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어느여름날, 나를키우던 아픈 사람이
앞머리를 쓸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온 세상이 멸하고 다 무너져 내려도
풀 한포기 서 있으면 있는 거란다.
있는 거란다. 
사랑과 마음과 진리의 열차가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거란다.

2022년 12월 고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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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딸기와 맛있는 딸기를 행복하게 나누는 법이 있을까. 물론 맛없는 딸기가 나에게 온 것은 터무니없는 가격 때문이 아니다. 버스를 잘못 탔고, 봄바람에 마음이 설레었고, 환한조명이 딸기의 미모를 돋보이게 한 우연들이 겹쳐서이다. 나는그렇게 우기고 싶다. 우연은 행복을 적절히 나누는 방법이기도하니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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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늘 맛있는 딸기만 먹어야 한다는 마음은, 나는늘 맛없는 딸기만 먹어도 괜찮다는 마음만큼이나 자연스럽지못하다. 행복은 많은 경우에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맛없는 딸기와 맛있는 딸기를 행복하게 나누는 법이 있을까. 물론 맛없는 딸기가 나에게 온 것은 터무니없는 가격 때문이 아니다. 버스를 잘못 탔고, 봄바람에 마음이 설레었고, 환한조명이 딸기의 미모를 돋보이게 한 우연들이 겹쳐서이다. 나는그렇게 우기고 싶다. 우연은 행복을 적절히 나누는 방법이기도하니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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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는 거리가 먼 전혀 엉뚱한 생각이지만, 지진을경험하는 순간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된 느낌이었다. 거리에 나가 눈앞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자 비로소 내가 죽지 않고살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거리로뛰쳐나갔을 때 그곳에 아무도 없었다면 나는 정말로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었을까? 이성복 시인의 시구를 빌리자면, "당신이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치 없지 않았을까. 그저 존재할 가능성에 불과한 나를 정말로 존재하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나와 함께 이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이 아닐까. 세상은 나를 존재하게하는 그들과 그들을 존재하게 하는 나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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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수직의 빙벽이라고?
나는 잠시 책을 덮고 상상해본다. 고개를 한껏 젖혀 올려다봐도 끝을 헤아릴 수 없는 견고한 얼음요새를 사람을 단숨에무력하게 만드는 서슬 푸른 냉기를. 그러나 여전히 나는 알 수없다. 아이젠이나 피켈 같은 현대식 장비도 없이, 당시 셰르파족들이 ‘영국 공기‘라고 부르던 산소통도 없이, 탈진한 상태로 추위와 싸우면서 이제 막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에 이르게된 사람이 맞닥뜨린 거대한 좌절이 어떤 것일지. 눈 폭풍처럼 몰마쳤을 고립감은 또 어떤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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