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Medusa 드림 메두사
Diane Lee (이다은) 지음 / 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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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상상과 공상의 세계는 판타지 세계로의 여행이었고,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것을 글로 옮기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과거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내게 오늘 만난 이 작가는 정말 놀랍다.

 

 우리나라 나이로 초등 6학년 이다은양은  그녀의 남다른 언어표현능력과 상상력으로 그녀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것도 영어로 쓴 7가지 단편과 일기등은 그녀의 잠재된 글쓰기재능과 영어실력을 한껏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용린 교수님이 추천사에서 밝히셨듯이 하워드 가드너가 말하는 언어지능의 핵심은 두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상상력의 깊이와 다양성이고, 다른 하나는 표현의 정확성과 공감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언어적 완숙은 다른 시간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이 다은 양은 어린 나이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고, 그녀의 상상력은 깊어보인다.

 

초등학교 1학년시절 그녀는 여느 한국학생들처럼 바쁜 학원일과속에서  학원을 끊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눈물어린 호소를 했다고 한다.또 나이답지 않은 작품에 누구의 작품 모방은 아닌지 의심하는 엄마에게 문방구에서 산 찰흙을 사서 주물럭거려 작품을 만든다면 그 작품이 문방구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를 물을 정도로 주변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그녀가 캐나다로 유학간지 1년도 채 안돼 스탠퍼드 창의적 글쓰기분야에서 영재로 뽑혔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녀는 글쓰기를  어디로 갈 지 알지만 거대한 발로 움직이기에 게으른 코끼리, 친구가 되기쉽고 같이 놀기에 재미난 코끼리에 비유하고 있다.

 

[panic]은 숙모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나온 작품이지만 누구나 아기를 잃어버린 착각에 얼마나 앞이 까마득한 패닉을 경험하는지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었으며, 그녀의 눈높이에서 보는 성정체성이 불확실한 제시카라는 여자 아이에 대한 이야기[ LOOk]은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그녀의 사회적 관심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엿볼 수 있었다.  

[DREAM MEDUSA]는  Eileen이라는 14살의 미모의 여자아이가 새아빠와 결혼해 새로 이사온 집에서 벌어진 판타지 모험의 소설이다. 모험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를 바탕으로 전개되었다. 포세이돈과의 사랑을 시기한 여신 아테네의 질투로 머리가 뱀의 머리로 변하고 메두사와 눈을 맞춘 사람은 돌로 변하는 등 메두사의 신화를 다루고 있다. [Once upon a Stuffy"s life]에서는 어렸을 적 누구에게나 있었음직한 teddy bear가 주인공으로 애완동물은 아니지만 그저 단순한 장난감도 아닌,  3살부터 그와 함께한  Jamie의  말벗이자 역사의 산증인으로  살아왔고, Jamie의 딸의 벗으로, 또 그 다음세대의 영원한 stuff로 전 생애를 통해 모험을 즐기게 될 거라는 이야기로  어린시절 아이들이 좋아하며 항상 가까이 하던 인형들이 생각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이 외 다양한 시와 작품등을 통해 10대 여학생의 감성과 순수함을 엿볼 수 잇는 기회였다.




어린나이에 영어로 자신의 생각이나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다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그녀가 영어만을 잘 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간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창의적 글쓰기와 영어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저변에 깊이있고, 다양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힘이 뒷받침돼 있음에 주목하고 싶다.

좋은 대학의 교수로 계시는 어머니와의 많은 대화와 그 어머니의 교육적 노력의 결실이라는 생각이 들며, 이 다은양이 자신의 뚜렷한 주관과  노력으로 앞으로도 잠재된 재능을 맘껏 펼치기를 바라며 미래에 우리 나라에서도 조앤 K. 롤링과도 같은 유명한 작가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 어렵지 않으니 이번 긴 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보며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도 뜻 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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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머나먼 - 2010 제1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372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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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닥 가깝지 않은 내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접하게 된 시집이다.

 

 이 시집은 최승자시인이 1999년 [연인들]을 펴 낸 후 11년만에 내는 시집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기나긴 잠의 침잠에서 벗어난 듯 시간들에 대해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나는 전혀 겉멋으로 치장하거나 가공되지 않은  자연미를 느낄 수 있었으며, 세계, 역사, 사회, 자본등의 등장은 그 상상력이 무한대로 뻗어나가 범 우주적이며,과거, 현재, 미래등 초시간적인 경계와 공간성을 넘나들어야했다.

 

또한 꿈, 잠, 새,죽음을 통해 자유로움을 맛보게도 되며 <한 아이가>라든지, < 참 우습다>에서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참 우습다 中>

 

경쾌하면서도 내 나이 57세의 모습을 연상해보니 재미있다.

아직 내 나이엔 흐르르흐르르 하기보단 포르르포르르 해야하는데

몸과 마음가짐은 할머니 쪽으로 기우는 듯하니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 마음으로라도 젊게 살아야지...

 

 

 

하늘 虛 한잔     <하늘 虛 한잔>,

 

커피 한 스푼의 無/ 커피 물 한잔의 無限    <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시간은 늘 괴어있다. ....

흔들리고 흔들리는 이 세계 속에서 왜 시간은

늘 괴어 있는 것일까?

 

...

 

흔적도 없이 괴어있는

시간의 잿빛 그림자   <시간의 잿빛 그림자 中>

 

 

괴어있는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왜 자연의 이치에 따라 흐르지 못하고

무슨 아쉬움에 잿빛 그림자가지 남겼을지 궁금해진다.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사막이 있었다.

 

그 사막 한 가운데서 나 혼자였었다.

하늘 위로 바람이 불어가고

나는 배고팠고 슬펐다.

 

어디선가 한 강물이 흘러갔고

(그러나 바다는 넘치지 않았고)

 

어디선가 한 하늘이 흘러갔고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사막이 있었다.               <한 세월이 있었다 >

 

 

한 아름다운 결정체로서의

시간들이 있습니다.

사각사각 아름다운 설탕의 시간들

사각사각 아름다운 눈(雪)의 시간들

 

한 불안한 결정체로서의

시간들도 있습니다.

사각사각 바스러지는 시간들

사각사각 무너지는 시간들

 

사각사각 시간이 지나갑니다.

시간의 마술사는 깃발을 휘두르지 않습니다.    <시간이 사각사각 中>

 

 

아무생각 없이 살아온 한세월,

사람들 살다간 흔적은 남지않고

아름다운 결정체의 시간들과 불안정한 결정체의 시간들의 교차속에 살아간다.

바스러지고  무너진 시간들은 회색 재가 되겠지만 쌓아두고 싶진 않다. 

 

작가의 메모처럼 나는 잿빛으로 삭고

세계가 무한 잿빛으로 가라앉을 만큼

사막 한가운데서 혼자

힘겨운 오랜 고뇌와 고통이 수반되는 시간이 지나면

한 인생이 흘러간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일찌기 나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서른 살은 온다"<삼십 세>

 등 경이로운 문장을 던져 주었던 시인 최승자에 대해 박 혜경씨의 해설과 설명을 통해 그녀의 작품 세계를  알게 되었고, 쓸쓸한 밤에 벗삼아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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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베이커 자서전 : 성장
러셀 베이커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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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누구인지 잘 모르면서 그의 자서전을 읽게 된 것은 부제처럼 커다랗게 붙어있는 <성장>이란 단어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른이 되기위해서는 사춘기를 겪어야하며 성장이란 미명아래 때론 고통스럽고 때론 나도 내마음을 모르는 혼란한 상태로 거북한 현실앞에 내던져진다. 그 길은 누구도 동행할 수 없으며  모순덩어리를 안고 혼란스럽고 격정의 폭풍우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감내야하는 통과의례이다. 사람에 따라 수위는 다르지만 우리는 이것을 통해 성장하고 어른으로 발돋음하며 자기만의 가치나 목표를 세우고 더 긴 여정을 준비한다.

 

러셀 베이커~ 그는 퓰리처상 평론부문 수상 경력이 있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다. 나는 그의  성장일기는  엿보고 싶은 호기심에  이 책을 들게 되었고, 생각과는 달리  아버지의 빈 자리도 많은 친척과 부대낌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잘 성장되어갔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관객의 입장에서 주위 가족들을 그려내고 있으며 자신의 부끄럽고, 우스광스런 속내까지 솔직히 들어내는 모습은 더 인간적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위해서는 온 마을사람들의 보살핌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무릇 아이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주위사람들의 희노애락을 같이 느끼고  몸으로 부딪혀봐야 남을 배려하고 스스로  성장할 자양분을 많이 얻는다는 진리를 또 한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홉남매중 맏딸로 지방 변호사인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시골선생님으로 오게 된 저자의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와는 영 딴판으로 11번째의 아들인 아버지는 투박한 시골 청년이었다. 어머니 못지않게 기가 센 할머니와 어머니와의  가족간  갈등관계,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시작되는 외삼촌댁의 더부살이, 대공황시기에 어려운 살림등  러셀앞의 삶의 무게 또한 만만치 않았다. 8살이 되자 아들의 출세와 성공를 향한 의지를 태우는 어머니는 러셀에게 신문판매일을 시키셨으나 야무지고 똑부러진 여동생 도리스와는 달리 적극성이 부족한 그에게는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른들의 얘기에 귀기울이고 행복해하며 세상을 배워나갔다.

 

"..어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때면 나는 아주 진지했다.나는 그 자리에서 이 세상에 대해, 그리고 이 세상을 읽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는 셈이다. 내가 배운 것은 이야기의 내용 자체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 태도에 있었다.그리고 그 태도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 인생의 밑거름이 되었다."(p188)

 

치매라는 병으로  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가면서 글을 열었고   어머니를 찾아뵙는 장면으로 책을 마무리한 그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상당히 컸음을 느낄 수 있다. 그에겐 희망을 버리지않고 든든히 버텨주신 어머니셨다.

러셀이  사귀는 친구에 노심초사하고, 여자친구사귀는 아들이 늦게 들어오자 초조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여느 어머니와 다름없었고, 수중에 돈이 없어도 할부로  교회에 갈때면 말끔히 빼입을 꽤 값이 나가는 옷을 사 입혔으며 신사로서의 에티켓을 가르치셨고, 어려운 살림중에서도 쪼개어  자전거라는 성탄절 선물까지 마련하는  어머니셨다.아이의 잘 하는 점을 찾으려 애쓰고  대학진학을 위해 열심히 학습을 시킨 어머니는 당신의 좌절된 젊음을 아들의 출세를 위해 바치셨고 그 꿈은 집도 있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위해 철도회사에 다니는 허브아저씨와 재혼하게 됨으로써  현실성있게 이루어졌다.

 

어머니의 열정적인 뒷바라지의 결실인지 러셀은 존스 홉킨스대학에 장학생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해군 비행단 조종사훈련까지 받는 멋진 신사가 되었다. 어머니의 마음에 쏙 드는 기준의 여자는 아니었지만 예쁘고 생활력 강한 미미와 결혼을 하며 한 아이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집안의 기둥 자리를 내주기 싫어  새아버지를 지적 우월감으로 철저히 무시하는 반항하는 행태라던가, 미미와의 연예과정이나 어머니와의  첫 대면인 식사초대이야기등은 가볍고 즐거움과 웃음을 준다.이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에서도 소박하지만 유머와 절제를 잃지않는 외가의 분위기영향인 듯도 한데, 이렇게 성장시기의 환경은 그 사람의 일생을 통해 오랫동안 영향을 주게된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

 

그의 자서전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과거여행에  대해 알게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부모가 우리에게 자신의 과거를 얘기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부모님의 시간에 한정된 것을 깨부수고 빠져 나오고 싶었듯이  우리 아이들도 나의 미래였지만 그들에겐 과거인 시간에는 무관심하다. 언젠가 그들도  그 과거를 알고 싶어하는 때가 올까?

러셀의 다음 귀절에서 그 해답을 구해본다.

 

"우리 모두는 과거에서 왔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생겨나게 한 그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인생이 아주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린 시간으로부터 현재에까지 뻗어있는, 사람들로 엮어진 동아줄과도 같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인생이란 결코 기저귀에서 수의(壽衣)를 입기까지 한 뼘의 여정으로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p22)

 

 어느 새 잔잔한 감동이 여운을 남기며   내 가슴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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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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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매스컴에서 일년에 두번 열리는 성북동의 간송 미술관에 관람객이 줄을 길게 서며 입장을 기다린다는 소식을 본듯하다. 무슨 전시이기에 일년에 두번뿐인가 하는 의문은  피카소나 샤갈, 르노와르등 눈에 띄는 유명 화가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간송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내겐 그저  지나가는 문화계의 한 소식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책을 접한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런 분이 계셨다니...간송 전형필선생님의 높은 민족의식,  우리문화작품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열정, 거간군에게 후하게 대접하며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쳐주는 商도덕, 빠른 판단력과 배포등 그의 인생을 재조명하고 보니  존경스러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

이 책은 미국에서 단편소설, 칼럼을 쓰고 있는 이 충렬님이 2006년 간송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출품된 22점의 국보와 보물을 보면서 간송 전형필 일대기를 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자료조사와 간송家의 출판도움과 협조를 받아 탄생된 책이다.

이 책은  무신家의 전형필선생님의 조상이 미곡상을 하며 벌어놓은 많은 사재를 털어넣어가며 일제강점기동안 수 많은 국보급 문화재가 일본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위해 남이 가지않는 번민의 길을 자처한 간송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친부와 양부의 유일한 상속자인 그는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매년 기와집 150채 상당의 수입을  보장하는, 기와집 2천채 상당의 가치가 있는 논을 상속받은 백만장자였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흥코자 일본 와세다대학 법과를 졸업했으나 휘문고보 미술선생님인 춘곡선생의 왜놈손에 넘어가는 우리의 서화와 전적을 지키는 선비가 되라는 의견에 따라 평생 스승 오세창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오세창선생님은 서화대수장가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당대 최고의 감식안으로 평가를 받았고, 그와의 만남은 간송이 평생 우리 선조들의 그림, 글씨, 책, 도자기등이 우리 ’민족의 혼이자 얼’로 그가 우리민족의 혼을  지키기위한 일을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수장품을 후세까지 잘 보존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 박물관을 세우는 결심을 하는데 결정적인 동기를 부여해 주셨다.

또한 거기에는 외종사촌형인 월탄 박종화의 민족과 역사에 대한  의식과 좌우로 그를 보필한 거간군 이순황과 신보가 있었고, 고서화 수집의 전진기지였던 한남서림을 넘겨준 백두용등  그를 후원한 사람들이  많은 덕이었다. 

힘겹게 간송 박물관(보화각과 북단장)을 짓고  해방을 기다리던 그에게 해방후 찾아온 민족상잔의 비극은 또 한번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고, 피난으로 인해 서화와 많은 구장서의 손실을 막을 수 없는 허무함도 있었다. 구제사업과 선친의 뜻인 교육사업도 시작하여 보성고보를 운영하게 되었지만 전쟁후 농지개혁법안 통과와 토지대금으로 지불받은 자가증권은 화폐가치의 추락으로 수입이 없어져 나중엔 아주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간송 생전엔 간송미술관이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것을 보지 못한채 황망히 세상을 떠났지만 이를 지키기위해 얼마나 어려운 길을 걸어왔는지 책에 잘 들어나있다.

그의 박물관엔 고려의 푸른 하늘에서 학이 춤추는 천학매병의 고려청자와, 개스비가 20년동안 모은 고려청자들, 심 사정의 <촉잔도>는 거금을 주고 사왔지만 보존상태가 나빠 사온 값보다 더한 돈을 들여 보수를 해야했고, 일본에 유출된 <혜원전신첩>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되사와야했으며, 부도 반환 청구 소송으로 찾아와야했던 <괴산 팔각당형 부도>, 13년의 기다림끝에 손에 넣을 수 있었던 <훈민정음>해례본등 하나 하나 사연없고 인내와 번민없는 수장품은 없었다.


황금광시대 돈 좀 있는 사람은 금맥을 찾아 인생역전을 꿈꾸기에 나섰고, 조선의 대수장가들도 해방을 기다리다 끝내 역사를 지키는 일보다 부귀영화를 택해 일본인에게 수장품을 처분하는 현실,  일본의 밀반출은 눈감아주면서  우리나라 사람에겐 깐깐이 적용되는 불공평한 관례등 그에게  안타깝고  억울한 고난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가 과연 그 고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꿋꿋하게 버티지 않았다면, 그 시대에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곁에 남아있는 보물이나 국보는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런지 아찔하기만 하다.
그가 수집한 우리 문화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말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에 걸쳐 서화는 물론 조각과 공예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것이었으며 이는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겸재, 단원, 혜원, 오원, 추사등 거장의 명품을 중심으로 민족의 얼을 찾는 작업이었다. 

암울한 일제 강점기에 그는 한국의 미를 발굴하고  지키며 그 품격을 후세에 알리는 수문장이셨고, 그가 탁월한 심미안으로 한국의 미를 사랑했기에 고난과 번민의 길이었지만 행복하였으리라 믿고싶다.

보물을 찾고 일본수집가와 벌이는 명승부의 이야기에 , 때론 탄식하고 때론 안도하며 함께하다보니 어느새 다 읽게 되었다. 
 책장을 덮으며 큰 인물 간송 전형필에 대해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으며 내년 봄 간송 미술관전시때 방문하면 소장품 하나 하나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오리라 믿으며 그 날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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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자서전 - 시대를 뛰어넘는 삶의 지침서
벤저민 프랭클린 지음, 김경진 옮김 / 인터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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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보면 누구의 자서전을 내가 읽어야 할 목록으로 정해 놓고 그리 가까이 하진  않은 것 같다.

유명인이라면 대필을 통해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거나 미화시키는 일이 많을 듯 싶고, 생을 마감한 두 지도자의 고난과 역경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기엔 아직 마음이 아프고 편치 않아 선뜻 손이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뚜렷하게 그를 알지는 못하지만 널리  알려진 그의 이름은 이런 편견이나 감정을 넘어 그의 자서전으로 나를 자연스럽게 안내하였다.

 

프랭클린은(1706.1~1790) 이름도 없는 가난한 집에서 열이곱명의 자식중 열다섯번째(아들 중 막내)로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어려워 정식 학교라곤 라틴어학교 1년밖에 다니지 못하였지만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고 그것은 형의 인쇄업 견습생일로 연결되었으며, 그 일은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신문을 통해 글쓰는 연습과 논쟁하는 법을 알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었다.

 

술을 멀리하고  채식을 하며 식비를 줄여 책을 사서  읽고 글을 쓰는 그에게 주위에 좋은 사람들은 모여들고 연결이 되었다. 프랭클린은 주위에서 도와주고, 든든한 조언을 해주거나  좋은 친구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그의 근면, 절제, 검소한 생활 철학이나 실수로 부터 배운 교훈을 잊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는 진실과 청렴으로 맺고, 노력하는 삶의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그는 재능있는 친구들을 모아  서로 책을 읽고 논제를 토론하는 전토클럽과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위해 13가지 덕목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침착, 순결, 겸손)을 정해 습관이 되도록 점검표까지 만들어 엄격히 실천했는데, 이는 미래 사업을 번창시키고 시민의 주목을 받으며 공적 회의의 멤버가 되는 데도 바탕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회원제 도서관, 시민군, 소방조합등 공공사업을 완수했고, 과학자로서,   난로를 비롯 여러 발명품을 만든 발명가로서, 시민의 편에서 의회에 법안을 내고 지사와 조정하는 시의원으로서 너무나 많은 활약을 했다. 그는 발명을 해도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나눠 주기 위한 신념으로 특허도 마다하였을 뿐 아니라 , 시민의 편의나 청결을 위해  방법을 찾고, 신념으로 영국 정부나 영주의 불합리한 법안에 맞서  승리를 얻기도 하는등 많은 성공적 일로 오늘 날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추앙받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겸손하고 유능한 의견조율가이다. 겸손한 태도로 서로의 실리에 접근하고, 설득하여 윈-윈전략으로 해결해 내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모든이에게 특히 우리나라의 이전투구(泥田鬪拘)하는 정치가들에게 귀감이 될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아메리카 독립의 원동력이었고, 시민편에서 공평무사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헌법제정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독립선언을  기초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가난과 역경을 딛고, 그는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공부했다.  남을 공격하지 않고, 가진 것을 나눠주었으며 가진자나  못가진가가 공평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는 사욕을 버리고 도덕적 신념을 지키며 살아왔다.

이 자서전을 통해  책이  인생을 바꾸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으며, 도덕적 신념을 지키는 그의 삶이 현대에 더욱 빛을 발 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부디,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어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을 듯하다.

더불어 아메리카의 독립 전 시대 상황과 사건, 영국정부의 식민지 지배이념등 미국의 초기역사를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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