으니 남화2편 읽은 것을 후회하노라라는 대목이 바로 이 일을 두고 한탄한 것이다.

 

역대로 공부 많이 한 것 때문에 수난을 당한 지식인이 적지 않았다. 그로 인해 공부한 걸 후회한다고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개인의 명예와 세속의 이익을 위해 공부를 일삼은 자들은 출세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데 반해 제대로 반듯하게 공부한 참 지식인들은 냉대를 받는 일이 많았고 지금도 별반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온정균의 한탄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독서인의 자부심이 한껏 묻어나는 전고라 할 수 있다.

 

당시기사(唐詩紀事) 54 온정균(溫庭筠)

 

 

 

* 도판은 온정균.

 

 

 

 

 

중국사의 오늘 :

58134(수 문제 개황 원년 2월 갑자)

양견(楊堅)이 북주(北周)를 대신하여 황제로 즉위했다. 국호를 수()라 하고 연호를 개황(開皇)이라 했다. 이날 관제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로써 위진남북조라는 대분열 시대가 마감 수순에 들어갔다(수는 587년에 남량, 589년에 진을 멸망시킴으로써 통일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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