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이하(李賀, 790~816)*

 

동풍 불어오니 눈 안 가득 봄빛이라,

꽃무리 흐드러진 성안 우거진 버들 시름겹기 그지없네.

깊은 궁궐 대숲에선 바람이 이는데,

비취색 새로 입힌 옷깃 물처럼 깨끗하네.

비 온 뒤 바람에 흔들리는 혜초는 백 리도 넘게 이어지고,

따스한 안개는 구름 몰아 하늘과 땅 가득 채우네.

군장을 차려입은 궁녀들 긴 눈썹 가볍게 쓸고,

흔들리는 깃발 따라 늘어서 성안 길이 떠들썩하네.

곡강에 풍기는 향기 스러질 줄 모르고,

배꽃 쏟아져 내린 정원은 가을 풍경처럼 변했네.

 

 

* 도판은 이하.

 

 

 

三月

 

東方風來滿眼春

花城柳暗愁殺人

複宮深殿竹風起

新翠舞矜淨如水

光風轉蕙百餘里

暖霧驅雲撲天地

軍裝宮妓掃蛾淺

搖搖錦旗夾城暖

曲水飄香去不歸

梨花落盡成秋苑

 

 

* 당나라 때 천재 시인으로 당나라와 황실의 후예이자 두보의 먼 친적이기도 했다. 낭만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염세적인 시를 많이 남겼다. 속세에서 뜻을 얻지 못하고 27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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