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명한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한다. 어느 날 다른 일꾼들이 오전 새참을 먹을 즈음에 출근한 블로흐는 자신을 흘끗 쳐다보는 현장감독의눈빛을 해고 통지로 지레짐작하고 공사장을 떠난다. 그는 그날부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불안을 느끼면서 주말 내내 극장, 카페, 호텔 등을 무의미하게 전전한다. 친구들과 통화하려는 시도는 거듭 실패하며 사람들과의 대화는 다툼이나 곡해를 낳는다. 그러다 극장 매표소아가씨와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여자가 일하러 안 가느냐고 묻자 그녀를 목 졸라 살해한 후 국경 마을로 달아난다. 경찰은 수사망을 좁혀 오고, 그는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한 어떤 상징이나 신호일 것이라는 강박에 시달린다.
"문학은 언어가 가리키는 사물이 아니라 언어 그 자체."라고 말하는 한트케는 해고와 살인이라는 사건이 아니라 인물에 내재한 소외와 불안의 심상으로 소설을 끌어간다. 오해, 착각 등소통 불가로 인한 극단적인 말놀이와 무의미한 농담의 나열, 들쑥날쑥한 이야기 전개는 작품전체를 인물의 불안과 일치시킨다. 모든 관중이 공에 집중하는 축구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는 그들로부터 단절된 채 공도 없이 이리저리 몸을 날린다. 페널티킥 앞의 골키퍼처럼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사회의 소외된 인간이 내보이는 불안의 단면들은 씁쓸하고 서글픈 웃음을 유발한다. 이는 작가가 문학적 낭만으로 덮지 않은 진실의 어두운 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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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카프카의 말이 있어요. "당신과 세상과의 싸움에서, 세상 편을 들어라 (In the duel between you andthe world, back the world)." 이 말은 문학뿐만 아니라 인생의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원칙 같아요. 어떤 일에서도 자기편을 들지 않고 세상 편을 들 때, 인생에서나 문학에서나 진실함, 올바름, 아름다움이 이루어질 수있어요.
달마의 안심법문安心法門」에도 비슷한 말이 나와요. "지자임물불임기智者任物不우자임기불임물愚者任己不任物."지혜로운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 사물에게 우선권을 주는 데반해, 어리석은 사람은 사물이 아니라 자기에게 우선권을준다고 해요. 그 때문에 항상 좋고 나쁘고, 취하고 버리는일이 있게 돼요. 이 말은 세상과의 싸움에서 세상 편에서야 한다는 카프카의 말과 정확히 일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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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라는 꿈속에서, 현실이라는꿈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참담한 꿈을 가설함으로써, 잠든 우리를 깨어나게 하려는 게 문학 아니겠어요?예를 들어, 카프카의 문학은 조금도 낙관적인 비전을보여주지 않아요. 그런데도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그의 문학은 인생이라는 
화마魔를 잡기 위한 ‘맞불‘ 같은 것이 아닐까요. 저는 이것이 현실을 풍자하거나 계몽하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문학의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하자면 문학은 뜬눈으로 꾸는‘한낮의 악몽‘이고, 치유 불가능한 ‘반복강박‘이 아닐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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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아는 것‘이 정보의 생명이라면 ‘모르는 것‘은이야기의 생명이에요. ‘모르는 것‘이 남아 있어 ‘아는 것‘을 부추기기 때문에, 이야기는 계속 살아 있을 수 있어요.
반지름과 원의 넓이처럼,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모르는것‘은 제곱으로 많아진다잖아요. ‘아는 것‘이 무엇이냐는안회의 물음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해요. "아는 것을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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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을 나는 새 - 동물 행동학자의 펭귄 관찰 일지
이원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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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에 대해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알아가게 되어 기쁩니다. 사진자료가 충분히 들어가 있어 마치 직접 본 것 같은 느낌을 주네요. 흥미진진하고 사랑스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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