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는 거리가 먼 전혀 엉뚱한 생각이지만, 지진을경험하는 순간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된 느낌이었다. 거리에 나가 눈앞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자 비로소 내가 죽지 않고살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거리로뛰쳐나갔을 때 그곳에 아무도 없었다면 나는 정말로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었을까? 이성복 시인의 시구를 빌리자면, "당신이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치 없지 않았을까. 그저 존재할 가능성에 불과한 나를 정말로 존재하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나와 함께 이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이 아닐까. 세상은 나를 존재하게하는 그들과 그들을 존재하게 하는 나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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