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6 세트 - 전6권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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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고 나서 이런 저런 책들을 읽다가, 1월의 어느 주말에 감명 깊게 본 [러브 레터] 영화에서 남주와 여주를 이어주는, 매력적인 소재로 등장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끌려 2월의 지금까지 읽어 오고 있다. 1권만 읽었을 때는, 지금껏 독서해 오면서 이런 책을 만나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선하면서도, 동시에 막강한 적을 앞으로 두고 내가 질 것이 거의 확실했던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2권부터 지금 읽고 있는 4권에 이르기까지는 정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황홀한 독서 경험을 선사했다.

프루스트의 화자가 내뱉는 독백은 한 페이지에서 기본 4~5줄의 글이 한 문장으로 할당되는 경우가 많아서, 만연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짐짓 포기할 만한 것 같다. 하지만 화자의 독백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인간사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으며, 일부 문장에서는 금언처럼 보이는 말도 군데군데 자리해 있다. 독자인 나는 프루스트의 화자가 펼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평소의 독서보다 좀 더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것 같다. 3권과 4권에서 프루스트의 화자는 스완 부부의 딸인 질베르트를 사랑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그녀와 멀어진다. 그 이후 화자는 질베르트를 다시 만나고 싶어 그녀를 기다리게 되는 초조한 마음을, 그 사이사이 벌어지는 일련의 일화들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해낸다. 이런 애절한 서사의 맥락 속에서 나는 청소년기를 뒤돌아보는 좋은 경험을 했다. 내가 청소년 때 좋아했었던 또래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 그들과 있었던 사소했던 일들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서로 이어질 듯 말 듯한 그 관계와, 너무나도 쉽게 끊어져 버리는, 청소년기에라야 느낄 수 있을 법한 미숙한 사랑을, 길디 긴 만연체로 쓰여진 책을 읽으면서 한껏 만끽하게 해 주었으니.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다 보면 탄복하게 되는 것은, 바로 프루스트의 해박한 그리스 고전 지식이다. 작품에서 어떤 인물에 대해서, 혹은 그가 처한 상황을 그리스 고전에 빗대 설명하는 과정을 읽고 있자니ㅡ대다수 김희영 교수님의 주석으로 보충된다.ㅡ나도 프루스트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그리스 고전을 좀 읽어봐야겠다, 는 마음을 품게 될 정도로 작가 프루스트는 그리스 고전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역자 선생님의 친절한 주석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일평생 프루스트를 공부하시면서, 각주 하나 하나를 넣고 빼는 것에서도 분명 엄격했을 것이리라. 그렇기에 역자 선생님께도 또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품게 된다.

프루스트는 또한 당대에 상영되던 연극과 클래식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작품 내에서 연극은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주제이며, 크지 않은 자잘한 사건들이 진행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작중에 등장하는 여러 연극을 통해 등장인물들은 각자만의 작품에 대한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작품이 쓰인 때보다 몇 세기나 지난 뒤에서야 이 책을 읽는 우리 독자들은 낯섦을 느끼지 않고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름을 익히 들어 보았을, 그런 세계사적으로 중요했던 클래식 작곡가들을 이 작품을 통해 이따금씩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별미라 하겠다.

프루스트는 미술, 미술사에 관해서도 지식이 상당히 많았을 거라고 추측된다. 서양미술사적으로 중요했던 여러 아티스트들의 그림들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그것을 작품 내에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고 있다. 다방면에 걸쳐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진 프루스트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골방에 틀어 박혀 생을 마감할 때까지도 불굴의 의지로 써내려갔던 이 작품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즐거움은 나는 세 가지로 종합하고 싶다. 첫 번째는, 평소 읽던 책에서 접하기 힘든 매우 긴 문장이 이어져 있는 만연체를 읽으며 독자로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즐거움과 두 번째로 프루스트의 화자와 다른 등장 인물들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세 번째로,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해박한 지식을 읽어나가며 얻게되는 소소하고도 쏠쏠한 지식들. 이 글을 통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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