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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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인터넷 검색 중 눈에 띈 작가의 글... 카일라스순례에 관한 글이었다. 무언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있었다. 이렇게 해서 하나씩 하나씩 읽게 된 작품들... 카일라스가는 길, 비우니 향기롭다, 바이칼 그 높고 깊은, 산다는 것은, 촐라체, 비즈니스, 그리고 은교...  

작가란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 혹은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으나 글이나 말로 미처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작가 자신의 예리한 감각으로 도려내어 명확하고 분명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너로 인해... 내 몸 안에도 얼마나 생생한 더운 피가 흐르고 있었는지를 알았고, 네가 일깨워준 감각의 예민한 촉수들이야말로 내가 썼던 수많은 시편들보다 훨씬 더 신성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세상이라고, 시대라고, 역사라고 불렀던 것들이 사실은 직관의 감옥에 불과했다는 것을, 시의 감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시들은 대부분 가짜였다.'  

'너를 만나고 비로소 나는 나를 알았다...생의 마지막에 너를 통해 만나 경험한 본능의 해방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인생, 나의 싱싱한 행복이었다. 그게 바로 나 이적요다. 이적요는 본능을 가진 인간이었을 뿐 신성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무엇을 따라 살고 있는가? 우리 안의 욕망과 갈망은 무엇인가? 우리의 욕망과 갈망이 드러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읽은 작가의 여러 작품들은 모두 다른 내용과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그것들이 모두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다가온다. 그것들은 모두 작가 그 자신이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고, 우리 안의 욕망과 갈망의 근원을 파헤치고, 인간존재의 깊은 곳을 탐구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그 작품들에 그대로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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