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
양경말.김이은 지음 / 황소걸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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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출간된 책이지만, 성인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교양 도서이다. 양경말, 김이은 저자는 우리 조상들이 사랑한 꽃과 나무에 한민족 고유의 문화와 정서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보고 즐기거나 열매와 목재를 얻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흉년에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허기를 달래고, 아플 때는 약재로 활용했다. 나아가 장수, 건강, 부귀, 출세 등 다양한 소망을 담아 꽃과 나무를 가꾸기도 했다. 요컨대, 우리 주변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는 조상의 삶과 가치관이 깃든 살아 있는 역사이자, 자연과 함께해 온 우리의 문화유산인 셈이다.


<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는 <학교 숲 생태 놀이>의 저자이자 숲 해설가인 양경말 선생님이 동료 교사와 함께 펴낸 책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꽃과 나무의 생태와 그 속에 담긴 우리 문화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어린이들이 꽃과 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7개의 주제로 나뉜 각 장의 이야기는 쉽고 간결하며, 전래 동화를 읽는 기분이다.「한국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에서 민족을 상징하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이야기한다. 익숙한 무궁화와 소나무를 비롯해서 잣나무는 한국산 소나무로 당나라로 유학 가는 신라인들의 선물용, 학비용으로 들고 갔던 나무라고 한다. 어릴 때 흔히 봤던 담벼락의 개나리가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품종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오랜 세월 우리 마당과 울타리를 장식하며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꽃과 나무는 「집 안팎에 심은 꽃과 나무」 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예부터 붉은색이 삿된 기운을 막아준다고 여긴 아낙네들은 장독대 근처에 맨드라미를 심어 ‘장맛’을 지켰고, 닭 볏을 닮은 꽃 모양을 바라보면서 자식의 출세를 빌고 벼슬길을 기원했다. 대문 앞에는 접시꽃을, 담장 아래에는 봉선화를, 마당에는 원추리와 나팔꽃을 심었다. 탱자나무는 울타리 역할을 하며 도둑과 짐승의 침입을 막았고, 가시는 종기를 째는 데에 쓰였다. 귤은 씨가 없지만, 있더라도 자라나는 것은 귤나무가 아니라 탱자나무라고 한다. 귤은 탱자나무에 귤나무를 접붙여 키워 얻은 과실이기 때문이다.


「산과 들의 꽃과 나무」은 우리 조상의 먹을거리가 되고 놀잇감이 되는 꽃과 나무를 다룬다. 토종 민들레 하얀 꽃을 본 적이 없어 아쉽다. 오늘날 흔히 보는 노란 민들레는 서양의 것이다. 5~6월 억새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훨씬 키가 작고 하얀 꽃이 피는 띠는 볏짚과 달리, 가볍고 물이 스며들지 않아 지붕과 도롱이 재료로 많이 쓰였다. 이팝나무를 비롯해서 밥 모양에서 유래된 나무 이름은 친근하면서 애처롭다. 참나무란 쓸모가 많아서 진짜 나무라는 의미이다.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6종을 통틀어 참나무라고 부른다. 참나무의 도토리는 다람쥐보다 멧돼지가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아카시아가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 나무"라는 것도 처음 듣는다. 미국이 고향인 아까시 나무가 일본을 거쳐 들어오면서 잘못 불리게 된 거라! 한국 전쟁 이후, 산림녹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많이 심은 나무이다. 악기 재료로 쓰이는 오동나무는 천연 방충제 역할을 하고, 느릅나무는 흉년이 들었을 때 소나무 껍질처럼 백성의 곯은 배를 채우는 구황식물로 활용되었다.


「선비가 닮고 싶어 한 꽃과 나무 사군자」에는 선비들의 사랑을 받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양반이 보고 즐긴 꽃과 나무」 편은 조선 전기 문신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에 언급되고 지금도 우리에게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를 소개한다. 능소화는 양반만 심을 수 있는 특권층의 꽃이다. 어사화의 꽃이라는 설이 있지만, 과거가 열리는 시기를 고려하면 접시꽃이나 영춘화가 아닐까? 라고 저자는 추론하다. 회화나무는 정승과 학자의 상징으로, 신분이 낮은 집에선 심지 못했다. 성장이 빠르며, 천 년을 넘게 사는 수명, 공해와 매연이 강한 특성으로 현재 공원이나 도심 가로수 역할을 하고 있다.


「정자나무 이야기」는 마을의 수호신, 즉 당산나무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대표 정자나무는 느티나무이다. 남부 지방 마을 지킴이 팽나무는 소금기 있고 바닷바람이 부는 곳에서도 잘 자란다. 포구 주변에서 팽나무에 배를 묶기 때문에 포구 나무라고도 한다. 공룡이 있던 때부터 지금까지 존재하는 "살아있는 화석"이 은행나무이다. 병충해에 강해 관리가 쉽고, 자동차 배기가스를 흡수해서 공기를 정화시키는 나무이다.


마지막 장인 「제사와 관련 있는 나무 열매」에서 제사를 중시했던 유교 국가 조선의 제수용으로 활용된 나무들을 소개한다. 조상들은 숲속에는 돌배나무를, 산자락에는 밤나무를, 밭둑에는 대추나무를, 집 주변에는 감나무를 심었다.


조선의 궁궐은 앵두나무, 살구나무, 개암나무가 많다. 왕권 다툼이 빈번한 왕실은 궁궐 곳곳에 효와 형제간의 우애를 상징하는 앵두나무를 심었다. 살구와 개암은 왕실의 제수용품이다. 향나무는 종교 행사뿐만 아니라, 부정한 기운을 없애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여겼던 사대부는 향 담은 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같은 이유로, 우물가에 향나무를 심었다.


<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를 읽고 나면, 일상에서 마주친 꽃과 나무가 달리 보인다. K-푸드의 근원은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목숨을 부지한 선조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지혜이다. 첫 장에서 무궁화를 모르는 아이가 있다는 언급에 깜짝 놀라면서도 수긍이 간다. 담벼락은 사라지고 빌딩 숲이 채워진 도시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운 성인 독자이다. <우리 문화가 담긴 꽃과 나무>를 읽으면, 숲을 채운 꽃과 나무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다. 토종 민들레의 하얀 꽃을 찾아보고 싶을 만큼, ‘보는 존재’에서 ‘찾고 살피는 존재’로 시선의 변화를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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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미 2025-09-0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글이 정말 재밌네요. 글을 읽으니 바로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 2권주문했다는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