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배우기의 기술 - 딱 필요한 만큼만 배워서 바로 써먹는 실행의 법칙
팻 플린 지음, 김지혜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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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귀하던 과거에는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자산이었지만,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지금은 오히려 과도한 지식 수집이 실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곤 한다. 너무 많이 생각하다 보면 첫 발을 떼기가 두려워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 당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만 배우고 즉시 실행에 옮기는 '린 러닝'을 제안한다. 이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작은 진전과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과정 속에서 배우려는 태도로 안내하는 다른 접근법이다.

우리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호기심을 충족시키려 하기보다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가지치기가 필수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고갈됨을 느끼면서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을 부쩍 느끼고 있어서인지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계획을 세우고 돌발 상황이 생기면 가장 먼저 빼게 되는 것이 새로운 영감이라는 지적이 인상 깊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감이 떠올랐을 때 그것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책에서 제시하는 '파워 텐' 전략은 조정 경기에서 고작 열 번의 강력한 스트로크로 에너지를 극대화해 상대를 앞지르듯 짧고 강렬한 폭발적 노력을 통해 즉각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장기적인 전략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장애물을 단숨에 뛰어넘는 응축된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순간적인 집중력은 내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 보이며, 장기전 속에서 도약의 발판이 되어준다.

책 속에 담긴 자신을 점검하는 질문들은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본질에 집중하게 돕는다. 더 많이 알수록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작고 단순하게 시작하여 실행의 과정에서 답을 찾는 것. 그것이 에너지 배분을 최적화하며 목표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비결임을 배운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 가고 있는 길을 항상 의식적으로 점검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 자문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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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로 다르게 보는 세계 - 한국 사회와 세계의 현상을 읽는 지리적 시선
김성환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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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는 서장의 표현이 마음에 깊이 남는다. 학창 시절 지리는 그저 암기 과목이라 여겨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되었다. 책의 목차에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안들과 공간에 숨겨진 권력과 불평등에 대해 말하고, 연결된 세계의 상생과 공존에 더해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의 지혜로 재해석되는 자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존재하는 사실이나 자연 현상을 우리의 삶과 맞닿은 이야기로 풀어내며 익숙했던 풍경을 전혀 다른 시야로 바라보게 만든다.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일구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서문처럼, 지리를 통해 삶의 태도를 다시금 정립해 보는 시간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연의 원리를 삶의 지혜로 재해석한 부분이다. ‘해만 밝게 비치고 비가 오지 않으면 사막이 된다’는 아랍 속담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며 단단해질 것을 이야기하며 고통 없는 삶이 오히려 황량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깎이고 쌓이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말하며 당장은 불공평해 보이는 삶도 멀리 보면 결국 공평한 흐름 속에 있고 그저 자연스러운 순환의 일부라 믿으며 의연하게 기다리도록 안내한다.

어린 시절에는 매일 흙장난을 하고 풀을 뜯어서 소꿉놀이를 하며 자연 속에서 뛰어놀았는데, 요즘에는 놀이터에서도 흙을 만지기 어려워진 것 같다. 자연과 조금은 멀어진 듯한 세상에서 어느새 자연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왔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누구나 공간 위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겸허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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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 세계철학전집 7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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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인식의 틀 그 자체임을 시사한다. 우리가 책을 읽으며 낯선 단어를 만나고 새로운 개념을 배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가진 언어가 빈약하면 생각의 틀과 상상력의 경계 또한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고의 확장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여 내 안의 그릇을 넓혀야 한다.

말의 무게는 곧 현실과의 정합성에서 나온다. 나는 말과 행동이 맞아떨어지는 사람,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말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사람을 좋아한다. 표현이 힘을 가지려면 말과 현실 사이에 공유된 질서가 있어야 하며, 내가 뱉은 말이 사실과 일치하는지를 늘 점검해야 한다. 만약 일치하지 않는다면 생각을 고치거나,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실제 치료 장면에서도 ‘나는 우울하다’보다는 ‘나는 우울한 상태에 있다’고 분리해서 표현하도록 안내하는데, 여기서도 예시로 ‘나는 실패했다’라고 자신을 규정짓는 대신 ‘나는 실패를 경험했다’라고 표현하도록 하는 것을 보며 수용전념치료와도 맥락이 닿아 있는 내용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언어에 갇히지 않고 주체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긴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말하려 할 때, 그 말은 침묵보다 나은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말 자체는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만, 그 말이 남긴 감정의 잔여물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을 다 알지 못할 때, 화가 났을 때, 혹은 정확하지 않을 때 침묵을 선택하는 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가장 수준 높은 언어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언어의 사용에 대해서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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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
토니 페르난도 지음, 강정선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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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통이 외부에 있지 않고 내면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신을 잘 들여다보고 다스리도록 안내한다. 실제로 현장에 있다보면 학업 스트레스로 자퇴를 하거나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는 등 외부의 사건이 변함에도 마음의 상태는 여전히 그대로인 내담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를 중요하게 여길수록 타인과 세상에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게 되고, 그 기대가 어긋날 때 상처를 받는다고 말한다.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보았는데 다른 사람이 주차를 하면 화가 나는 것도 마음이 먼저 그 자리를 소유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비유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순간 실체 없는 생각에 속아 불필요한 고통을 겪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마음챙김은 마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억지로 멈추기보다는 관찰하도록 안내한다. 밴드의 공연을 보듯이 그저 각각의 소리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거품처럼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생각과 감정을 움켜쥐지 않고 느슨하게 쥐다가 결국에는 완전히 놓아버리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마음은 자유를 얻는다고 한다.

우리는 결국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향을 쌌던 종이에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꿰었던 새끼줄에는 비린내가 난다’는 옛말처럼 우리가 내뿜는 기운은 결국 우리 자신을 물들이게 된다. 스스로가 날카롭고 뾰족해지는 순간을 되돌아보면, 그것은 결국 안전감이 위협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먼저 타인에게 무해한 존재가 되어 ‘당신을 해치지 않겠습니다’라는 신호를 보낼 때, 상대방도 안전함을 느끼고 친절로 화답하리라고 믿는다. 마치 <촛불 하나>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나의 작은 선량함이 또다른 촛불을 밝혀 머무르는 공간을 다정함으로 채울 수 있도록.

결국 타인에게 친절과 연민을 베풀기 위해서는 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나의 고통을 깊이 이해할 때 비로소 타인의 고통도 같은 무게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덮으며 저자의 바람처럼 집착하지 않고 가볍게 사는 삶, 관대함과 연민을 나누는 유연한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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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인문학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박상진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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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선뜻 펼치기에 어렵게 느껴지는 단테의 신곡을 16가지 주제로 정리하여 비교적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1200년대에 쓰인 고전이 현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인간의 본질이 변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듯하다. '단테 알리기에리'라는 이름에 담긴 '견디며 날아오르는 자'라는 의미를 좋아한다. 빛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꺾이지 않고 견디는 것, 불완전한 존재로서 고결한 품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이야말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단테의 여정은 지옥과 연옥을 지나 천국으로 나아가지만, 그 끝은 천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삶으로 되돌아오며 마무리된다. 그가 천국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불완전한 세계로 발길을 돌린 것처럼, 인간은 그 불완전함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만들어내는 존재인 것 같다. 우리의 불완전함은 결함이나 실패가 아니라, 우리를 기어이 다시 나아가게 이끄는 가장 인간적인 조건이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인간의 불완전한 틈새를 채우는 것은 결국 인간을 향한 연민인 것 같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소소하고 평범한 사랑을 서로에게 보이며 살아가고, 그런 일상적인 노력이 지금 현실을 살아감에 있어서 단테가 바라보고 좇던 빛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단테의 신곡은 우리에게 무엇이 옳고 좋은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깊이 생각하며 담대히 움직일 것을 말한다. 지성은 머릿속에 머무를 때가 아니라 용기와 실천으로 옮겨질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운명이 바람대로 흐르지 않을 때, 희망과 체념을 동시에 끌어안고 그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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