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그릇 - 3만 명의 기업가를 만나 얻은 비움의 힘
나카지마 다카시 지음, 하연수 옮김 / 다산3.0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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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에 역사 과목 선생님이 수업 중에 이런 말씀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그 왕조가 오랜 기간 지속하며 전성기를 누리던 나라들의 공통점은 언제나 미래를 준비했다.. 지금 잘 나간다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개척지와 정책을 찾아내서 미리미리 내일을 대비했던 거지.. 그렇게 하지 않았던 나라나 왕조들은 그 역사가 단명하는 결과를 맞이했었다.."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겉 모습에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여전히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성공한 경영인들은 늘 언제나 미래를 준비했으며, 또한 자신의 색깔과 걸맞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오로지 스스로에게 특화될 수 있는 것만을 파고들어 최고의 기업, 그리고 최고의 경영인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교훈을 이 책을 통해서 새삼 절감해본다.. 아울러 우리들이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언제나 맞닥뜨릴 수 있는 장애의 시련도 불굴의 의지로써 헤쳐나갔다는 그 용기와 긍정적 마인드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 책 <리더의 그릇>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이정표의 한 축으로 삼아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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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 내 영혼에 조용한 기쁨을 선사해준
이하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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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문에서 보았듯이 고전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자세 중에서 확실성을 확보하기 전에는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하며, 아울러 어떤 사안이든 철저하게 논증을 검토해야 하는 인식의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구절을 마음 속에 새기며 이 책을 읽는 내내 심오한 뜻을 나의 능력으로는 인지하는 데 너무 많은 부족함을 느꼈다.. 따라서 책 속에 실려있는 주제들을 내 스스로 감히 요약하기엔 역부족을 실감하기에, 그저 평상시 살아오면서 가져왔던 미숙한 내 생각들을 정리하는 걸로 독후감을 마칠까 한다..

 

 

쇼펜하우어의 고독 - 고독이 인간의 삶에 있어 때때로 필요한(자아성찰을 위해서) 현상이라면 모르겠으나, 어떤 이들에겐 그 고독으로 인해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도 있는 이유가 된다면 나는 그 고독한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에서 그들에게 돈을 좀 넉넉히 주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가난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도 고독하게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니체의 초인 - 이육사 시인의 시 <광야>에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초인은 누구일까?.. 내 자신을 새롭게 정립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수 있는, 내 몸 속에 잠재되어 있는 새로운 초인을 내가 과연 불러낼 수 있을까?

 

데카르트의 사유 - 생각할 수 있는 힘,,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나를 비롯한 너무나도 많은 타인들... 나를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힘은 독서에 있다.. 생각하기 전에 책을 읽고 또 읽는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책밖에 없음을 실토한다..

 

밀의 자유 - 무엇보다 내 자신으로 부터의 자유를 원한다.. 헤세의<데미안>에서 아프락사스라는 말이 생각난다.. 내 존재를 둘러싸고 있는 고정관념의 울타리라는 구속에서 내 자신의 알껍질을 깨부수고 탈출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 난 그것을 원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습관 - 어렸을 때 난 눈깜박이 습관,, 나중에야 알았지만 틱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은 살아감에 불안을 많이 느끼는 불안의 틱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매일매일을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으면 오히려 잠이 안 오는... 나쁜 습관을 바로잡는 데는 역시 좋은 습관으로 맞불을 놓는 게 상책일 듯싶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독서라는 틱장애를 앓고 있다..

 

에피쿠로스의 쾌락 - (1) 먹는 즐거움이 주는 쾌락. (2) 섹스를 통한 오르가즘에서의 쾌락. (3) 돈을 벌고 지출할 때의 쾌락. (4) 지독히 외로울 때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친구를 만날 때의 쾌락. (5) 내 사지육신이 아직까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건강함의 쾌락. (6) 지극히 이성적이고 정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자각할 수 있는 쾌락. (7) 아직도 미래를 꿈 꿀 수 있다고 자부하는 기대감의 쾌락. (8) 죽을 때까지 책을 곁에 두고 살 수 있는 쾌락.

 

몽테뉴의 자아 - 책 속의 대자연이 나에게 일거리를 맡겼다는 대목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부단없는 자기 학습을 통한 나 찾기를 결코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반성이라도 할 수 있었음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프롬의 홀로서기 - 마조히즘, 사디즘 모두 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즉 타인이 곁에 있을 때만 성립될 수 있는 인간의 이상심리이다.. 인간은 혼자서라면 무조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라 마조히즘 사디즘이 차라리 그 외로움 보다는 나을 수 있다는 슬픈 현실이 이렇듯 건전치 못한 심리가 생겨난  원인이 된 것은 아닐까?  이 증세를 치료해야 한다면 홀로서기가 그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칸트의 결혼 -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니 차라리 하고나서 후회하는 게 낫다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싶다.. 책임 없는 결혼을 통해 파생되어지는 잔존체들에게 어찌 보상을 하려고 그리도 막말, 막행동을 하는지 각성할지어다.. 진정한 자유는 책임질 수 있는 행동으로 결혼을 생각하는 자들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헤겔의 가족 - 일단 가족이 됐으면 무조건 견뎌야 한다.. 무조건 서로를 위해 주고 감싸줘야 한다.. 그것만이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프롬의 남과 여 - 남녀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리들이 앞으로 몇 년동안이나 보고 살 수 있을까?.. 우리에게 남은 인생의 시간이 얼마일까?..'를 생각해 보라.. 싸울 맛이 떨어질 테니까..

 

벡의 장거리 사랑 -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맘이 변치 않는다면 서로에게 감정이 전달될 수 있다는 위대한 사랑의 증거들이 얼마든지 있다.. 정신의 힘이 육체의 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숭고함에 찬사를 보낸다..

 

아도르노의 사랑의 죽음 - 주위 환경이 사람을 만들어 주는 건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 따뜻함이 배어나오는 곳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결국 또 한 무리의 인정 깊은 사람들이 되듯이, 우리 모두는 타인들에게 무조건 베푸는 덕을 소유할 필요가 있다..

 

플라톤의 우정 - 철학과 예술을 사랑했던 로마시대 황제 율리아누스가 그의 정신적 스승으로 여겼던 위인이 플라톤으로 알고 있다.. 그가 황제로서 권위의식을 버리고 서민적 행보를 보인 것도 플라톤의 우정에 대한 철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의 우정,,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진정한 친구를 단 한 명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성공한 인생의 소유자라는 흔한 말을 곱씹으며 우정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리스먼의 거리의 파토스 - 타인의 것을 뺏지 않으면 내가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사람들을 늘 불안에 떨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고 모든 걸 놔버리면 내가 추락할 테고.. 과연 혜안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다 외롭지 않게 어우러져 잘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러셀의 질투 - 그래도 질투는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집착에 비하면 말이다.. 질투를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열등의식이다.. 내가 저놈보다 잘났는데 질투할 이유가 없잖은가?  자기자신을 부단히 계발하고 성취할 수 있는 노력만이 질투라는 아름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애덤 스미스의 공감 - 불쌍한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 자기위로나 하는 그런 공감은 패배의식의 한 모습에 불과하다.. 보다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그것으로 이루어진 현명한 사람들의 공통의식이야말로 진정한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칸트의 진실 - 세상엔 분명코 존재하지만 쉽게 찾아볼 수 없도록 기성세대들이 꽁꽁 숨겨 놓은 진실이란 소중한 말.. 이제라도 가식의 껍질을 벗겨내고 참모습으로 조금이라도 다가가려는 용기를 보이는 자만이 진실에 근접할 수 있는 첩경을 찾아낸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짐멜의 이방인 - 예전에 방랑시인 김삿갓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지던 '김병연'이라는 실존 인물이 문득 생각난다.. 그 분은 언제나 주변인, 즉 이방인으로 세상을 떠돌면서 유유자적하셨지만 늘 깊은 통찰력으로 잘못된 세상을 꼬집어 주셨었다..

 

루소의 숙명 - 자신의 자식 5명을 보육원에 맡긴 주제에 <에밀>이라는 교육서를 집필한 아이러니의 주인공 루소,, 그가 쓴 <나의 참회록>에서 루소는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숙명적인 이유를 내걸면서 양심선언을 한 적이 있다.. 인간에겐 그런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프롬의 실존 - 이 책을 통해서 형이상학에 대하여 조금은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무조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됐고, 따라서 물질적 소유만이 진정한 소유가 아님을, 정신적인 풍요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됐다..

 

프로이트의 딜레마 -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문득 생각난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지만 우린 언제나 한 길을 선택해야 하고, 먼훗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모습들 중에 하나라는... 어떤 길이 내게 행복을 줄 수 있을까?

 

몽테뉴의 단순함 - 상대방의 그 자체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여유와 현명함...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남이 나 같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폄하하지 마라.. 그들도 나름대로 다 쓰일 곳이 있나니...' 라는 명언이 떠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모두는 제각기 자신의 삶에 맞는 그릇을 가지고 자신의 양껏 소질을 발휘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심플한 삶이 아닐까?

 

키케로의 늙음 - 죽음의 공포와 함께 인간에게 있어 제2의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늙음... 내가 아직 늙었다고 스스로 인정하기 전까지는 늙은 것이 아니라는 어떤 이의 말이 생각난다.. 늙음이란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나에게 더 빨리 찾아온다.. 내가 아직 적극적인 삶의 의지를 고수하는 한 나는 결코 늙지 않을 것이고 그게 바로 멋지게 늙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이데거의 죽음 - 내가 감히 어떻게 그 숭고한 죽음에 대해서 세 치 혀를 놀릴 수 있단 말인가?............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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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 1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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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박힌 구성의 소설에 싫증이 난 독자들은 이 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투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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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유 2016-02-0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군요.

망중한 2016-02-02 10:25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다섯 권이 더 출간된다고 합니다.. 큰맘먹고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만(卍).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7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이호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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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잠시 뒤를 돌아본다.. 내가 앉아 있는 의자 뒤쪽에는 작지 않은 책장이 하나 있고 그 안에는 삼백여 권의 책들이 아주 잘 정돈돼서 꽂혀있다..(나는 결벽증세가 있어서 책이 반듯하고 가지런히 진열돼 있지 않으면 견디질 못 한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시절,, 일 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2009년 쯤으로 기억된다..)독서라는 행위에 feel이 꽂혀 책을 애인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름 책에 빠져 읽어 온 권(券)수가 삼백여 권이 된다..

 

솔직히 독서에 문외한이었던 2009년 당시에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욕구는 넘쳤지만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 지에 대해선 결정을 못해 고민이 많았었다.. 그러다가 문득 책에 대한 아무런 가치관과 기준이 없을 때는 동서고금을 통해 이미 대중들로부터 검증을 받은 명작들을 읽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따라서 각 출판사의 세계문학 판 중에서 어린시절부터 익히 눈동냥으로 제목 만큼은 알고 지냈던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스탕달 같은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년간의 세월을 통해 내 책장엔 앞서 말했듯이 어느새 삼백여 권의 명작들로 가득 찼고 오늘 써 보려는 독후감의 주인공,,<만(卍 ).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를 읽게 되기까지 이르렀다.. 앞으로도 틈틈이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의 독후감을 생각나는대로 쓸 계획이지만, 특히나 오늘 먼저 이 작품에 대한 감회를 다른 유명 작품에 앞서 밝히려는 이유는 그만큼 내 맘속에 충격적인 인상이 남았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나를 기절시키게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만(卍)과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라는 두 편의 중편소설을 책 한 권에 담은 일본의 유명한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집이다.. 우선,, 만(卍)이라는 작품은 당시로서는 꽤 충격적인 소재랄 수 있는 동성애를 다룬 작품으로서 작품이 발표된 시기엔 독자들에게 화제꺼리가 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내 입장에서는 그리 대단한 주제의 작품이 아니었으므로  작품을 읽은 후의 감상을 적을 게 별로 없다.. 그럼,, 오늘 내가 쓰기로 한 독후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로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전체 내용은 지극히 교훈적이고 심지어 학문적이기까지 한 작품으로서 내가 그 전체 내용에 대한 인상을 이 곳에 써 보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작품 중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작중 인물들이 내게 작지 않은 충격을 줬기 때문에 그 에피소드만을 갖고서 이 독후감을 마칠까 한다..

 

작품 속에는 나이가 75세 쯤 된 구니쓰네 라는 노인과 젊은 바람둥이 사내 헤이주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구니쓰네라는 노인은 술김에 말실수로 자신보다 50살이나 연하인 아름답고 어린 아내를 타인에게 상납(?)한 뒤에 술이 깨자 후회의 후회를 거듭하다가 결국 체념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어떻게든 사랑하는 어린 아내를 잊으려고 노력을 해 보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없어지지 않음을 느끼고서 불교의 교리 중에서 부정관(不淨觀)이라는 가르침을 통해 삶이 얼마나 헛된 것이며, 따라서 자신이 잊지 못하는 어린 아내 역시도 그런 부질 없는 하나의 육신에 지나지 않는다는 불교의 교리를 깨달으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부정관이란 우리들이 현실에서 보고 느끼는 아름다운 것들, 맛있는 음식, 심지어는 예쁜 여자들 마저도 사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거나 멋지지 않고 추한 본질을 갖고 있다는 불교의 교리이다.. 구니쓰네 노인도 잊지 못하는 아내를 잊기 위해서 사람의 시신을 제대로 봉분도 갖추지 않고 마구 갖다버린 시체더미들 곁에 좌정하고 앉아서 어느 젊은 여자의 시체를 구더기가 파먹는 걸 지켜보며 자신의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그럴듯하게 숭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젊은 바람둥이 사내 헤이주의 에피소드는 그 숙연해 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헤이주는 워낙 끼가 넘쳐 흘러서 웬만한 여자는 한두 마디로 후릴 수 있는 재주가 있었지만, 어느날 알게 된 한 절세미인의 여성은 너무도 도도한 지라 웬만해선 헤이주에게 넘어가질 않았다.. 그러자 헤이주는 그만 상사병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고 결국 그 도도한 여성을 자기 것으로 삼기에 역부족을 느끼게 되자 스스로 이 여성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지만 그 역시 잘 되질 않자, 그 도도한 여성의 하녀를 매수하여 그녀가 용변을 요강에 보면 그걸 그냥 버리지 말고 자신에게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그 이유는 우선 그 도도한 여성에 대한 환상을 깨기 위해 그녀가 싼 똥을 보면 그녀를 잊는 데 도움이 될 듯했고, 아울러 그 도도한 절세미인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똥오줌을 누는 평범한 사람이란 걸 느낌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려던 것이었다.. 그런데,, 헤이주가 하녀를 통해 건네받은 그 요강 속의 똥과 오줌은 눈으로 직접 봤어도, 냄새를 맡아 봤어도 당췌 그녀를 잊을 만한 악취가 나지 않았고 심지어는 그 똥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봤음에도 결코 그녀를 잊기엔 너무나도 부족할 정도로 불쾌한 맛이 아니더란다.. 오마이갓 !!!!.......결국 헤이주는 그 도도한 여성을 잊지 못한 것이다..

 

이상이 오늘 내가 써 보려고 했던 독후감의 재료다.. 그런데 어찌보면 조금 특이한 내용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이 작품에 내가 왜 충격을 받고 이런 글을 쓰게 됐을까?.. 그 이유는 바로 이 헤이주란 놈의 에피소드를 읽고난 뒤부터 길을 걸어 가거나, 또는 TV 잡지 인터넷 등을 접하다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섹시하고 예쁜 여자들을 볼 때면 처음엔 '와우~ 예쁘게 생겼네,, 섹시하구나~' 등등의 느낌이 들면서도 동시에 '저 여자도 뱃속엔 똥이 가득 들어있겠지.. 설령 좀 전에 화장실에서 볼 일을 봤다고 해도 시간이 좀 지나면 저 예쁜 여자의 뱃속에도 똥이 가득차게 될 거야..'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일본의 위대한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똥이 아무리 더러운 물건이라 해도 작품 속의 헤이주 처럼 한 남자의 사랑을 포기시키지 못하는, 사랑의 위대함이라는 실체로 똥을 승화시킨 반면에, 허접스러운 독자인 나는 헤이주, 더 나아가 다니자키 선생으로 인해 가끔씩 예쁘고 섹시한 여자를 감상(?)하며 즐거움을 느꼈던 일 마저도 이젠 그 기쁨(?)을 똥으로 인한 연상 덕분에  엄청난 반감으로 제대로 누릴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빌어먹을........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이 배설을 한다는 것쯤을 내가 모르고 살진 않았지만, 이 책을, 헤이주의 에피소드를 접하고 난 뒤부터는 그 전까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 됐던 똥이, 특히 예쁜 여자들을 보면 더욱더 그 뱃속의 똥이 연상되어지는 심각한(?)증세가 생겨난 것이다.. 오마이갓 !!!!......... 

 

나는 이미 여자에 대한 환상을 접은 지가 꽤 됐다.. 따라서 지금의 이 똥에 대한 나의 증세는 내게 있어 앞으로 인생을 사는 데 별로 큰 지장을 줄 현상이 아니므로 내 스스로 결코 심각함을 느끼진 않는다.. 다만,, 책이라는 존재가 때때로 이렇듯 나 같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건이라면 책의 그 속성 때문이라도 때때로 가려서 읽을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는 성격이 예민하고 성년이 안 된 친구들은 읽지 않는 것이 좋을 듯싶다.. 혹시라도 불 같은 사랑을 경험해야 할 시기에 뱃속의 똥 생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조금이라도 그 열정이 반감되거나 방해를 받으면 안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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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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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갓 !!!!...............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라니..

대한민국에서 노벨문학상이 왜 배출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 주는 현상..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야 그만큼 작가들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원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돈 아까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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