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것인가, 팔 것인가, 버틸 것인가 Buy·Sell·Hold - 1만 번의 선택, 살아남은 펀드매니저의 원칙
목대균 지음 / 서삼독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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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살펴보다가 많은 자산운용사 대표분들의 장문의 추천사를 읽고 나서, 이 책은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읽으면 좋겠다 싶어 구입했다.최근 KCGI자산운용에 재직하고 계시는 임원분들의 인터뷰를 자주 접하게 됐고 자연스레 KCGI자산운용에 대해 관심이 생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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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는 자산운용사에 몸 담게 된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투자 사례와 경험을 25가지로 정리했다. 최근의 인공지능 붐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까지의 경험담이 독자 입장에서 생생하게 다가온다. 사실, 이런 투자 경험을 기록하는 데에 있어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앞세우기 마련일 텐데, 저자는 오히려 실수와 실패 경험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기에 더 읽을 가치가 있지 않나 한다. 애플(AAPL)을 매우 낮은 가격에 매수했다가 스티브 잡스에서 팀 쿡으로 CEO가 교체되고 스티브 잡스의 부재와 기업 부진 이슈로 주가 폭락에 의한 손절 후에 더 비싸게 매수했던 경험, 2010년대에 셰일 혁명 이후로도 고유가가 지속될 거라고 판단해 원자재 시장에 비중 있게 투자했던 경험, 2010년대 후반 트럼프 정부 1기, 미중 무역 갈등 이후 중국 시장에서의 뼈아픈 투자 경험 등은 피부에 와 닿는다.



어떤 종목을 매수하는 이유나 원칙을 확실하게 다져둔 점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 저자는 워렌 버핏의 '가격 결정력'을 참고해 적어 두었는데, 어떤 기업이 상품 가격이나 구독료를 인상할 때 소비자의 반발이 적을수록 가격 결정력에서 유리하다고 본다. 저자는 몇십년간 영업이익률이 60%를 웃도는 기업 비자(Visa,V)를 생각한다. 글로벌 결제의 표준, 늘어나는 거래량에도 변하지 않는 인프라 비용, 자동으로 개선되는 수익성. 가격 결정력이 강한 기업(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쉽게 전가할 수 있는 기업)과 강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기업으로 나는 코카콜라가 생각났다.



기업을 볼 때 ROE(자기자본이익률)를 우선적으로 본다는 것도 눈에 띈다. ROE는 주주가 맡긴 돈으로 그 회사가 1년간 얼마를 벌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로 마진율, 두 번째로 자산회전율, 세 번째로 레버리지다. 높은 마진과 빠른 자산회전, 그리고 강한 브랜드 가치를 갖춘 회사에 있어 저자는 애플을 주목했다. 



저자는 또한 어떤 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할 때, 그 기업이 어떤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한 은행에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그것은 비단 은행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신용 사이클에도 투자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최근 중국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처럼 어떤 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그 기업이 어떤 기반 위에 놓여있는가를 같이 판단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통찰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저자는 거시경제 등을 꼼꼼하게 파악하기 위해 매 주 [The Economist]를 읽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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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부채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금, 비트코인, 구리가 대체자산으로 주목받는 환경도 참고할 만하다. 셋, 특히 금과 비트코인은  유사해 보이지만 사실 역할이 좀 다르다는 데에 공감했다. 금을 먼저 살펴보자. 



물가가 오를 때가 보통 세 가지 케이스가 있다. 1. 경기가 좋아서 오르는 물가. 이런 경우는 원유나 구리 같은 산업금속이 낫다. 경기에 직접 올라타는 자산이 더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2. 공급이 막혀서 오르는 물가.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그렇다. 이때에도 물가는 올랐지만 금은 오르지 못했다. 3. 화폐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서 오르는 물가. 정부가 빚을 감당하려 계속 돈을 찍고, 사람들의 그 돈의 가치를 더 믿지 않는 국면. 이 세 가지 케이스에서 세 번째가 가장 금이 빛날 때이다. 비트코인은 금과 조금 다르다. 훨씬 젊고 변동성이 크고 제도적으로도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다시 보게 되기 시작한 이유는 금과 비슷한 맥락이다. 중앙은행과 통화, 국경을 넘는 자산 이동, 디지털 세대의 저장 수단이라는 질문이 있었다. 구리는 금, 비트코인과 다르다. 화폐의 대체가 아니라, 디지털 경제가 물리적으로 커질 때 필요한 금속이다. AI 시장이 커질수록 전기가 중요하고, 전기를 보내려면 전력망이 중요하다. 그리고 전력망에는 구리가 들어간다.



책 제목처럼 buy, sold, hold. 이 세 가지가 마음에 깊이 남는다. 살 것인가, 팔 것인가, 버틸 것인가. 이 세 가지 행동과 원칙을 내 투자에 새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친다. 투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이 책을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다. 최근 읽은 투자서 중에서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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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 - 번영과 낙관은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았는가
앤드루 로스 소킨 지음, 조용빈 옮김, 신현호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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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로스 소킨의 <1929>. 빌 게이츠가 최근 여름에 추천했던 책 중 하나였어서 관심을 갖고 지난 한 주간 읽어 보았다. 1929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대공황에 대해 많은 자료와 참고문헌을 통해 인물간의 대화와 행적을 중심으로 편년체적 서술을 한 책이다. 1920년대에 미국에서 월스트리트와 금융 재벌, 정치인들에 의해 외상거래와 레버리지, 마진이 활성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주식 시장에서 일반인부터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빚투 열풍이 정점까지 치솟고 그 버블이 꺼지는 과정이 일관성 있게 다뤄졌다. 버블을 형성하는 데에 크게 일조한 여러 투기꾼을 포함한 금융 부자들 중의 몇은 대공황 이후에 제재를 받았고, 일부는 그렇지 아니하였다.

자산시장이 크게 상승할 때에 개인이 쓰는 레버리지는 부의 증식에 있어 크나큰 공헌이 되기 마련이다. 불행하게도 대다수에게는 레버리지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레버리지는 단기간에 벌어지는 하락장에서도 포트폴리오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 거대한 국가 단위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통해 투기를 도모한다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지나간 역사를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는 여럿 보아왔다.

여러 언론사에서 1920년대의 버블이 현재의 버블 형성과 닮았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심지어 1840년대 영국에서 발생한 철도 버블과 닮았다는 분석 기사도 보았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의견과 궤를 같이 한다. 2022년 12월 ChatGPT의 도래 이후 AI의 발전에 촉매 역할을 하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거대한 투자 지출을 통해 본래 발생했었어야 할 경기 침체도 일시적으로 지연되었다는 분석도 인상 깊었다. 비슷한 예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CAPEX 지출을 통해 발생한 미국 경제의 성장을 제외하면 0%대의 성장에 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보았다. AI에의 과도한 집중과 투자 지출로 인해 앞으로의 세계의 미래와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만들어낼 여러 부문의 혁신성을 그리고 있는 긍정적인 관점과, 세계 경제를 장기간의 침체로 이끌 유인이 된다는 부정적인 관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책으로 돌아와서, 저자는 대공황 시기에 대통령이었던 후버 대통령과 루스벨트 대통령을 대비시켰다. 후버는 뛰어난 엔지니어 출신으로, 대중에 대한 소통과 호소력은 부족했음이 언급된다. 반면에 루스벨트는 후버로부터 대통령직을 이어 받아 대중적인 지지도 높았음을 알게 된다. 내셔널 시티 은행장이었던 찰스 미첼의 적극적인 레버리지 독려와 주식 투자자라면 친근한 제시 리버모어의 투기 성공과 실패담도 읽어낼 수 있다. 작품 말미에서 월스트리트의 인물들이 청문회에 소환되고 과거의 행적들이 낱낱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 장면을 읽으며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글로벌 금융위기)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책을 덮고 나서, 이번 강세장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관심사다. 결국 언젠가는 강세장은 종료되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하는 이들을 가장 조심하라고 하는데, 기억해 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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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도움닫기 ㅣ 산문과 결
김민지 지음 / 출판사 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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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김민지 시인의 최근작 <살아 도움닫기>, 출판사 결을 읽었다. 80% 정도가 산문이고 20% 정도가 시로 구성돼 있는데, 줄곧 읽어 온 김민지 시인의 산문은 특히 눈에 띈다.

재작년 말에 출간돼서 작년 초에 읽었던 <하루와 나날>은 글이 따뜻하면서도 진솔한 면도 갖추고 있었다. 나와 동세대이면서, 시인과 직장인 그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 동시대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껴 온 일화들이 들어 있다. 다른 책들에서 좋았던 문장들을 뽑아와 챕터별로 수록해 둔 점도 참고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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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살아 도움닫기>를 읽으면서, 진솔함을 느끼긴 했지만, 글에서 이전에는 살펴 볼 수 없었던 시니컬함이 느껴졌다. 그 시니컬함, 냉소는 남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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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나고 있거나 누군가와 사는 친구들은 모든 현재와 미래에 누군가와 함께다.“와 같이, 80년대 극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 중에,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봄직하다. 남들이 결혼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전해주는 축하와 동시에 스스로 품는 복잡한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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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소셜미디어에서 누군가의 자랑에 대해 ”솔직히 다 부러워.“ 라고 가감 없이 부러움을 적고 있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것, 공부를 잘하는 것, 운동을 잘하는 것, 어딘가 특출난 면이 있는 것, 유학에 가는 것, 좋은 집에 살거나,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 등. 하지만 시인이 직접 말하기로, 배배 꼬이진 않았다는 데에서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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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서 가까워질 수 없던 친구들을 생각한다.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져서 멀어졌던 친구들을 생각한다. 그때 그 친구들과 쌓다 만 우정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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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금의 친구들은 화두를 던진다. 그게 자기 인생의 화두일 때 우리들의 이야기는 정말 크고 깊게 번진다. 빤한 날씨 얘기를 하더라도. 하다못해 할 얘기가 없어 연예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잘 들어보면 자신의 관점이나 고민 같은 게 드러난다. 그 점에 착안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다 보니 어떤 대목에서 어떤 친구가 어떻게 얘기할 거 같다는 예측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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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금 더 가까워지거나 이대로 끝나거나. 어느 순간 누구 하나 대놓고 절교를 선언하는 일 없이 어느 순간 소원해지는 흐름에 익숙해진 나이가 됐다. 특별히 악감정을 가질 수 없다. 그럴 만한 이유도 없다. 그래서 뭐랄까 더욱더 어느 시기를 뼈아프게 그리워하는 일이 드물어지는 것 같기도 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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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재의 인연만큼 현재로서 가장 깊은 인연은 없다. 언젠가 사무칠 인연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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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터 4까지 구구절절 공감했기에 밑줄까지 긋고 글로도 옮겨오게 되었다. 김민지 시인의 산문은 삶과 깊게 밀착해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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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재능이 있길 바랐던 한때가 있었다. 그러다 그냥 작정하고 하루걸러 하루는 쓰자 마음먹고 뭐든 써둘 때가 있었다. 그때를 거쳐 지금까지 느끼는 건 그냥 꾸준한 게 재능이다. 꾸역꾸역 해내는 밥벌이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는 글쓰기도 결국엔 꾸준함이 역량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이 모든 게 언젠가 끝이 날 일이라는 것도.“ 노력과 재능 그리고 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때가 있었다. 사람의 인생을 구성하는 요소에서 셋 중 어떤 게 가장 중요할까? 에 대해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다 천차만별의 답이 돌아왔었다. 그런 연유로 아티스트를 지향하는 만화 <블루 피리어드>를 읽으며 떠오르는 노력, 재능, 운에 대해서도 써 본적이 있었다. 지금은 저 셋을 논하기 이전에 결국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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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인께서 나와 동세대여서 그런지 글을 읽으며 내적 친밀감도 느껴지고 공감도 더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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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집 2집도 출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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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영역 ㅣ 마르코폴로의 도서관
쓰시마 유코 지음, 서지은 옮김 / 마르코폴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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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그저 무한 감사. 쓰시마 유코는 멋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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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6 세트 - 전6권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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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고 나서 이런 저런 책들을 읽다가, 1월의 어느 주말에 감명 깊게 본 [러브 레터] 영화에서 남주와 여주를 이어주는, 매력적인 소재로 등장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끌려 2월의 지금까지 읽어 오고 있다. 1권만 읽었을 때는, 지금껏 독서해 오면서 이런 책을 만나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선하면서도, 동시에 막강한 적을 앞으로 두고 내가 질 것이 거의 확실했던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2권부터 지금 읽고 있는 4권에 이르기까지는 정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황홀한 독서 경험을 선사했다.

프루스트의 화자가 내뱉는 독백은 한 페이지에서 기본 4~5줄의 글이 한 문장으로 할당되는 경우가 많아서, 만연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짐짓 포기할 만한 것 같다. 하지만 화자의 독백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인간사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으며, 일부 문장에서는 금언처럼 보이는 말도 군데군데 자리해 있다. 독자인 나는 프루스트의 화자가 펼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평소의 독서보다 좀 더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것 같다. 3권과 4권에서 프루스트의 화자는 스완 부부의 딸인 질베르트를 사랑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그녀와 멀어진다. 그 이후 화자는 질베르트를 다시 만나고 싶어 그녀를 기다리게 되는 초조한 마음을, 그 사이사이 벌어지는 일련의 일화들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해낸다. 이런 애절한 서사의 맥락 속에서 나는 청소년기를 뒤돌아보는 좋은 경험을 했다. 내가 청소년 때 좋아했었던 또래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 그들과 있었던 사소했던 일들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서로 이어질 듯 말 듯한 그 관계와, 너무나도 쉽게 끊어져 버리는, 청소년기에라야 느낄 수 있을 법한 미숙한 사랑을, 길디 긴 만연체로 쓰여진 책을 읽으면서 한껏 만끽하게 해 주었으니.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다 보면 탄복하게 되는 것은, 바로 프루스트의 해박한 그리스 고전 지식이다. 작품에서 어떤 인물에 대해서, 혹은 그가 처한 상황을 그리스 고전에 빗대 설명하는 과정을 읽고 있자니ㅡ대다수 김희영 교수님의 주석으로 보충된다.ㅡ나도 프루스트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그리스 고전을 좀 읽어봐야겠다, 는 마음을 품게 될 정도로 작가 프루스트는 그리스 고전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역자 선생님의 친절한 주석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일평생 프루스트를 공부하시면서, 각주 하나 하나를 넣고 빼는 것에서도 분명 엄격했을 것이리라. 그렇기에 역자 선생님께도 또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품게 된다.

프루스트는 또한 당대에 상영되던 연극과 클래식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작품 내에서 연극은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주제이며, 크지 않은 자잘한 사건들이 진행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작중에 등장하는 여러 연극을 통해 등장인물들은 각자만의 작품에 대한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작품이 쓰인 때보다 몇 세기나 지난 뒤에서야 이 책을 읽는 우리 독자들은 낯섦을 느끼지 않고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름을 익히 들어 보았을, 그런 세계사적으로 중요했던 클래식 작곡가들을 이 작품을 통해 이따금씩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별미라 하겠다.

프루스트는 미술, 미술사에 관해서도 지식이 상당히 많았을 거라고 추측된다. 서양미술사적으로 중요했던 여러 아티스트들의 그림들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그것을 작품 내에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고 있다. 다방면에 걸쳐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진 프루스트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골방에 틀어 박혀 생을 마감할 때까지도 불굴의 의지로 써내려갔던 이 작품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즐거움은 나는 세 가지로 종합하고 싶다. 첫 번째는, 평소 읽던 책에서 접하기 힘든 매우 긴 문장이 이어져 있는 만연체를 읽으며 독자로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즐거움과 두 번째로 프루스트의 화자와 다른 등장 인물들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세 번째로,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해박한 지식을 읽어나가며 얻게되는 소소하고도 쏠쏠한 지식들. 이 글을 통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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