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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호르몬 혁명 - 우리 몸의 관제탑, 호르몬 관리로 10년 젊어지는 루틴
안철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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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호르몬 혁명>의 저자 안철우 의사는 국내 최고 당뇨, 호르몬 권위자로서, 호르몬이 우리 몸의 관제탑이자 지휘자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리는 데 힘쓰는 "호르몬 전도사"로 유명하다. 제목만 보면 어려운 의학 용어가 가득할 것 같지만, 그는 복잡한 의학 지식을 생활 속 습관으로 풀어내며, 호르몬 균형이 곧 건강과 젊음을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하루 15분 호르몬 관리 루틴을 통해 노화의 속도를 근본적으로 늦추는 저속 노화를 실현하고, 억지로 하는 건강 관리가 아닌 신체적·정서적 건강의 회복과 유지를 돕는 '호르몬 혁명’을 제시한다.


노화는 서서히 일어나지 않는다. 특정 시기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으며 계단처럼 진행된다. 40대 중반, 60대 초반, 70대 후반처럼 사람마다 비슷한 시기에 늙는 이유는, 바로 "인체의 설계자"라 불리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기대 수명은 86.4세, 건강수명은 65세이다. 약 21년은 "유병자"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저자는 노화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고통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호르몬이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조절하는 화학적 메신저임을 강조한다.


“호르몬 관리가 곧 인생 관리”라는 파격적인 문구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생활 습관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저자의 강렬한 호소이다. 노화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영역이지만, 고속과 저속으로 가르는 속도의 차이는 오롯이 자신의 몫임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호르몬은 단순히 노화뿐 아니라, 피로, 수면 장애, 체중 증가, 정서 변화 등 일상 속 다양한 불편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대중은 세로토닌, 도파민, 멜라토닌이 낯설지 않다. <하루 15분 호르몬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나에게 부족한 호르몬을 알아보는 OX 퀴즈」를 놓치지 않은 독자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확인하고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안철우 저자는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세로토닌, 옥시토신, 인슐린을 5대 호르몬으로 강조하며, 각 호르몬을 위한 5가지 레시피를 소개한다. 5대 호르몬은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인체 균형을 조절하기 때문에, 노화 속도는 물론 체중, 수면, 정서, 면역 등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호르몬 밸런스를 되찾기 위해선 올바른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저자의 지적이다.


호르몬 관리의 핵심은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하고 질 높은 수면,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이다. 안철우 의사는 각 장마다 “하루 15분 호르몬 처방전”을 수록하여, 독자가 호르몬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습관을 제시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한 독자의 경우, 원인이 솔깃하다. 세로토닌 부족의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세로토닌 합성에 필요한 단백질 부족이고,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 수면 · 햇빛 노출 · 운동 부족 등 생활 습관과 관련된 요인이다. 고기 덕후 독자가 단백질이 부족할 리 만무하고, 생활 습관과 관련된 원인은 수긍할 수밖에 없다.


40대 중반에 시작되는 갱년기는 폭풍 노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갱년기 진단은 단순히 생리 유무가 아니라, 호르몬 수치와 증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려진다. 저자는 칼 융의 “두 번째 나를 만나는 시기, 두 번째 꽃을 피우는 시기”라는 말을 인용하며, 이 시기를 남은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로 여기고 현명하게 관리할 것을 조언한다. 갱년기에 시작하는 운동은 호르몬을 보충하는 습관이자 "자신을 돌보는 기회"라는 것이다.


갱년기 증상과 유사하고, 환자의 성별과 주요 연령대(중장년)가 겹친다는 이유로 갑상선 질환의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지속적인 열감과 충분히 자도 남는 피로가 특징인 반면, 갱년기는 얼굴과 상체에 열감이 집중되고 충분히 잠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갱년기의 주요 증상이 호르몬 문제라면, 호르몬을 보충하면 되지 않을까? 저자는 호르몬 보충 요법이 논란의 여지가 다수 있지만, 갱년기 초기에는 적절한 용량과 기간으로 치료를 시행할 경우, 부작용의 위험보다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훨씬 크다고 설명한다.


호르몬 보충 요법은 갱년기 증상을 완화해 줄 수는 있지만, 근본 치료법은 아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호르몬 요법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p. 306 도표 참조).


이런 이유로 안철우 저자는 생활 속 호르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호르몬을 관리하면 신체 전반의 균형이 잡히면서 의학적 치료로 해결하지 못하는 몸의 세밀한 불편까지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속도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단순한 건강 관리가 아니라, 매일 실천 가능한 습관을 통해 호르몬 밸런스를 유지하는 일상이 바로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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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 - 오롯이 나로 살아가는 심리학과 치유 글쓰기 필사 예찬 2
한경은 지음 / 서사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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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등한시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감정에 이끌리는 사람은 손해를 보기 마련이며,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비이성적 존재로 폄하되기 일쑤입니다. 이성만이 절대적인 가치인 듯 추구하지만, 정작 행복의 뿌리는 감정에 있습니다. 


하루에도 오만 가지 감정이 마음을 스쳐 지나갑니다. 어떤 것은 인지하기도 전에 연기처럼 흩어지고, 어떤 것은 미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화(火)’라는 이름 아래 한데 묶여 덩치를 키웁니다.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의 한경은 저자는 감정을 다스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손님처럼 대해야 할 존재라고 말합니다. 감정은 나를 위한 목적과 메시지를 품고 찾아옵니다. 통제가 필요한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는 내면의 안내자라는 뜻입니다.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는 치유 글쓰기 안내자로서 쌓아온 십여 년의 경험과 심리학자로서의 학문적 통찰이 아우러진 책입니다. 저자는 감정을 다루는 법을 비롯해 심리학, 철학, 영성의 관점에서 성숙하고 품위 있게 살아가기 위한 통합적 지혜를 나누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지혜가 담긴 문장을 필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마음, 알기를 거부하던 마음, 알고 싶지만 쉽게 닿을 수 없었던 각자의 내면을 마주칩니다. 문장이 열어준 내면의 한 켠을 주목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체화한 독자는 시나브로 삶을 보는 시선의 변화를 경험합니다. 시선이 바뀌면 태도가 달라지고, 삶의 변화는 억지로 쫓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정서적 통합의 단계를 담고 있습니다.「감정 인식과 자기이해」를 다룬 1장에서 감정이 보내는 신호를 읽는 법을 배웁니다. 2장「감정 해석과 자기수용」은 감정 뒤에 숨어있는 생각과 신념을 해석하고 자신의 불완전성을 수용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3장은 삶의 주체로 선 자신을 만나기 위한 챕터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 독자는 이제 외부의 시선과 내면의 강박적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자기표현을 회복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합니다. 4장「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힘 키우기」에서 타인과 건강하게 연결되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5장은 상처받은 자신을 다정하게 직시하며 회복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자기용서와 자기돌봄을 체득합니다. 


저자는 "100일 플랜"은 상징일 뿐,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겠다는 결단과 자기 속도에 맞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서적 통합 단계에 맞춰 구성되었지만, 자신의 부족한 단계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우선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책을 펼친 독자는 "감정은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것"이라는 문장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게 그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첫걸음에서 답을 얻으면서,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를 끝낸 이후의 자신에 대한 소박한 기대를 가져봅니다. 중요한 것은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겠다는 결단이라고 했습니다! 한편으로, 시작과 동시에 방황하는 자신과 부딪힙니다. Today's Mood에 그려진 감정 얼굴 세 개 중, 어느 것에 체크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좋아? 아니. 웃음이 나와? 아니. 슬퍼? 그건 또 아니야. 그냥 그저 그래. 그저 그래에 갇힌 감정의 정체를 파악할 날이 올까요?


쿠크다스 멘탈의 소유자는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의 안내를 따라,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삶을 지금과 다른 시선으로 그려보기도 하면서, 나만의 속도로 소소한 실천을 다짐합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알고 싶은 독자, 감정과 친하지 않은 독자, 무엇보다 내 마음을 단단하게 지키고 싶은 독자라면,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와 함께 내면을 단단하게 채워가는 여정을 시작하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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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
양경말.김이은 지음 / 황소걸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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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출간된 책이지만, 성인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교양 도서이다. 양경말, 김이은 저자는 우리 조상들이 사랑한 꽃과 나무에 한민족 고유의 문화와 정서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보고 즐기거나 열매와 목재를 얻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흉년에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허기를 달래고, 아플 때는 약재로 활용했다. 나아가 장수, 건강, 부귀, 출세 등 다양한 소망을 담아 꽃과 나무를 가꾸기도 했다. 요컨대, 우리 주변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는 조상의 삶과 가치관이 깃든 살아 있는 역사이자, 자연과 함께해 온 우리의 문화유산인 셈이다.


<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는 <학교 숲 생태 놀이>의 저자이자 숲 해설가인 양경말 선생님이 동료 교사와 함께 펴낸 책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꽃과 나무의 생태와 그 속에 담긴 우리 문화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어린이들이 꽃과 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7개의 주제로 나뉜 각 장의 이야기는 쉽고 간결하며, 전래 동화를 읽는 기분이다.「한국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에서 민족을 상징하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이야기한다. 익숙한 무궁화와 소나무를 비롯해서 잣나무는 한국산 소나무로 당나라로 유학 가는 신라인들의 선물용, 학비용으로 들고 갔던 나무라고 한다. 어릴 때 흔히 봤던 담벼락의 개나리가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품종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오랜 세월 우리 마당과 울타리를 장식하며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꽃과 나무는 「집 안팎에 심은 꽃과 나무」 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예부터 붉은색이 삿된 기운을 막아준다고 여긴 아낙네들은 장독대 근처에 맨드라미를 심어 ‘장맛’을 지켰고, 닭 볏을 닮은 꽃 모양을 바라보면서 자식의 출세를 빌고 벼슬길을 기원했다. 대문 앞에는 접시꽃을, 담장 아래에는 봉선화를, 마당에는 원추리와 나팔꽃을 심었다. 탱자나무는 울타리 역할을 하며 도둑과 짐승의 침입을 막았고, 가시는 종기를 째는 데에 쓰였다. 귤은 씨가 없지만, 있더라도 자라나는 것은 귤나무가 아니라 탱자나무라고 한다. 귤은 탱자나무에 귤나무를 접붙여 키워 얻은 과실이기 때문이다.


「산과 들의 꽃과 나무」은 우리 조상의 먹을거리가 되고 놀잇감이 되는 꽃과 나무를 다룬다. 토종 민들레 하얀 꽃을 본 적이 없어 아쉽다. 오늘날 흔히 보는 노란 민들레는 서양의 것이다. 5~6월 억새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훨씬 키가 작고 하얀 꽃이 피는 띠는 볏짚과 달리, 가볍고 물이 스며들지 않아 지붕과 도롱이 재료로 많이 쓰였다. 이팝나무를 비롯해서 밥 모양에서 유래된 나무 이름은 친근하면서 애처롭다. 참나무란 쓸모가 많아서 진짜 나무라는 의미이다.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6종을 통틀어 참나무라고 부른다. 참나무의 도토리는 다람쥐보다 멧돼지가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아카시아가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 나무"라는 것도 처음 듣는다. 미국이 고향인 아까시 나무가 일본을 거쳐 들어오면서 잘못 불리게 된 거라! 한국 전쟁 이후, 산림녹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많이 심은 나무이다. 악기 재료로 쓰이는 오동나무는 천연 방충제 역할을 하고, 느릅나무는 흉년이 들었을 때 소나무 껍질처럼 백성의 곯은 배를 채우는 구황식물로 활용되었다.


「선비가 닮고 싶어 한 꽃과 나무 사군자」에는 선비들의 사랑을 받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양반이 보고 즐긴 꽃과 나무」 편은 조선 전기 문신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에 언급되고 지금도 우리에게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를 소개한다. 능소화는 양반만 심을 수 있는 특권층의 꽃이다. 어사화의 꽃이라는 설이 있지만, 과거가 열리는 시기를 고려하면 접시꽃이나 영춘화가 아닐까? 라고 저자는 추론하다. 회화나무는 정승과 학자의 상징으로, 신분이 낮은 집에선 심지 못했다. 성장이 빠르며, 천 년을 넘게 사는 수명, 공해와 매연이 강한 특성으로 현재 공원이나 도심 가로수 역할을 하고 있다.


「정자나무 이야기」는 마을의 수호신, 즉 당산나무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대표 정자나무는 느티나무이다. 남부 지방 마을 지킴이 팽나무는 소금기 있고 바닷바람이 부는 곳에서도 잘 자란다. 포구 주변에서 팽나무에 배를 묶기 때문에 포구 나무라고도 한다. 공룡이 있던 때부터 지금까지 존재하는 "살아있는 화석"이 은행나무이다. 병충해에 강해 관리가 쉽고, 자동차 배기가스를 흡수해서 공기를 정화시키는 나무이다.


마지막 장인 「제사와 관련 있는 나무 열매」에서 제사를 중시했던 유교 국가 조선의 제수용으로 활용된 나무들을 소개한다. 조상들은 숲속에는 돌배나무를, 산자락에는 밤나무를, 밭둑에는 대추나무를, 집 주변에는 감나무를 심었다.


조선의 궁궐은 앵두나무, 살구나무, 개암나무가 많다. 왕권 다툼이 빈번한 왕실은 궁궐 곳곳에 효와 형제간의 우애를 상징하는 앵두나무를 심었다. 살구와 개암은 왕실의 제수용품이다. 향나무는 종교 행사뿐만 아니라, 부정한 기운을 없애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여겼던 사대부는 향 담은 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같은 이유로, 우물가에 향나무를 심었다.


<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를 읽고 나면, 일상에서 마주친 꽃과 나무가 달리 보인다. K-푸드의 근원은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목숨을 부지한 선조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지혜이다. 첫 장에서 무궁화를 모르는 아이가 있다는 언급에 깜짝 놀라면서도 수긍이 간다. 담벼락은 사라지고 빌딩 숲이 채워진 도시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운 성인 독자이다. <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를 읽으면, 숲을 채운 꽃과 나무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다. 토종 민들레의 하얀 꽃을 찾아보고 싶을 만큼, ‘보는 존재’에서 ‘찾고 살피는 존재’로 시선의 변화를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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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미 2025-09-0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글이 정말 재밌네요. 글을 읽으니 바로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 2권주문했다는건 안 비밀^^
 
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 - 멈춘 사유의 감각을 되살리는 51가지 철학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편역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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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 편역자의 신간 <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는 멈춰 있던 사유의 감각을 일상 속에서 다시 일깨우는 51가지 화두를 통해, 쇼펜하우어 철학을 현대인의 삶과 정서에 자연스럽게 접목하여, 사유의 저변 확대를 겨냥한다. 


태어났다는 사실, 그것이야말로 최초의 불행이라 규정한 쇼펜하우어는 인생이란 설계도가 주어지지 않고 이루어진 건축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알 수 없는 거대한 구조물의 일부이며, 그러한 구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의미를 감당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어차피 알 수 없는 삶의 의미를 붙잡는 대신, "나는 오늘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살아있는 자체가 고통이므로, 견디면서 고통의 완성 즉 유일한 생존 목적 죽음에 이른다. 


쇼펜하우어는 자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삶이 무의미하다면 굳이 죽을 필요조차 없다. 진정한 해탈은 괴로워하는 나의 존재에 대한 무관심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무관심은 욕망과 자기 집착의 소멸로 이어지며, 이는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의지의 소멸에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행복은 인간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이기에, 미련 없이 내려놓는 것이 가장 위대한 지혜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삶은 본질적으로 고통이지만,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은 오직 ‘노력하는 순간 그 자체’에 있다. 결국 현명한 삶이란, 삶의 무게를 피하려 하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나누어지고 살아갈지를 아는 삶이다.


자신과 타인에게 실망하기 싫다면, 본래 인간이란 윤리적인 존재가 아님을 인정하면 된다. 도덕은 일시적 규율이며, 법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도구일 뿐, 애초에 정의란 없다. 윤리를 흉내 내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 자신과 타인에게 너그러울 수 있다.


감정을 중시한 쇼펜하우어는 감정의 기복이 무의식에 지배받는 사유의 결과라고 보았다. 그는 감정의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전혀 새로운 사유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성은 두뇌라는 신체의 일부를 통해서만 작동한다. 다시 말해, 육체로 대표되는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의지가 지성의 전제이자 존립의 조건이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순수한 이성은 존재할 수 없다.


지성의 본질은 약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감정 기복)에도 심하게 요동치는 작은 불꽃과 같다. 지성의 주체가 아무리 위대한 사상가일지라도 약간의 불합리성과 오류는 내포한다. 


가장 깊이 있는 통찰은 개체가 아니라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진리는 감각 너머의 실재이기에, 시대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보편성을 가진다. 완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진리이다. 진리 탐구의 방해 요소는 사물에서 비롯된 오류가 유도하는 거짓 형상이나 지성의 나약함이 아니라, 선입관과 편견이다. 일반인과 달리, 천재는 자신의 주관적인 사유를 스스로 객관화해서 일반인에게 전달하는 존재이다. 


쇼펜하우어에게 철학은 예술과 시처럼 인간이 세계를 자신의 직관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학문이다. 철학자가 직관적 인식이라는 샘에서 객관적 지식이라는 물을 길어 올리는 사람이다. 


<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를 통해, 그의 철학이 불교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수행을 강조하는 불교와 달리, 쇼펜하우어는 철학적 사유를 통한 의지의 소멸을 주장한다. 


쇼펜하우어는 타인의 사상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 그 결점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의 동기에 단순히 ‘삶의 무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다운 삶’ 또한 중요한 동기 중 하나이다. 물론 ‘인간다움’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가 너무 다양하여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존엄사의 당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세계를 만든 건 두뇌가 아니라 욕망(p.231)이듯이,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인생의 나침판으로 삼은 이들에게 물질적 성장과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태어난 것 자체가 최초의 불운이지만, 행복이 이미지가 존재하는 신기루라면, "의지의 소멸"은 이미지조차 그릴 수 없는 환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인간은 욕망 덩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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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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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할머니 약국>의 서평단 모집은 창고형 약국의 등장과 이에 대한 약사회의 반발을 접한 시기와 맞물린다. 정당해 보이는 그들의 대의명분을 그들은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지난 몇 년 그리고 앞으로도 부득이하게 계속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는 약국이다. 이를 통해 체감한 이미지는 약사라기보다 약팔이였다. 약의 부작용을 묻는 질문에 받은 답변이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의사의 처방을 믿어라"였다. 한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할 수 없지만, 의약 분업 문구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구호는 약은 약사에게 구입하는 선에서 끝났다. 약국의 봉투에 기록된 부작용과 설명이 드라마틱한 변화이다. 이것만으로 약사의 임무는 끝인 건가? 비급여 항목의 약은 봉투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약사의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100세 할머니 약국>에 빗대어 국내 약사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싶었다. 이런 독기를 가지고 약사 히루마 에이코의 에세이를 시작했다. 100세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책을 펼치고 글귀를 담는 순간, 그냥 할머니의 다정한 조언을 듣는 기분이다. 가슴속의 응어리는 시나브로 흩어지고, 세월은 견디고 살아남은 한 사람의 귀한 철학을 접한다. 


23년생 히루마 할머니는 1945년 도쿄 대공습의 폐허를 눈에 담은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녀가 간간이 들려주는 전쟁의 참상은 80년이라는 시간의 약을 처방받고도 여전히 놀랍고 생생하다.


나이를 먹었다고 모두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무게는 달라진다. 히루마 할머니의 말처럼, 노년은 살아남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노화를 인간의 퇴행이 아니라 생존의 승리로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 깊이 공감한다.


할머니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일을 결코 창피한 일도, 미안한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그 일이 가능한 누군가에게 부탁하면서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이로서 새겨듣고 싶다. <100세 할머니 약국>을 읽으면, 할머니 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에 젖어든다. 


출처도 근거도 없는 조언이지만, 이상하게 귀가 솔깃해진다. 할머니의 다정한 목소리에 반항심은 스르르 사라지고, 고개는 저절로 끄덕여진다. 유명한 철학서나 자기 계발서에서 볼 수 없는 "나만을 위한 애정"이 느껴진다. 히루마 에이코 할머니의 진짜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표지 속 그림처럼, 백발이 성성한 푸근한 할머니가 애정을 듬뿍 담아 건네는 인생 조언들로 가득한 <100세 할머니 약국>이다. 


약사로서 역시 다정다감한 할머니이다. 파스를 구입한 고객에서 "붙여드릴까요?"라며 제안하는 장면은 신선한 충격이다. 1인 가구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나 혼자 산다> 예능 방송에서 샤이니의 키가 홀로 파스를 붙이는 일을 희화한 적이 있지만, 사실 마냥 웃고 넘어갈 수 없는 애환이 담긴 에피소드이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에 규탄할 것이 아니라, 약사의 자기 검열이 필요하다. <100세 할머니 약국>에서 길을 찾아도 무방하다. 할머니의 다정함에 감화된 독자의 독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책장을 덮는다. 앞으로의 삶이 마냥 힘들지 않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나는 왜 이런 병에 걸린 거지?‘,

‘왜 나는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걸까?‘

하고 스스로를 몰아세워 봤자

득 될 건 하나도 없어요.

‘왜?"라는 질문은 답하기 힘든 질문과

같아서 괴로움만 줄 뿐입니다.

중략



먼저 스스로를 용서하세요.

내가 나의 편이 되어주는 겁니다.

중략



그러니 자신을 향해 던지는 말은

반드시 스스로를 보듬고

격려하는 말로 바꿨으면 합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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