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 읽은 것을 후회하노라.
悔讀南華(회독남화)
폭넓고 깊이 있는 학문을 가지고도 타인들에게 배척 받는 경우나 지식인을 형용하는 전고이다. 당나라 때 재상 영호분(令狐棻)이 옛날 어떤 고사를 가지고 온정균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온정균은 “이 고사는 『장자』(莊子)에 나오는 것입니다. 『장자』가 별스러운 책도 아닌데, 정무를 돌보시고 남는 시간에 고서 좀 읽으시지요”라고 했다. 이 말에 비위가 상한 영고분은 온정균이란 자가 재주는 있는지 몰라도 덕이 없다고 황제에게 아뢰었다. 이 때문에 온정균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다. 온정균의 시 “그 고사를 알았다고 사람들의 원망을 샀으니 『남화』 제2편 읽은 것을 후회하노라”라는 대목이 바로 이 일을 두고 한탄한 것이다.
역대로 공부 많이 한 것 때문에 수난을 당한 지식인이 적지 않았다. 그로 인해 ‘공부한 걸 후회한다’고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개인의 명예와 세속의 이익을 위해 공부를 일삼은 자들은 출세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데 반해 제대로 반듯하게 공부한 참 지식인들은 냉대를 받는 일이 많았고 지금도 별반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온정균의 한탄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독서인의 자부심이 한껏 묻어나는 전고라 할 수 있다.
『당시기사』(唐詩紀事) 권54 「온정균」(溫庭筠)
* 도판은 온정균.
중국사의 오늘 :
581년 3월 4일(수 문제 개황 원년 2월 갑자)
양견(楊堅)이 북주(北周)를 대신하여 황제로 즉위했다. 국호를 수(隋)라 하고 연호를 개황(開皇)이라 했다. 이날 관제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로써 위진남북조라는 대분열 시대가 마감 수순에 들어갔다(수는 587년에 남량, 589년에 진을 멸망시킴으로써 통일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