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비학자 이야기 ㅣ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4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1월
평점 :
월출산의 학성 왕인 박사, 참선비의 정신을 보여 준 강수, 현묘지도를 깨달은 최치원, 사립대학을 세운 해동공자 최충, 암흑시대의 등불 안향, 새 시대의 징검다리 이색, 도학정치의 기수 조광조, 신비한 숲 속의 철학자 서경덕, 성리학의 집대성자 이황, 하늘도 시샘한 조선의 별 이이, 실학의 선구자 이수광, 별들이 모인 큰 호수 이익, 학문의 바다에 다다른 정약용
꽤 두꺼운 책이지만 13명의 선비학자들이 공부하던 흥미로운 이야기에 어렵지 않게 책장이 넘어간다. 입시를 코앞에 앞두었건, 10년 후의 일이되었건 아이들이나 부모들이나 저마다 관심있어 하는 것이 바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를 할까? 내지는 무슨 비밀스런 그들만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긴 하다. 과외도 없이 혼자 힘으로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훌륭한 사람으로 세상을 빛낸 사람들을 볼 때면 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했을까... 하는 관심을 넘어 궁금증이 생기곤 했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더 편하고 좋아진 세상인 건 분명 맞는 것 같은데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훨씬 더 좋게 변해가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며 한 명의 지도자, 한 명의 진정한 선생, 학자가 얼마나 절실한 때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부모님과 스승을 동일시하였고 감히 스승의 그림자조차도 밟지 않았다는 것은 이제 정말 옛말이 되어 버렸고, 과외나 입시 학원 선생님들을 더 신뢰하고 대접하는 세상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선비학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건,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같이 자신들의 학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호의호식 하며 천하를 호령할 수도 있었건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크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자신들이 갈고 닦은 학문을 개인의 업적이나 영광을 위해 이용하기 보다, 학문을 배우기 원하는 제자들을 위해, 백성들을 위해 기꺼운 마음으로 내어주길 원했고,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랬기에 훌륭한 스승들의 뒤를 이어 더 빛나는 업적을 이루어 낸 인물들을 배출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공부(工夫)- '짓는(이루는)남자'라는 뜻이야. 공(工)은 '하늘과 땅을 잇는다'는 뜻. 일(一)은 하늘이요, 이(二)는 는 땅인데, 그걸 사다리처럼 이어주고 있잖아. 부(夫)자도 같은데,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살지. 부(夫):一 + 二 + 人 자는 바로 하늘과 땅을 사람이 이어야 한다는 뜻이 된단다. 그러므로 참공부란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의 마땅한 도리'를 뜻한다고 할 수 있어. -시작하는 글 중에서- |
선비학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들이 어떻게 공부했으며, 왜 그렇게 공부를 했는지 그리고 그 학문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참 뜻을 알게 되고, 참 선비, 학자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얻게 될 것이다.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의 마땅한 도리를 행했던 많은 선비학자들의 이야기에 고개가 숙여지고, 이 시대에 참 선비학자가 참으로 목마르게 갈급해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