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스포츠에서 들을 수 있는 스프링 캠프, 이는 이른 봄 시간 동안에 몸을 만들고 실력을 연마해서 다가올 본 시즌에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연마하는 담금질 기간이다.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프링 캠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명의 노인과 한 명의 소녀, 그리고 두 명의 소년과 한 마리의 개가 서로 다른 목적의 여행길에서 낯설음. 불신, 경계의 벽을 허물고, 이해, 연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성장소설이면서 또다른 재미의 모험소설이기도 하다.
서로를 몰라 서먹하기만 했던 정아가 준호에게 남긴 편지에서 소설의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푸름 마을을 지나오며 안개섬의 새벽을 생각했어. 우리가 봤던 낯선 것들, 아름다운 것들, 빛나는 것들. 아니 어떤 말도 그들을 칭하는 데 적당하지 않을 거야. 세상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가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던 그들을, 나는 그냥 '비밀'이라 부르기로 했어. 내 인생의 첫 비밀. 어쩌면 우리가 함께한 며칠은 우리 인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법을 가르친 신의 특별한 수업이었는지도 몰라. 세상에는 신이 내 몫으로 정해 놓은 '비밀'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지? 그렇다고 동의 해 줘.
참혹한 대가를 치뤘지만 난 자유를 얻었어. 비밀을 찾아가는 법도 배웠어. 그러니 이젠 나를 믿을 테야. 우리들 여행의 끝에 무엇이 있었는지 잊지 않을 거야. 나를 무릎 꿇리려 드는 게 있다면 큼직한 감자를 먹여 주겠어. 이래봬도 내가 깡이 좀 되잖아.
준호야. 우리는 다시 못 만나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날 기억해 줄래? 네 아빠만큼만 아니더라도 가끔 나를 생각해 줄래? 그러면 나, 기죽지 않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