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호함에 관하여 - 정답을 내리기 어려운 삶의 문제들을 대하는 심리학
네시베 카흐라만 지음, 배명자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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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명쾌한 정답보다 모호한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띠지에 적혀있는 ‘상반된 것들을 담지 못하는 삶은 숨 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카를 융의 말과 같이, 옳고 그름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인생의 수많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말한다.

우리의 뇌는 인지적 효율성을 위해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게 범주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기능은 과부하를 막아주지만, 고정관념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평소 나이를 먹을수록 왜곡된 사고나 가치관에 대해서 객관적인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는 사실을 경계하고 있어서, 스스로 시간을 내어 자신의 고정관념을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더욱 마음에 깊이 다가온다.

내면의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외부의 다름에 관용을 베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관점은 내적 갈등을 부추기고, 이는 결국 타인을 향한 공격적인 태도로 이어진다. 스스로를 돌본다는 것은 내 안의 모순된 욕구와 신념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의식과 공감, 자기 결정권과 연대 사이에서 섬세하게 줄타기를 하며 자신의 욕구와 타인의 견해를 적절하게 인식하고 조화를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모호함에 대한 수용은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과 관련되며, 심리학에서는 불안과 함께 연구되는 핵심 변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예측 불가능한 현실에서 오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모호함을 회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세상은 원래 복합적이고 모호한 곳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인정하고 흑과 백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회색지대에 기꺼이 발을 들이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불안의 늪에서 건져내어 더욱 단단한 삶으로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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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따라야 인생이 달라진다 - 열심히 살아도 공허한 사람들에게
메건 헬러러 지음, 이현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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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외적으로는 충분히 성공했지만 내면은 우울과 불안으로 가득찬 이들을 '공허한 과잉성취자'라 명명한다. 저자 역시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았으나 공황 증상을 경험하게 되면서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매몰된 성공이 얼마나 허망한지 느끼고 퇴사를 선택했다. 과잉성취자들은 외부의 기준에 따른 성취를 이루고도 늘 불만족감이나 의문을 느끼며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감각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저자는 이러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당신의 탓이 아니다, 거짓을 배웠을 뿐이다’라고 위로한다.

우리는 흔히들 남들이 말하는 기준에 맞는 성취를 이루면 저절로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지향적인 삶이 사실은 미래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불안에서 비롯된 방어기제인 것 같다. 성공을 하면 충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거짓된 기대 속에서 사람들은 비생산적인 것을 나쁘다고 여기고 죄책감을 갖게 된다. 사실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닌 방향임에도, 맞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다보니 도달하는 곳이 공허함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공허한 과잉성취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5단계 실행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조화로운 선택지를 찾고, 문제를 놓아버리고, 방향을 설정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하라고 말한다. 독자는 이 단계를 따라가며 의무감(당위성)이나 외적 이미지, 결과에 대한 집착 때문에 두려워하는 자아에 매몰되어 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독자가 직접 기록하고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워크시트 부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제시되는 질문에 찬찬히 생각하고 대답해보면서 삶의 경로에 대해서 되짚어볼 수 있었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삶이 아닌, 나 스스로가 충만함을 느끼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방향을 점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만의 경로를 만들어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공허함을 내려놓고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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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마더링 - 엄마의 역할이 바뀌면, 아이의 미래가 달라진다
서혜진 지음 / 북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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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감수성, 즐거운 관계, 권한 위임, 일관성, 실력양성, 성찰성, 분별력, 동기부여라는 8가지 원칙의 앞글자를 딴 ‘스펙트럼(SPECTRUM) 마더링’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양육의 흔들리지 않는 뼈대를 세울 것을 권한다. 특히 책을 읽기 전후로 직접 해볼 수 있는 ’스펙트럼 마더링 자가진단 설문지‘가 함께 제공되어서 좋았다. 제시되는 각 항목의 점수를 직접 계산해 보며 현재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엄마들은 자신의 가치를 자녀의 교육적 성취나 입시 결과로 증명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곤 하는 것 같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우리 가족만의 고유한 ‘가족 아비투스(가족 내 전해지는 가치와 신념, 행동, 관행)’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나는 어떤 부모이고 싶은지, 아이는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 가족만의 고유한 취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는 물개박수 같은 칭찬을 경계하고, 비판과 비평을 구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이었다. 무분별한 긍정이 아니라 상황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건설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줄 때, 아이는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단단한 내면을 갖게 될 것이다.

저자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마더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리학에는 ’굿 이너프 마더(Good Enough Mother)‘라는 용어가 있다. 적당히 좋으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 스스로에 대한 자기연민과 자기관리이다. 원칙의 유일성과 태도의 온유함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건강한 훈육이 가능해지며, 자녀와의 관계 그 자체에 집중하며 오늘 하루 자녀의 시간과 기억 속에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일지 고민하는 것이 자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든든한 정서적 자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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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 연습 - 불안을 아이에게 넘기지 않는
김성곤 지음 / 포르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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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오히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요즘의 부모들이 더 불안해져만 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언가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남들만큼 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자책하는 마음이 육아를 더욱 고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은 육아가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부모가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또한 육아의 본질은 아이와 안전하고 신뢰로운 관계를 맺는 데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부모가 성장할 때 아이의 세상도 함께 넓어진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실제 심리치료 현장에서도 치료사가 도달한 지점까지만 내담자를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자주 체감하곤 한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부모 자신이 단단하게 서 있고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지나치게 투사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교육 때 항상 말하곤 한다. 무언가를 더 해주시기보다는 덜 해주셔야 한다고. 책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내가 불안하구나, 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불안에서 비롯되는 행동이나 감정을 잠시 멈추어야 한다. 책에 수록된 셀프 체크 페이지는 아이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어서 뒤로 미루어두었던 부모 자신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다. 부모가 자신을 잘 돌보는 행동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건강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모델링이 된다.

오늘 하루 양치를 걸렀다고 해서 아이의 이가 바로 썩는 것은 아니다. 오늘 하루 한바탕 다투었다고 해도 내일을 좋은 하루로 보내면 된다. 육아는 그날 하루의 성과에 집착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하루하루가 쌓여나가 만들어지는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매 순간 잘해내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고,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고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건강한 나무로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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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를 하자,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품고 - 사회과학 명문장 100
노명우 지음 / 원더박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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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장에서 말하듯 필사는 텍스트를 단순히 옮겨 적는 행위를 넘어, 타인의 지혜를 나의 속도로 가장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내면화하는 과정이다. 내가 필사를 좋아하는 이유 또한 내가 원하는 속도대로 스스로 사유의 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장을 꼭꼭 씹어먹어서 소화를 시키다 보면 언어의 지평이 넓어지고 내가 발딛고 선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의 필사책과는 느낌이 다르다. 유려한 단어들로 흘러가는 문학 작품과는 달리 조금 더 현실적인 질감을 선사한다. 사회과학의 언어는 현실을 꿰뚫는 논리와 정교한 단어들로 이루어져 무척이나 단단하고 묵직하다. 감성을 자극하기보다 이성을 일깨우며 부드러운 수채화보다는 정밀하게 설계된 건축 도면과 같이 우리를 둘러싼 현실의 구조를 명확하게 시각화해 주는 느낌이다.

책은 100개의 문장을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시대의 문제를 포착하는 혜안,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 연대의 우정, 작은 행동의 위대함, 권력과 통치, 우리가 살고싶은 나라라는 소제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평소 관심을 두었던 고전들의 이름이 보여 반가웠고, 이를 계기로 원전들을 정독하고 싶다는 자극을 받기도 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시대적 고민이 현재에서도 여전히 이어지는 경험도 특별했다.

각각의 페이지에 곁들여진 저자의 문장들은 혼자만의 사유에 깊이를 더해주는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넉넉한 필사 공간 덕분에 문장을 곱씹으며 떠오른 생각들을 여유 있게 기록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현실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이 단단한 문장들은 삶을 지탱하는 강력한 닻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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