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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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1992년이다.
나는 너무나 천진 난만했고 너무나도 안락하고 평온하게 부모님의 사랑을 드뿍 받으며 지냈었 기억이다. 주말이면 아빠가 좋아하는 낚시를 하러 강원도 양양을 종종 갔었고, 엄마가 좋아하는 산에 오르기 위해 지도를 펼쳐놓고 국도를 따라 운전을 했던 아빠의 모습도 떠오른다.
지금 누리고 있는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살았는데 이 모든 것을 송두리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 친구가 내 눈앞에서 폭격과 총을 맞아 허무하게 쓰러지고, 어느날 갑자기 내 이웃이 적이 되고, 물과 양식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감내해야 한다면... 너무나도 평범했던 사람들이 삐뚤어진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지도자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는 사실이 황망하고 허무하다.
1992년 5월 27일 오후 네시, 사라예보 점령기간동안 여러개의 박격포탄이 바세 미스키나에 있는 시장 뒤쪽에서 빵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덮쳤다. 22명이 죽었고 최소한 70명이 디쳤다. 이튿날부터 22일 동안, 저명한 현지 첼리스트 베드란 스마일로비치는 죽은 자들을 기리기 위해 그 장소에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연주했다. 이 실화는 이 책의 영감이 되었고 그 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내전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바탕으로 재 탄생 되었다.

-첼리스트는 일어서서 의자를 집어든다. 그리고는 거리를 등지고 돌아서서 문으로 들어가 버린다. 순간 케난은 거기에 첼리스트가 언제 있었나 싶다. 구경꾼들은 조금씩 조금씩 흩어지다가, 결국 케난과 한 노파만 남는다. 노파는 꽃 더미와 인도에 떨어진 포격 자국을 보고 있다.
노파가 케난을 돌아보며 말한다.
˝내 딸이, 그애가 빵을 사려고 이곳에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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