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사춘기 - 명진 스님의 수행이야기
명진 스님 지음 / 이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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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우리가 길들여져 있던 습관과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업대로 살아가는 것이 운명에 속박되는 것이라면 수행은 그런 자신의 업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모든 앎, 모든 업의 사슬을 끊고 진정한 지혜와 자유를 얻는 것, 그것이 수행의 궁극적 목표이다.' 

'모든 앎이 끊어지고 완전히 힘이 빠진 자리, 그 완벽한 비어짐의 자리에서 지혜가 자연스레 드러난다. 그래서 구름이 흩어지면 둥근 달이 저절로 나타난다고 했다. 달을 따로 찾을 게 없다. 구름만 벗겨내면 된다. 턱 놓아버리면 본래 그 자리이다.' 

평생을 자신을 찾아 수행을 해오신 스님의 말을 이 책 한권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온갖 삶의 어려움과 고통, 불행을 겪고 한평생 자신의 삶을 갈고 닦으신 스님의 삶을 어떻게 한두 시간의 독서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허공에서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 허공을 나는 새 한마리,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에 물거품이 일어났다 꺼지는 것, 이런 것들 속에도 생과 사의 문제, 존재의 문제에 대한 깨달음이 들어있다고 한다. 온갖 분별심, 나를 옭아매고 있는 가치관, 규범, 관습,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을 찾는 진정한 방법은 무엇인가? 모든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 허공과도 같이 텅비어 있는 마음,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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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역할 훈련 토머스 고든의 '역할 훈련' 시리즈 2
토머스 고든 지음, 김홍옥 옮김 / 양철북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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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두꺼운 책을 잘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끄럽게도 읽다가 지쳐 혹은 지루해져서 중간쯤에 와서 마저 읽어야하나 아니면 그만 읽어야 하나 라고 고민해본 적이 여러 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망설임 끝에 선택하고 읽기 시작한 순간 몇 페이지도 읽지 않아서 나는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낄 수 있었고 이 책은 끝까지 다 읽을 수 있겠구나 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는 책의 내용에 푹 빠져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갈수록 서먹서먹해지고, 수업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학교생활은 지루해지는 원인이 무엇일까? 나는 열심히 수업준비를 하고 교재연구를 하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온갖 지식과 정보로 무장을 하고 빈틈없이 수업준비를 하여 교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나의 문제는 지식의 부족함이나 수업기술의 부족이 아니었다. 나의 문제는 학생을 대하는 바람직한 방법, 원만한 관계 형성, 대화법,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 등의 부재에 있었다.  

이 책 속에는 학생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이 아주 구체적으로 적절한 예와 함께 나와 있다. 학생을 대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서로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하는 내용이다. 가치관문제로 학생과 충돌할 때 교사는 유능한 상담가로서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먼저, 학생에게 '고용'되어야 하고, 적절하고 충분하게 준비하여야 한다. 의견을 딱 한 차례만 제시하여야 하고, 주도권은 학생에게 남겨두어야 한다. 학생에게 '강제'로 교사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려고 애쓰기 쉬운 상황에서 학생의 문제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 외 이 책 속에는 나-메시지, 적극적 듣기 등 학생과의 관계형성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기술들이 가득 들어있다. 단지 그 많은 훌륭한 내용들을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모두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마도 언젠가 이 책을 다시 한번더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저자의 다른 책을 검색해서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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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꽃 박범신 문학전집 16
박범신 지음 / 세계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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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작가 정영화. 그는 무엇을 위하여 스스로 실종을 선택하는가?  

"언제까지나 죽은 고기나 찾아다니는 삶을 온몸으로 거부하라. 무리에서 떨어져 결국 죽음을 만날지라도 일상의 탐욕이나 쫓아가는 그 무리를 버리라. 더 넓고 깊은 세계를 가기 위해 온갖 인정의 사슬에서 참으로 자유로워지라..."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고 작가로서 명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이상 그의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아 간다. 그의 소설은 갈수록 새로울 것도 없이 기교만 늘어났을 뿐 영혼의 무게가 실리지 못한 작품들일 뿐이다. 그는 더 넓고 더 깊은 영혼의 길로 나아가는 문, 자유의 바다로 나아가는 문을 찾아간다. 그는 세상의 바깥으로 나아가는 문을 찾아서 길을 떠난다. "모든 고정관념과 집단적 이데올로기와 체제로부터, 욕망으로부터, 소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세상의 '바깥' 어디에 사는 '미스 김'을 찾아"...  

그는 마침내 돌아갈 것인가? 그는 다시 글을 쓸 준비가 되었는가?  "내가 만약 자유로운 상상력의 바다에 닿아 있다면, 그리하여 체제와 반체제, 순수주의와 민족문학적 참여주의, 개인과 집단, 주관과 객관의 거친 단층을 자신있게 깨고 나갈 만큼 싱싱하게 회복되었다면, 나는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 자유로운 신명으로 나의 묵은 원고지들을 바쁘게 채워야 한다. 그러나, 돌아가 다시 온갖 이분법적 속박과 편견의 사슬에 여전히 내 상상력이 묶여 자기연민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그것은 죽음일 뿐이었다. 살아있어도 죽은 작가일 것이므로." 참된 작가의 자유는 정치적인 민주화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다 더 근원적인 실존의 그늘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항상 혼자였고, 그래서 고독했다.  

실존의 고민으로 아프리카에서 자취를 감춘 한 작가와, 작가의 실종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작가의 부인 민혜원... 그 어떤 세계도, 그 어떤 사랑도 '고유명사로서의 자기 세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해뜨는 아침녘의 목련나무 그늘에 매달린 이슬방울 같은 것. 삶의 한낮이 되고 나면 이슬방울은 형체조차 없을 터인데도 그 허상이 '지고지순하다' 믿으며 우리는 다만 사랑이라는 포장지로 싼 '짐'이 되어 누군가의 어깨에 얹혀 있는" 것이다.  

자신을 탐욕스럽게 만드는 '무리의 세계'에서 벗어나 '독립적 삶의 섬'을 찾아서 그 무엇도 그를 억압하지 않는 자유롭고 평화스러운 곳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결국 무엇인가에서, 또 누군가에서 떠난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그렇지만 한번 떠나고 보면 얼마나 너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지"를 우리는 알 수 있으리라....   

나도 킬리만자로로 가고 싶다. 작가가 아름답게 묘사한 아프리카의 들판, 야생동물들, 원주민들, 그리고 눈덮인 산을 가보고 싶다. 나를 구속하는 온갖 규범과 질서, 욕망과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다. 야생의 모습이 살아있는 자연의 아프리카에서 원시의 정신, 원래의 자유로운 나 자신을 찾아 가고 싶다.

작가의 책을 이어서 여러 권 읽었는데,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여전히 작가 자신의 모습이 많이 투영되어 있으며, 작가의 사고,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제 잠시 다른 작가의 책으로 시선을 돌리고 싶다... 보편적인 한국사회의 남녀관계와 역할 구분이 그대로 나타난 모습이 조금 식상한 느낌이다. 물론 작가가 그런 역할 관계를 옹호하거나 묘사할 의도인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작가의 연령, 이 책이 출판된 연대, 그리고 아직도 여전한 한국의 남녀간의 역할관계 등이 소설 속에 그대로 반영된 탓이 아닐까 싶다. 이제 다른 새로운 남녀관계, 새로운 역할 구분을 다루고 있는 그런 책을 읽고 싶다. 그리고, 특히 여성작가들이 쓴 책을 읽어보고 싶다. 새로운 시각으로 여성의 시각으로 남녀관계를 그린 그런 소설을 읽고 싶다. 그런 다음에 다시 작가의 책으로 돌아오고 싶다.  

누군가가 지적한 것처럼, 이 책에는 유달리 오자가 많아 출판사의 역할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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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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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책에서는 항상 기발한 유머와 상상력이 번뜩인다.  그는 결코 즐거운 일, 웃기는 사건을 포착하여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을 그의 작업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즐겁지 않은 일, 웃기지 않은 사건, 일상의 평범한 모습을 엄청나게 즐겁고 웃기고 재미있는 사건으로 바꾸어버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거창한 큰 주제를 가지고 전체를 짜임새있게 이끌어가지는 않는다. 단지 그가 여행한 미국의 작은 도시들을 하나씩 하나씩 이어가며 그 와중에 그가 만난 사람들, 방문한 곳, 있었던 사건들을 단순히 나열할 뿐이다. 그가 만난 사람들, 방문한 장소들은 그와 관련되는 순간 한없이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것들로 변화한다. 그의 내면에는 넘쳐흐르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있어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그의 주위를 재해석하고 재발견해낸다.  

그의 내면에는 통통 튀어오르는 공과 같은 기발함으로 가득차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따르기보다는 그의 기발한 착상으로 사물을 보고 이해한다.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고 심심한 일도 그의 시각으로 보는 순간 그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순간 자체가 아주 유머러스한 순간이 되어버린다. 그가 겪은 불쾌한 경험, 힘들었던 상황도 그가 설명하는 그 순간 아주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상황으로 변해버린다.  

이런 순간들을 끊임없이 발견해 내는 그의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가 받았던 교육 등 여러가지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의 글에서도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듯이 어릴때부터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여러가지 영향들, 그리고 가족끼리 함께 다녔던 여행, 그 여행을 통해 겪었던 경험 등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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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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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인터넷 검색 중 눈에 띈 작가의 글... 카일라스순례에 관한 글이었다. 무언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있었다. 이렇게 해서 하나씩 하나씩 읽게 된 작품들... 카일라스가는 길, 비우니 향기롭다, 바이칼 그 높고 깊은, 산다는 것은, 촐라체, 비즈니스, 그리고 은교...  

작가란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 혹은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으나 글이나 말로 미처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작가 자신의 예리한 감각으로 도려내어 명확하고 분명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너로 인해... 내 몸 안에도 얼마나 생생한 더운 피가 흐르고 있었는지를 알았고, 네가 일깨워준 감각의 예민한 촉수들이야말로 내가 썼던 수많은 시편들보다 훨씬 더 신성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세상이라고, 시대라고, 역사라고 불렀던 것들이 사실은 직관의 감옥에 불과했다는 것을, 시의 감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시들은 대부분 가짜였다.'  

'너를 만나고 비로소 나는 나를 알았다...생의 마지막에 너를 통해 만나 경험한 본능의 해방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인생, 나의 싱싱한 행복이었다. 그게 바로 나 이적요다. 이적요는 본능을 가진 인간이었을 뿐 신성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무엇을 따라 살고 있는가? 우리 안의 욕망과 갈망은 무엇인가? 우리의 욕망과 갈망이 드러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읽은 작가의 여러 작품들은 모두 다른 내용과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그것들이 모두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다가온다. 그것들은 모두 작가 그 자신이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고, 우리 안의 욕망과 갈망의 근원을 파헤치고, 인간존재의 깊은 곳을 탐구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그 작품들에 그대로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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