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명한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한다. 어느 날 다른 일꾼들이 오전 새참을 먹을 즈음에 출근한 블로흐는 자신을 흘끗 쳐다보는 현장감독의눈빛을 해고 통지로 지레짐작하고 공사장을 떠난다. 그는 그날부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불안을 느끼면서 주말 내내 극장, 카페, 호텔 등을 무의미하게 전전한다. 친구들과 통화하려는 시도는 거듭 실패하며 사람들과의 대화는 다툼이나 곡해를 낳는다. 그러다 극장 매표소아가씨와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여자가 일하러 안 가느냐고 묻자 그녀를 목 졸라 살해한 후 국경 마을로 달아난다. 경찰은 수사망을 좁혀 오고, 그는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한 어떤 상징이나 신호일 것이라는 강박에 시달린다.
"문학은 언어가 가리키는 사물이 아니라 언어 그 자체."라고 말하는 한트케는 해고와 살인이라는 사건이 아니라 인물에 내재한 소외와 불안의 심상으로 소설을 끌어간다. 오해, 착각 등소통 불가로 인한 극단적인 말놀이와 무의미한 농담의 나열, 들쑥날쑥한 이야기 전개는 작품전체를 인물의 불안과 일치시킨다. 모든 관중이 공에 집중하는 축구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는 그들로부터 단절된 채 공도 없이 이리저리 몸을 날린다. 페널티킥 앞의 골키퍼처럼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사회의 소외된 인간이 내보이는 불안의 단면들은 씁쓸하고 서글픈 웃음을 유발한다. 이는 작가가 문학적 낭만으로 덮지 않은 진실의 어두운 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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