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세 - 고선경의 12월 시의적절 24
고선경 지음 / 난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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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경 시인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뿐.... 시집을 읽고 있자면 항상 뒷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게 너무 즐거운 그런 시를 쓰시는데...

난다의 시의적절 12월 책 <29.9세>에 시, 산문, 일기, 메모가 섞여 있어서 이런 책 기획은 역시 난다 출판사의 극강점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하고 참신한 책 구성이었다. 시의적절 책들 좀 진작에 여럿 볼걸 하는 생각도 들었고...

기본적으로 고선경 시인의 시와 산문은 굉장히 진솔한 일기가 시와 산문의 형식에 맞춰 정렬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쩜 이렇게 진솔할 수 있을까 싶고, 더불어, 먼 과거에 대한 기억력이 어쩜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싶고...

아무래도 고선경 시인과 동세대이다보니ㅡ혹은 나이가 비슷하다, 이렇게 고쳐 쓸 수도 있겠다.ㅡ내가 읽으면서 동질감 같은 무언가를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그 만큼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심리적 거리가 상당히 가깝다.... 이것이 컨템퍼래리 문학이 주는 뚜렷한 강점이 아닐까 한다. 평소에 고전 문학 작품을 많이 읽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대다수의 작품에서 등장인물들과의 심리적 거리는 어느 정도 저만치 떨어져 있는 편이고... 배경이 되는 국가나 문화적 배경도 크게 다르다 보니, 읽으면서 ‘그렇구나...’ 정도로만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동시대성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컨템퍼래리 한국 문학을 읽는 의의가 발현되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을 쓰며 생각한다. 2010, 2020년대 한국 문학을 좀 더 넓게, 그리고 깊게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인상 깊게 읽은 산문 같은 경우는... 남성이 산문의 화자를 찾기 위해 페이스북을 뒤졌다는 게 좀 재밌었던 것 같다.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거의 하지 않다가 코로나 즈음 시작해서 중학교나 고등학교 동창들을 인스타에서 친구 맺게 된 기억이 떠올라서 좀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에 얘기하고 싶었다. 그 만큼 페북과 인스타 덕분에 소식이 끊겼던 친구들의 근황도 알 수 있게 돼 참 반가웠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들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서 많은 자극이 되고 있다.

고선경 시인이 지금부터 작품 활동을 쭉 해 나가는 동안, 그의 책을 아마 거의 다 읽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 내가 팬심이 커진 걸까? ㅎㅎ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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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늑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0
쓰시마 유코 지음, 김훈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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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 유코-<웃는 늑대>, 김훈아 옮김, 문학동네를 인상 깊게 읽었다.

세일러복을 입는 중학생 소녀와, 일면식도 거의 없었던 고등학생 나이의 소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서사다. 소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고, 소년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는 고아이다. 그들은 각자 없는 것에 서로가 이끌려 문득 1주일 가까이 가출해 먼 북쪽으로 쭉 열차를 타고 다니며 중간중간 열차에서 내려 군것질도 하고 근처 화장실에서 세면도 하는, 음습하고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그런 이야기.

이 작품을 읽으며 좋았던 부분은 작가 쓰시마 유코 특유의 진솔하고 내밀한 글쓰기 묘사다. 분량이 꽤 두껍고, 뚜렷한 작품 줄거리도 크게 없는 장편소설임에도, 두 등장인물 중심의 ‘몽환적인‘ 대화와 생각, 그리고 읽고 있자면 즐겁기만 한 의식의 흐름 기법까지, 군더더기 없는 멋진 소설을 써 내려갔다. 꿈 속을 사뿐사뿐 걸어다니는 것만 같은, 환상적이면서 동시에 몽환적인 묘사 덕분에 늘어지지도 않고 정갈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그에 맞게 쓰시마 작가 자체의 ’의식의 흐름‘ 묘사도 독자 입장에서 재미 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이 <웃는 늑대>에는 작품 중반부부터, 짤막한 사건 사고가 전개되고, 바로 그 뒤에 그와 관련된 신문 기사가 첨부된다. 작가가 직접적으로 “저, 이 기사 참고했어요^^”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글쓰기 방식이 참신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스토리에 대한 현실성, 개연성, 핍진성이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쇼와 시대에는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에도 힘든 참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많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작품에 서술된 사고는 참 기이하다.

쓰시마 유코 작가의 책들을 최근에 쭉 읽어가며 느끼는 부분이 있다. 작가의 작품세계의 주인공은 결핍이 있거나, 마음이 공허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중심으로 해 서사가 전개된다.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커져서 논문을 몇 읽어 보니 대부분 쓰시마 작가가 너무 어렸을 때 아버지 다자이 오사무가 죽게 돼, 작가의 삶에 있어 아버지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결핍을 작품에 투영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글을 많이 읽었다. 지금까지 읽어 본 바에 따르면 이 결핍이 있는 주인공들의 결핍은 무언가 다른 충만한 것으로 채워지기도 하고, 공허한 채로 그대로 남기도 한다. 번역된 다른 작품들도 좀 더 읽어봐야겠지만, 작가의 삶을 일정 부분 주인공에 녹여내 이야기를 진행시킨 점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혹자는 자전적인 작품, 혹은 사소설 같은 글쓰기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 수 있는 간접적인 실마리가 된다고 생각해 나로서는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글쓰기 방식이다.

우리나라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일본 근현대 문학이 주는 특유의 감성이 좋다. 풋풋함이 느껴지는 교복, 무언가 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구시대의 열차, 학교, 다리... 등. 유럽 문학이나 북미, 남미 문학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어느 정도 한국 독자가 책을 읽으며 상당히 가까운 ’심리적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의 문학이라고 생각하기에 가감 없이 일문학을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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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소년 - 미시마 유키오 단편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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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에는 일단 문제작 [우국]이 단편으로 번역돼 있다. [우국]은 이 책으로 읽어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주인공이 할복을 하는 데에 따른 작가의 묘사를 읽고 있자니 나까지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지금까지 읽어 본 미시마 유키오 중에 할복이라는 키워드가 크게 자리했던 작품은 이 [우국]과, <풍요의 바다> 4부작(<봄눈>, <달리는 말>, <새벽의 사원>, <천인오쇠>) 중 <달리는 말>인 것 같다. [우국]과 <달리는 말>에서 서로 비슷한 등장인물이 작품 속에 보이기도 했고, 처음 [우국]을 집필할 때부터 ‘미시마 사건‘은 이미 예정돼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무라카미 하루키-<태엽 감는 새> 작품 내에서 등장인물이 크게 고문을 받는 ’노몬한 사건‘의 묘사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에 대해 작가가 서술한 것을 읽으면서 좀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물론, [우국]은 등장인물의 주체적인 할복이고, <태엽 감는 새>에서의 ’노몬한 사건‘은 등장인물이 고문을 받는 것이지만.


단편집 내의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에서는 입적을 앞둔 고승이 얼핏 바라 본 후궁에게 사랑에 빠지면서, 금지된 관계가 설정된다. 이 ‘금지된 관계’는 <봄눈>과 유사한데, 마쓰가에 후작의 아들인 마쓰가에 기요아키와, 아야쿠라 남작의 딸인 아야쿠라 사토코의 관계로써 종합된다. 도인노미야 가의 혼담이 정해진 아야쿠라 사토코는 마쓰가에 기요아키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가며 관계를 요구하는 것에 거절하지 않고 응해 오다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맞게 된다. 이런 금지된 관계, 사랑이라는 테마에서 작가 미시마 유키오는 결말부까지 상당히 이야기를 잘 끌고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단편 소설을 읽은 것이지만, 기승전결이 딱 떨어지는 스토리를 쓴다.


[시를 쓰는 소년], 이 단편은 작가의 사소설이기에, 어느 정도 그의 과거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청소년일 때 시를 쓰던 소년 주인공이 왜 쓰게 되지 않았는가... 자신의 시 쓰기가 ’거짓된 불순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타인의 시선(무언가를 평가하고 평가받는다는 것)과 삶의 아이러니가 그의 내면에 파고들어서가 아닐까 한다. 결국 시를 쓰며 동시에 예술적 천재라고 믿던 자신이 삶의 불순물을 껴안고 살아가야 할 평범한 인간임을 받아들인 데에서 작품이 마무리된 것 같다. 미시마가 괴테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은 여러 작품에 드러나 있다. 미시마-괴테-벤야민 이 세 작가를 연관 지어 괴테 작가 자체적인 면의 중심으로 생각하다가 미시마 쪽으로 틀어 읽는 자세도 좋아 보인다. 벤야민은 일전에 <괴테와 친화력>에서 “괴테의 삶은 그 자체가 작품”고 평을 한 적이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작품 내에서 실러가 되지 말고 괴테가 되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아마 작품을 쭉 내며 작가로 살아가는 삶의 그 여정 자체를 작품으로 만들라는 의미로 짐작 가능하다. 이 작품이 미시마의 사소설이라는 데에 그 의의가 크게 발현된다. 미시마의 삶의 궤적을 쭉 살펴 보면 그의 삶은 어느 정도 상당 부분 작품이 되어버렸다고 능히 말할 수 있으니. 작가 미시마는 단편소설이든 장편소설이든 다양한 장르로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시마 특유의 ‘,’로 이어지는 긴 문장도 역자 선생님께서 멋진 번역으로 잘 살려주신 것 같다.


여러모로 부족한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꼭 읽어보심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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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세 - 고선경의 12월 시의적절 24
고선경 지음 / 난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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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어요. 좋아요. 동시대성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컨템퍼래리 문학이자 산문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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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와 나날 - 삶을 다독이는 문장들
김민지 지음 / 사람in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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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좋음. 요즘 같이 정치 경제 힘든 때에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안을 얻게 되는 책이라구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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