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 에너지 파워
주디스 올로프 지음, 김현정 옮김 / 나비스쿨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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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티브 에너지 파워: 당신의 운명은 포지티브 에너지가 결정한다>의 저자 주디스 올로프 교수는 에너지 의학의 선구자이다. 저자가 정착시킨 의학용어, 에너지 치유법은  정통 의학에 심리학, 영성 그리고 직관적 치유와 에너지 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통합하여 만든 정신 치료의 새로운 분야이다. 


목적은 개인의 에너지 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 책은 감정적, 신체적, 영적 에너지를 조화롭게 다루는 실용적인 접근법을 제공한다. 에너지 치유법은 몸과 마음의 잠재적 에너지를 중요시 여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에너지는 생성되거나 파괴되지 않으며 단지 모습을 바꿀 뿐이다. 올로프 교수의 "포지티브 에너지 프로그램"은 마음을 지배하는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 에너지로 바꾸는 처방이다. 


한의학을 접한 국내 독자의 경우, 올로프 박사가 이야기하는 "잠재적 에너지"라는 개념이 낯설지 않다. 저자도 인정했듯이, 기(氣)를 의미한다. 책의 중반부까지 읽는 동안, 실용적이지만 새로울 것도 없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직관과 명상, 침묵, 기도, 수행이라는 단어가 끊이지 않는다. 에너지 의학은 동양 의학의 지혜와 지식을 서양의 정신 치료 방안에 접목한 "퓨전 의학의 시작"이라는 점에 방점을 두었다. 


그러나 단순한 혼합이 아니다. 국내 독자에게 <포지티브 에너지 파워>를 추천하는 이유이다. 올로프 교수는 우리가 막연하게 이야기하는 "속궁합"을 성 에너지로 인정한다. 저자는 잠재적 에너지를 3가지로 나눈다. 정수리는 직관과 영혼의 에너지, 심장은 감정 에너지, 생식기는 자신감과 매력을 어필하는 성 에너지가 모이는 곳이다. 


"에너지 뱀파이어"라는 개념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누구를 만날 때면, 유독 피곤한 이유가 자신 탓이 아님을 올로프 교수가 학술적으로 증명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에너지 뱀파이어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울보, 매번 비난하는 사람, 드라마 퀸, 수다쟁이, 당신을 해결사로 떠받드는 사람, 사귐의 귀재, 약점잡기 전문가, 한데 모여 있는 많은 이들, 비의도적인 에너지 도둑. 


"기 빨린다"라는 말은 이들을 만날 때 쓰지 않는가? 올로프 교수가 분류한 아홉 가지의 유형의 의미와 대응책은 <포지티브 에너지 파워>에서 직접 확인하자.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는 1~4번째 처방의 내용으로, 활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에너지의 관점에서 비만을 극복하는 방법부터 직관과 영감을 결합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2부는 5~7번째 처방으로, 에너지를 깨우는 방법이다. 3부는 8~10번째 처방을 담았다. 타인과 나 사이의 에너지 흐름을 파악하여 에너지 기버(giver)와 테이커(taker)를 구별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지막 4부는 에너지의 관점에서 바라본 풍요와 관대함을 이야기한다. 사람을 지치게 하는 "상호 의존적 나눔"과 긍정적 에너지로 친밀감을 부르는 "마음이 담긴 나눔"의 차이와 연민에도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포지티브 에너지 파워>는 의학적 지식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이며 UCLA의 임상 교수이자 뉴욕 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읽다 보면,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일부 내용이 추상적이며,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는 어쩔 수 없다. 에너지 의학은 주디스 올로프에 의해 이제 시작하는 정신의학 분야이다. 과학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신 올로프 교수는 자신의 현장 경험뿐만 아니라, 래리 킹, 제이미 리 커티스, 로사 팍스 등 유명 인사의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 치유법의 성공 사례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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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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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로페즈의 <호라이즌>은 평생을 걸쳐 세계 곳곳을 누비며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미래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수영을 하면서 바다 너머까지 가고 싶었던 꼬마는 살아생전 70여 개 나라를 여행하고 일부 지역을 몇 차례에 걸쳐 다시 찾는다.


마냥 떠나고만 싶었던 유년기의 동경에서 시작한 여정은 어느덧 생애의 끝자락에서 화두를 던진다. 수평선과 지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호라이즌>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묻는다.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 너머의 미래는 무엇인가?


<호라이즌>은 지질학, 생태학, 인류학, 역사, 윤리학과 과학 등 다양한 학문적 지식이 로페즈의 꼼꼼한 기록의 도움으로 넘쳐흐른다. 학술의 지루한 느낌은 없다. "삐끗하면 죽는" 활주로에 착륙했을 때, 어마 무시한 안도감을 느끼고, 새벽 3시 모기떼의 습격으로 60군데를 물렸다고 하소연하며, 학살범과의 우연한 만남까지 여행지에서 있을 법한 소소한 경험들이 지식의 파도 속에 깨알같이 숨어있다.


그의 인간적인 매력은 모나지 않게 스며드는 점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처럼, 아문센이 라이벌 스콧보다 먼저 남극점에 도착한 이유를 스스로 실천한다. 평등에 대한 고집으로 남극 기지에서 연을 날리는 귀여운 돌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는 언제나 공감과 청취로 자연과 인간을 상대한다.


배리 로페즈는 인간의 우월성을 비판한다. 문화, 특정 인종, 성별의 우월성은 인간관계의 독이라는 지적이다. 인간 역시 생물학적 존재인 까닭에 멸종을 피할 수 없음을 주장한다. 종의 진화는 "향상"이 아니라, "적응"의 일환이다. 인간은 결코 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생명을 위한 필수 조건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생명에 활력과 지속 가능성을 부여하는 생물학적 긴장을 조성한다.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다양성이며, 변화 또한 다양성처럼 생명을 영속시키는 토대의 일부이다.


작가를 기억의 하인이라 여겼던 로페즈는 <호라이즌>에서 권력과 야만의 시대에 희생당한 인간과 자연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성찰한다. 그의 연민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다. 지구에 살아가는 하나의 종으로서 다른 종을 대하며 공감하고 존중한다.


야만과 폭력에 희생당한 인간과 자연의 흔적은 로페즈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위안과 위로를 건네는 이들도 그들이다. <호라이즌>은 아름다운 풍경을 읊는 로페즈의 시적 언어도 압권이다.


확실히 인류는 더 깊은 지식을 쌓고 있다. 그러나 지혜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 로페즈는 인류가 지배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라이즌>을 읽으면서 수능 시험 출제 노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뿐만 아니라, 역사, 지리학, 지질학, 생태학, 윤리학, 과학 등 어느 분야에서 출제 가능하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다양한 지식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이들이 고등학생이다.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그들이 읽기에 손색없는 <호라이즌>이다. 로페즈는 글을 통해 독자를 미지의 세계를 안내하고 탐험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인류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성찰하며 미래를 꿈꾸게 한다.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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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수업 -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스토아철학 4부작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희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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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수업>은 스토아 철학을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라고 밝힌 라이언 홀리데이의 스토아 미덕 네 가지 시리즈 중 3번째이다. 본인의 체험을 기반으로 "스토아철학의 좋은 안내자가 되는 것"이 그의 인생 목표이다.


스토아 철학의 네 가지 미덕은 용기, 절제, 정의, 지혜이다. 용기와 절제를 설명하는 <브레이브>, <절제 수업>에 이어 정의를 다루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용기가 위험한 자리로 기꺼이 나아가려는 의지라면, 절제는 그 위험한 자리에서 버틸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정의는 그 위험한 자리에서 공정함을 지키는 태도이다. 선과 악, 옳은 것과 그른 것, 윤리와 비윤리, 공정함과 부당함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세우는 일이다.

라이언은 세대와 문화에 따라 가치관이 충돌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영원하고 보편적인 가치관이 존재하다고 주장한다. 바로 올바른 일에 대한 기준이다.

<정의 수업>은 정의를 추상적이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삶 근처에 있으며 개개인이 쉽게 실현할 수 있는 미덕으로 설명한다. 하나의 삶의 방식이 바로 정의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정의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정의는 자신이 지키는 도덕규범이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지키는 약속이다.
말에 담긴 진실함이다.
친구에게 베푸는 충실함과 관대함이다.
받아들이는 또는 거절하는 기회다.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다.
타인을 위해 만들어 내는 중대한 변화다."

절제는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정의는 추구해야 할 이상이며 더 높은 목표로 삼아야 할 미덕이다. 네 가지 미덕 중 정의는 가장 명확한 방향을 가진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1부 개인의 정의에서 냉소와 이기심 대신, 의리와 정당함, 청렴결백, 최고와 공정하게 경쟁할 자신감, 고결함 등이 우리가 따라가야 할 북극성, 바로 정의임을 제안한다.

2부는 타인을 위한 정의를 이야기한다. 절제가 개인을 위한 미덕이라면, 정의는 '우리'를 위한 미덕이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일이다. 정의는 전염성이 강하다. 영국의 노예 제도 폐지 운동을 이끌어낸 토마스 클라크슨,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타인을 돕는 것이 우리 자신을 돕는 일임을 강조한다.

정의는 시작했다면 이긴 것이며, 협력할수록 강해진다. 정의가 곧 힘이라는 믿음으로, 힘에 맞설 힘, 권력에 맞설 권력을 끌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권력에 맞설 권력만이 유일하게 존경받는 힘이다.


미덕 없는 실용주의는 위험하고 무의미하며, 실용주의 없는 미덕은 효과가 없고 무력하다. 정의는 "함께 하는 팀 경기"이다.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지만, 목적이 있다면 우리는 명확성, 약간의 재량권,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라이언은 정의의 적으로 압제자, 약자를 괴롭히는 자, 어리석은 자를 들었다. 작금의 현실에서 낯설지 않은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자!

3부 세상을 향한 정의에서 사랑과 연민을 강조한다. 사랑처럼, 정의도 승리의 행진을 이어가는 일이 아니지만, 희망을 계속 품으며 세상에 희망을 전해야 한다.

<정의 수업>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의 영역에서 정의의 미덕을 설파한다. 마이클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훨씬 친근하며 쉽다. 중고등학생의 필수 도서용으로 추천한다.

"법 기술자"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법의 한계와 허점을 이용해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능수능란하게 끌고 가는 법조인을 지칭한다.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양심과 긍지가 없는 "비하"가 담긴 단어이다. <정의 수업>을 읽었으니, 말할 수 있다. 그들에게 정의는 없다!

<정의 수업>의 매력은 우러러봐야 할 것만 같은 정의를 개인의 삶의 방식으로 끌어내린 점이다. 고결한 인품을 지닌 누구만이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부유하는 정의를 일상에서 매일매일 추구해야 하는 삶의 방식으로 끌어들인다. 삶의 방식으로서 정의는 추상적이거나 거창하지 않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삶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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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마지막 가르침
맨프레드 F.R. 케츠 드 브리스 지음, 김현정 외 옮김 / 더블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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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생애의 끝자락에서 "잘 살았어!"라고 말하길 원한다. "잘 살았다"의미의 기준은 제각각이지만,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망이다


부와 권력, 명예는 한정적인 파이이다. 세상은 정의롭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그러나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에서 제시한 가르침을 곱씹어 살아간다면, 누구나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희망을 주는 책이다.


리더십 개발과 조직 변화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친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근본적인 삶의 문제에 봉착한 사람에게 한줄기 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모든 일이 꼬이는 시기라면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각자 진정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성격 급한 한국인이라면, 이 책의 목차를 훑어 자신에게 맞는 챕터를 찾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본인이 찾는 정답은 없을지라도, 어디로 가야 할지의 방향성을 얻을 수 있는 이로운 책이다.


가령, 「21. 관계의 기본 원칙, 타협」을 읽으면서 한 명의 권력자가 떠오른다. 타협의 가치를 알지 못한 그는 결국 자폭을 선택했다. "이 책을 읽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독재자에게 이와 같은 가정법은 무의미하다. 겸손은 스스로 배워 익히는 것, 실전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카부터가 말했다.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의 구성은 단순하다. 험지를 헤매는 여행자(순진한 나)와 카부터(성찰적인 나)가 나눈 대화의 이야기이다. 카부터는 네덜란드어로 "옛 이야기에 나오는 남자 요정을 일컫는 코볼트에서 유래한다.


책에서 언급한 교훈적인 이야기는 인도의 단편 모음집 <판차탄트라>와 부처가 다양한 난제에 빠진 등장인물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자타카>에서 저자가 영감을 받아 각색한 것이다.


내용은 아주 쉽고 재밌지만, 독자에게 스며든 흔적은 묵직하다. 글이 좋아도 가슴에 새기고, 실천의 영역은 저자가 아니라 독자인 우리의 몫이다.


브리스가 생각하는 후회 없는 삶이란 무엇인가?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이 자신을 살아있게 하는지를 깨달았다는 뜻이며,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방법을 안다는 말과도 같다. (p.46)"


브리스는 직업, 가족과 친구, 철학과 이념, 공동체에 대한 헌신의 중요성을 언급하지만, 자신을 아는 것과 자기 돌봄의 가치를 최우선시한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냐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신체적, 사회적, 감정적 측면에서 자신을 돌봐야 하는 "자기 돌봄"은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을 키우고 에너지 고갈을 예방하는 필수 사항이다. 「32. 내 자신을 제대로 돌보는 방법」을 읽어보자. 자기 돌봄은 일상에서 규칙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자신을 돌본다는 의미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성찰은 자신에게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주는 것이다. 즉각적인 반응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중심을 지킨다는 것은 나와 나의 감정, 그리고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제하는 것이다. 중심을 놓치지 않으려면, 어떤 일도 결국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된다.


자기 연민과 카르페 디엠의 정의도 흥미롭다. 자기 연민을 가진 사람은 좌절했을 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되, 부정적인 감정이 자신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될 자유를 잊지 말자. 나쁜 결정을 내리는 것과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카르페 디엠의 경우, 오늘날 광고업자와 자기 계발 전문가들에 의해 과시적 소비와 즉각적인 만족이라는 맥락에서 오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카르페 디엠의 핵심은 인생을 돌아봤을 때,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데 있다.


살아가는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카르페 디엠은 행동하고 기회를 붙잡는 것이다.


희망과 낙관주의의 차이를 아는 분? 브리스는 희망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인 반면, 낙관주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진정한 행복이란 큰 불행 없이 온전히 살다가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는 카부터의 마지막 가르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는 경향을 지녔지만, 평화는 내면에서 오는 법이다. 브리스가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구성한 이유는 독자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생각하길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급한 성격에 불안 장애까지 안고 있는 본인은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에 침대 머리맡에 둘 생각이다. 문제가 나를 덮칠 때,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에 사로잡혀 머무는 대신, 이 책을 꺼내 뒤적거리고 싶다. 어떤 생각을 할지, 어떻게 생각을 바꿔야 할지 방향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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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예찬
앙리 라보리 지음,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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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예찬>은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문제에 봉착했을 때, 꺼내 읽은 책이라고 한다. 베르베르와 달리, 회피를 자행하는 독자로서 위안과 변명이 필요했던 것 같다. 도피를 예찬하는 글이 궁금했다.

 

<도피예찬>을 읽으면서 이 책의 목록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힘들었다. 서문과 자화상의 시작으로 앙리 라보리의 에세이라고 생각했던 느낌이 사랑과 자유, 타인으로 목차가 넘어가면서 철학 혹은 사상서로 와닿는다.

 

책의 본분이 저자의 생각을 담는 것이지만, 에세이는 가독성이 좋다는 지론을 가진 나로선, <도피예찬>은 결코 쉬운 책이 아니었다.

 

<도피예찬>은 신경생물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상황에 놓인 인간 행동에 관한 모든 분야를 해석한 책이다. , 외과 의사, 신경생물학자 라보리가 인간의 신경계라는 망원경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철학서가 <도피예찬>이다.

 

도피를 예찬하는 라보리의 근거는 명확하다. 쥐에 대한 실험에서 시작한다. 자극이 고통스러우면 쥐는 도망간다(도피). 도망이 불가능할 경우, 방어적 공격, 즉 싸움을 일으킨다. 이러한 행동이 효과적인 결과를 낳아 기억화되면, 학습이다. 그렇지 않으면, 행동 억제화가 이뤄지면서 수동적 회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성된다.

 

라보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인간 사회로 확장시켜, 싸움, 스트레스, 도피라는 세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지배를 받는 우리는 지배자가 세운 체계에 맞서 싸울 수 없으니, 스트레스는 필연적이다. 따라서 라보리는 도피를 예찬한다. 도피는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두 가지 충동에 지배받는다. 생존 의지와 종의 번식 욕구이다.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본능은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 본능이다.

 

사회 문화적 테두리 안에서 만족을 주는 행동으로 충동을 충족하지 못해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경우, 상상계는 훌륭한 도피처이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다른 세상에 대한 욕망을 낳는 것이 바로 상상이다. 상상력이 없을 경우, 인간은 비교를 시작한다.

 

자유롭다는 느낌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의 규칙과 문화적 조건이 우리의 선택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굳이 자유를 정의해야 한다면, "인간의 지극히 상대적인 독립성"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트레스 반응과 쾌락 추구이다. 불안은 우리가 행동할 수 없을 때, 즉 도피할 수도 투쟁할 수도 없을 때 발생한다.

 

라보리는 신앙의 기원이 불안이라고 말한다. 불안의 해소를 위해 종교가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차갑고 건조한 어조가 예수를 이야기할 때만 따뜻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깜놀이다.

 

라보리는 사랑을 자신의 무사안녕에 죄책감을 느낀 혹은 피지배층의 증오를 느낀 지배자나 지배 체계의 차가운 무관심에 박살 난 피지배층이 내뱉을 무의미한 모순적인 단어라고 규정한다. 사랑과 관련된 뇌 영역은 존재하지는 않다는 그의 주장이 현재에도 유효한가? <도피예찬>1976년도에 출간했다.

 

사랑과 우정의 확고한 구분도 흥미롭다. 라보리는 지배욕이나 복종의 수용 없이 상호 만족의 대상인 두 개인의 공존이 우정이라고 정의한다. "더 많이 좋아하는 자가 약자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헌신과 이타주의적 행동이 사회 문화의 학습으로 변형된 본인의 만족을 위한 행동이라는 라보리의 생각은 설득적이면서 위험하다. 난관에 처한 인간이 투쟁과 도피라는 선택지만 있다면, 협상(타협, 조정)은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책을 읽는 행위는 저자의 머릿속을 탐험하는 것과 같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도피예찬>이다. "도피"가 자기 회복의 과정이라는 주장은 확실히 위안을 준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도피가 문제 해결의 전부인 것을 아님을. 상상계로의 도망은 일시적인 망명일 뿐,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을.

 

앙리 라보리는 권력관계와 사회적 불평등이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필연적으로 야기한 듯이, 인간의 도피 또한 생물학적 기반에 따른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므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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