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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 - Golden Time
이주희 지음 / 매직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나는 기본적으로 아무리 아이디어(소재와 주제)가 좋다고 해도 ‘기본’도 갖춰지지 않은 책은 싫어한다.
책의 기본은 글이고, 글은 각각의 문장이 유기적으로 이뤄낸 의미들을 담아내고 있다. 고로 책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문장이 바로잡혀 있어야 한다.
비문이 난무하는 책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책을 읽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밖에는 안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70페이지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집어 던지고픈 강렬한 충동을 참아내느라 내가 지닌 모든 인내력을 끌어 모아야 했다.
어찌나 문장이 엉망인지.
문장의 호흡이 짧다거나, 함축적이고 시적인 느낌이 강하게 단어를 툭툭 던지는 글들도 제법 봐 왔지만 그 글들은 그래도 갸웃~하다가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장 자체가 다 맞는, 가끔은 중의적 의미로 독자를 놀리기도 하는 문장이었을지언정 비문들은 아니었던 데 반해서, 이 글은 정말이지 오자, 탈자와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엄청난 비문의 양 덕에 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걸 책으로 낸 건가 하는 의문이 제일 크게 들었다.
난데없이 문장을 끊는 수많은 마침표들과 쉼표나 조사 없이 연결한 문장 속 단어들로 의미 전달에 실패한 많은 문장들.
조사 ‘에’와 ‘의’의 심하도록 잦은 오용.(무언가의 정신이 팔렸는지)
거기에 더한 적절치 못한 단어의 사용(남학생-호호호-호탕하게 웃어제끼다/ 위태로운 자태로 엉금엉금 기어/벽에 의지한 채 여지없이 걸어갔다) 등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절대로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문장들을 보며 정말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이상(천재 작가)이냐? 이건 의식의 흐름에 따른 글쓰기도 아니고 대체 뭔가 싶은 마음.;;;
의식에 흐름에 따른 기술은 개연성이나 논리성은 없다고 해도, 플롯을 파괴했다고 해도 그래도 ‘문장 자체’는 아니다.(문장 자체가 비문이라면 책으로 나올 수 없겠지. 형식과 내용을 파괴했는데 문장까지 파괴된다면 알아듣는 자가 없을 테니 말이다.) 적어도 문장은 제대로 된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문장이 따로 놀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 글은 ‘의미’는 주고 싶으나 그야말로 마음대로 끊고 붙이고 연결하면서 자신이 주고자 했던 ‘의미’조차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교정자를 꾸짖고 싶다. 대체 어떻게 이 책이 이 상태로 나온 걸까?!!!!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열심히, ‘열.심.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쫓기 위해서 문장을 이해하려 노력했으나 집어 던질까 하는 충동을 잠재우기 힘들었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 주희는 가까운 친인척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였고, 보호해주어야 할 가족들에게 보호받지 못한 아이였고, 비밀을 터놓은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더럽다’고 내쳐진 아이었다.
그로 인해 자살 시도를 했고, 그 육체적 상처를 치유하며 일반적인 정상치의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으나 마음의 문은 열지 못하던, 몸은 어른이 되었으나 마음에는 아직도 상처받고 움츠리고 있는 아이가 존재하는 그런 인물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우연처럼 마주치며 사랑이 되어 주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병원의 자원봉사자라 여겼던 그는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었고, 그것을 안다해도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던 둘은 둘만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제주도 바다 위에서 풍랑을 만나게 되는데...
음............. 난 솔직히.. 전 후반을 나눠서 이야기하자면(문장 다 떠나서 스토리만 보자면), 전반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다.
후반부 그네호 사건은 ‘세월호’사건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란 생각밖에는;;
그저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있었던 이야기들, 일반인의 눈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높은자, 가진자, 책임자들의 행태들을 그대로 몰아놓았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이 나라의 어른인 것이 죄인인 것만 같은 충격과 아픔에 빠져서 분노하게 되고, 허탈해 하고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나 그것은 이 글 자체, 이 소설 자체가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상황이 주는 것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배 이름을 ‘그네호’라고 하지 않았다면, 조금쯤은 몰입도가 더 높지 않았을까. ‘그네호’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세월호, 수장, 무책임, 분노 등등’ 연상 등식이 성립되어서, 전반부의 주희의 이야기가 연결이 안되고 따로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후반부를 읽으며 울컥하고 분노하고 허탈해했지만, 그것은 소설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현실에 실재한 사건에 대한 것이었기에, 오히려 소설로만 보자면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끌어가야할 주인공들이 주인공에서 갑자기 사건에 묻혀 조연으로 밀려난 느낌이 강해서 아쉬웠다.
좋게 보려면 현실의 부조리한 사건을 소설에 차용했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보자면 현재의 관심사에 묻어가려 했다고 비판 받을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나는.. 솔직히 이 글을 소설로 보자면 마음에 안차도 한참을 안차는 글이다.
자신의 문체가 미처 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밀어붙인 글쓰기하며, 현실의 사건들을 차용해왔음에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고 그것에 눌려버렸고, 인물들의 심리도 급 전환되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재영이 배 안에서 아이들에게 누가 구조하러 올 것 같냐며 사회적 약자 운운하며 울컥하고 삐딱하게 나가는 장면도 솔직히 갑작스러워 공감이 가지 않았다.) 등으로 인해서, 너무 급하게 일찍 나온, ‘인큐베이터’가 꼭 필요한 글이었음에도 교정자나 출판사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낙서가 되어버린 듯한 글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에는, 우선 문장부터 잘 살펴서 비문이 없도록 해줬으면.. 하고 작가에게 부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