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도움닫기 산문과 결
김민지 지음 / 출판사 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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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김민지 시인의 최근작 <살아 도움닫기>, 출판사 결을 읽었다. 80% 정도가 산문이고 20% 정도가 시로 구성돼 있는데, 줄곧 읽어 온 김민지 시인의 산문은 특히 눈에 띈다.

재작년 말에 출간돼서 작년 초에 읽었던 <하루와 나날>은 글이 따뜻하면서도 진솔한 면도 갖추고 있었다. 나와 동세대이면서, 시인과 직장인 그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 동시대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껴 온 일화들이 들어 있다. 다른 책들에서 좋았던 문장들을 뽑아와 챕터별로 수록해 둔 점도 참고할 만했다.

그런데, 이 <살아 도움닫기>를 읽으면서, 진솔함을 느끼긴 했지만, 글에서 이전에는 살펴 볼 수 없었던 시니컬함이 느껴졌다. 그 시니컬함, 냉소는 남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에게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거나 누군가와 사는 친구들은 모든 현재와 미래에 누군가와 함께다.“와 같이, 80년대 극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 중에,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봄직하다. 남들이 결혼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전해주는 축하와 동시에 스스로 품는 복잡한 심경.

시인은 소셜미디어에서 누군가의 자랑에 대해 ”솔직히 다 부러워.“ 라고 가감 없이 부러움을 적고 있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것, 공부를 잘하는 것, 운동을 잘하는 것, 어딘가 특출난 면이 있는 것, 유학에 가는 것, 좋은 집에 살거나,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 등. 하지만 시인이 직접 말하기로, 배배 꼬이진 않았다는 데에서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고.

1.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서 가까워질 수 없던 친구들을 생각한다.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져서 멀어졌던 친구들을 생각한다. 그때 그 친구들과 쌓다 만 우정은 뭐였을까.“

2. ”지금의 친구들은 화두를 던진다. 그게 자기 인생의 화두일 때 우리들의 이야기는 정말 크고 깊게 번진다. 빤한 날씨 얘기를 하더라도. 하다못해 할 얘기가 없어 연예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잘 들어보면 자신의 관점이나 고민 같은 게 드러난다. 그 점에 착안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다 보니 어떤 대목에서 어떤 친구가 어떻게 얘기할 거 같다는 예측도 하게 된다.“

3. ”조금 더 가까워지거나 이대로 끝나거나. 어느 순간 누구 하나 대놓고 절교를 선언하는 일 없이 어느 순간 소원해지는 흐름에 익숙해진 나이가 됐다. 특별히 악감정을 가질 수 없다. 그럴 만한 이유도 없다. 그래서 뭐랄까 더욱더 어느 시기를 뼈아프게 그리워하는 일이 드물어지는 것 같기도 하달까.“

4. ”현재의 인연만큼 현재로서 가장 깊은 인연은 없다. 언젠가 사무칠 인연이 분명하다.“

1부터 4까지 구구절절 공감했기에 밑줄까지 긋고 글로도 옮겨오게 되었다. 김민지 시인의 산문은 삶과 깊게 밀착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에 재능이 있길 바랐던 한때가 있었다. 그러다 그냥 작정하고 하루걸러 하루는 쓰자 마음먹고 뭐든 써둘 때가 있었다. 그때를 거쳐 지금까지 느끼는 건 그냥 꾸준한 게 재능이다. 꾸역꾸역 해내는 밥벌이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는 글쓰기도 결국엔 꾸준함이 역량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이 모든 게 언젠가 끝이 날 일이라는 것도.“ 노력과 재능 그리고 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때가 있었다. 사람의 인생을 구성하는 요소에서 셋 중 어떤 게 가장 중요할까? 에 대해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다 천차만별의 답이 돌아왔었다. 그런 연유로 아티스트를 지향하는 만화 <블루 피리어드>를 읽으며 떠오르는 노력, 재능, 운에 대해서도 써 본적이 있었다. 지금은 저 셋을 논하기 이전에 결국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시인께서 나와 동세대여서 그런지 글을 읽으며 내적 친밀감도 느껴지고 공감도 더 잘 된다.

시인의 시집 2집도 출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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