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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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을 읽었을때, 그 책이 좋았다면 작가를 기억하면서 출판사도 같이 기억하곤 한다. 그렇게 기억된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우선적으로 눈길이 가게된다. 보통은 작가를 보고 책을 선택하지만, 가끔 드물게 출판사를 보고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번 책 '투명인간' 은 출판사를 보고 책을 선택한 경우다.

'새움' 출판사가 기억에 남았던 첫 책은 '위대한 개츠비' 책을 접하면서 였다. 생각보다 작았던 그 책이 생각보다 안 읽혔는데 이는 원본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기 위한 노력이였다고 설명된다.
책들의 번역가는 이정서 번역가로 2014년 기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오역을 지적하는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으며 학계에 충격을 가져왔다고 소개를 시작한다. 작가가 쓴 그대로 서술 구조를 지키는 번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직역을 주장하며 기존 번역서들의 시간과 존칭 개념들을 바로잡았다고 한다.
'잘 안 읽힌다' 라고 기억해버린 그 책이 왜 그리도 기억에 남았을까? 그 안 읽힌다는 느낌속에서 문장의 화려한 표현력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번역된 문장이 아닌 원본 자체를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를 얼핏 느낀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새움출판사에서 나온 '인간실격'을 읽었을때 마냥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설핏 좋았던 안개같은 느낌이 스며들어 좋다는 강한 인상으로 자리잡아 버린 것이다.
그렇게 새움출판사에서 나온 '투명인간' 책을 보게되니 당장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당장 신청하게 될 수 밖에.


"웰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세계와 사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조지 오웰-

'1984'로 너무나도 유명한 조지오웰이 극찬했다는 작가. SF의 창시자 격인데다가 노벨문학상에 네차례나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홍보문구를 보니 읽어보기도 전에 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번 '투명인간'은 신청하고 받아서 읽기 전까지 기대감이 매우 높았던 작품이다. 기대감이 높았던 탓일까. 실제로 읽어 나갔을때는 기대에 충족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투명인간' 책을 읽기 전 이미지는 마치 '프랑켄슈타인'과 같았다. 읽기도 전에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는 작품. 너무나도 유명하기에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패러디가 존재하여 이미 알고 있는 캐릭터의 개성.
그래서 읽지 않았지만 마치 읽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작품.
하지만 패러디로 접하고 상상으로만 접했던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소설로 접했을때, '그'가 묘사해내는 정서들이 매우 놀랍고도 슬퍼서 마음깊숙한 곳까지 울림을 전했었다. 그런 감동을 '투명인간'에서도 느끼게 되리라 기대를 했던거 같다.

투명인간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과 주변인들과의 마찰속에서 다양한 고뇌와 심리묘사가 들어가있길 기대하고 읽었는데. 이번 책은 코미디극을 본다는 느낌이 강했다. 한편한편 에피소드들이 자리하고 주인공을 둘러싼 마을사람들의 우수꽝스러운 이야기들.

이번 책은 다행히도 안읽힌다는 느낌은 없었다. 문장이 복잡하지 않고 짧막하니 읽기 편했던거 같다. 간단한 표현들과 단순한 문장들이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게 해주어 간편하게 읽기 좋았다.
책도 작고 아담하니 손안에 잘 잡히고 종이재질도 두꺼워서 잡고 보기 좋아서 더 읽는 내내 페이지가 잘 넘어갔던거 같다.

작가인 허버트 조지 웰스는 1866년생이고, 큰 인기를 누린 '타임머신'은 189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 한다. 투명인간은 그 뒤에 나온 작품이라고 하나 이 또한 1800년대에 나온 소설일테다. 투명인간을 읽으면 내용적인 면에서 꼬투리를 잡고 싶은게 여럿 생기는데, 100년도 더 전에 이런 공상과학을 상상했다는 것 자체에 집중하면 그저 그랬겠거니 하고 넘길수있게 된다. 과거에나 지금에나 낯선것에 대한 호기심과 판도라상자를 열어보고자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은 것같다. 이것이 인간 본성 그 자체라면 우리는 낯선 타인을 어디까지 포용가능할까. 또 내 비밀은 타인들이 어디까지 포용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고전이 잊혀지지 않고 계속해서 사랑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런 고전을 미국판으로 번역된 작품말고 오리지널 인 영국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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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용이 울 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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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의 옛이야기를 듣는듯 정겨우면서 배울점이 많은 교훈적인 이야기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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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용이 울 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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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팬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그 한사람의 첫 만남도 책이였고, 계속해서 책으로만 만났고, 앞으로도 책으로만 만날테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팬이 될 테다.


평소에도 신간들을 둘러보는 편이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찾아서 살펴보는 편인데, 이어령 선생님의 신간은 특별히 알림등록을 해두었다. 최근에 읽은 이어령 선생님의 책이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1편이기 때문이다. 그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책은   전6권으로 이루어졌다. 1권을 읽었으니 이제 2권이 나올 차례라 기다리는 마음으로 알림등록을 해두었던 것인데,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을때 마음 깊숙히 반가운 마음이 크게 울렸다.

앞 전 시리즈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책은 책이 크고 두껍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나오는 시리즈들은 '별의 지도'도 그렇고 책이 작고 아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인 이야기' 책은 전 시리즈이기 때문에 '들어가는말'이 모두 동일하다. 모두 꼬부랑할머니의 고갯길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한국인 이야기에서는 앞서 '천지인'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1권이 '별의지도' 라는 제목을 달고 하늘의 이야기를 하신 책이다. 1권을 다 읽으면서 앞으로 나올 2권의 내용을 살짝 예상해 보았는데, 역시나 이번 2권은 '땅속의 용이 울때' 라는 제목을 달고 땅의 이야기를 하신다. 제목에서 '용'은 '지룡' 이다. '지룡'은 '지렁이'이니 이 책은 지렁이의 울음을 이야기 하시는 책이다. 지렁이의 울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번 책은 다 읽고 나서 많이 곤란해진 부분이 있다.
이어령 선생님의 이름이다. 책날개에 선생님의 이름이 한글로만 되어 있길래, 검색창에 '이어령'선생님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선생님의 이름중에 '령' 이라는 글자는 한자로 '寧' 이렇게 나온다. '편안할 녕' 이라는 글자이다.

"그 뒤 내 글이 국정교과서에 실리게 되어 편수관들이 모였어요. 그때는 남의 이름이라도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가에서 지정한 표기법으로 통일하게 했죠.
집안에서 불러준 '이의영', 중학교 때 '이어영', 그리고 대학에서는 '이어녕' 교육부가 나에게 붙여준 이름 '이어령'.
내가 내이름을 어려서부터 쓰고, 20대부터 글을 쓰고 책을 내기 시작해서 이렇게 거의 60~70년을 이 성과 이름을 가지고 책을 내고 저자 사인을 해주었는 데도 내가 내이름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거에요."

저 부분에서는 본인의 이름을 잃어버렸다고 하시면서도 그냥 아무렇게나 불러도 된다고 말씀하시만 마지막줄에 가서는 책의 저자부분에 분명하게 '이어영'으로 써놓았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책 전체내용 또한 어려서부터 듣고 익히면서 자라온 언어에 대한 중요성이 많이 나오는데, 이름 또한 어려서 부모님과 고향사람들이 불러주고 그 이름을 듣고 자라온 이름이 진짜 이름이 아니겠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남의 이름을 멋대로 표기법을 바꿔버리다니...

책을 읽을때에는 그 책이 어떤 책이냐에 따라서 읽는 속도가 다 다르다. 읽기 쉽고 가독성이 붙어버리면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서 금방 읽어버리게 되는 책도 있고, 가독성이 없으면 조금씩 나누어서 오랜시간을 곁에 두고 읽게 되는 책도 있다. 그리고 책 자체가 좋으면 일부러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읽는 책도 있다. 금방 읽어버리는 그만큼 책을 덮어버리는 순간도 빨라지게 되니깐 최대한 느리게 읽어서 책읽는 시간을 길게 잡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이번 '땅속의 용이 울때' 책 또한 느리게 느리게 천천히 읽어 나갔다. 책이 작고 아담했지만. 쓰여진 한글이 쉽고 다정해서 어려운 책이 아니었지만. 도란도란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 같은 책으로 편히 읽히는 책이었지만. 그저 오래시간 천천히 천천히 읽어 나가고 싶었다.

이렇게 책을 읽는 내 모습이 스스로 웃겨서 왜 이 책을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 책은 옛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데, 어쩌면 나는 어르신의 옛 이야기가 정겹고 좋았던게 아닐까 싶다. 삭막해진 현대사회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귀한데 옛 이야기라 추억들이 솟아나곤 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지렁이가 나오면서 '땅강아지'가 나온다. '땅강아지' 글자가 책에 등장했을때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아이들의 놀이는 실내가 아닌 실외였다. 흙이였다. 우리는 흙을 파서 소꿉놀이며 여러가지 놀이들을 했는데, 그때 흙을 팔때 '땅강아지'를 종종 봐왔던 것이다. 지금은 실내 생활만을 해서 흙이주는 추억들을 전부 잊고 살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어릴때의 흙의 추억들이 되살아 나서 무척이나 좋았다. 어릴때의 추억과 시골의 정겨움을 이야기하는 책이 정겨워서 그래서 이 책 자체가 정겹고 좋았나보다.

책을 읽으면서 언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어서 좋았다. 어려서부터 한국말을 듣고 자라고 내 속에 한국말이 심어져 싹을 틔운다. 그런 무의식속에 심겨진 한국말은 내 정서가 되고 내 마음이 된다. 한국말에 어떤 정서가 담겨있는지를 배우고, 정서에 따라 바뀌는 한국말을 배운다. 우리에게는 '죽다' 라는 말이 가진 의미가 무엇이었던가. 왜 우리는 다 '풀어' 버리라고 하는 걸까. 그리고 지금 현대인이 사용하는 언어들은 어떤 정서들을 담고 있는가. 그중에서 가장 궁금한건 왜 우리는 아직도 '헬대한민국'이 아닌 '헬조선'이라고 쓰는가 이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이번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가 이어령 선생님이 젊었을적에 쓰신 '흙속에 저바람속에' 책이 토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흙바람 책도 궁금해서 읽어보고자 책을 검색해두었지만 선생님은 그때랑 지금이랑 사상의 변화가 많아서 어떤 내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노라고 말하셨다. 일단은 이번 유작으로 나오고 있는 한국인이야기 시리즈를 우선적으로 읽은 다음에 흙바람책도 읽어봐야겠다.

지금은 사회가 많이 발달된 세상이 되어서 젊고 빠릿빠릿한 인재들만 환영받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노인들은 뒷전인 세상이 된 거다. 이번 이어령 선생님 책을 읽으면서 노인들이 존중받던 시대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노인들은 역사의 산 증인들이라고 한다. 본인들이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은 세상의 산 증인들인것이다. 그런 경험의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귀하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노인들의 지혜가 어린아이들을 살리던 시절이 있었다.
책을 덮고 가만히 지금 세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지금의 노인세대와 지금의 어린아이들 세대에는 간극이 너무나도 큰 것 같다. 일반인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크고 심오한 주제이지만. 좀더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런 책들이 좀 더 나왔으면 좋겠다.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가 시작할때 '천지인'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1권에서는 '서시'가 주로 나오는 별의 이야기를 하셨고, 2권에서는 '지렁이'가 주로 나오는 땅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면 그다음 3권에서는 인간의 이야기를 하실텐데 어떤 주제로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나 또한 어디가서는 더이상 젊은이가 아닌 어른이겠지만 진정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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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오디세이
에블린 에예르 지음, 김희경 옮김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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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적으로 고대화석을 분석해보는 글.
흥미롭고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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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오디세이
에블린 에예르 지음, 김희경 옮김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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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에 가장 관심이 많을 때는 '자신이 5살일 때와 내 아이가 5살일 때'라는 말이 있다. 나 또한 우리 아이가 5살일 때 이런저런 공룡 서적을 많이도 접했었다. 그중에 굉장히 놀라운 공룡 동화책이 한 권 있었다. 제목이 '공룡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런 느낌의 책이었는데, 내용은 '우리는 공룡이 이렇게 생겼을 거라 말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닐지도 몰라. 왜냐면 공룡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이런 내용이다.

티라노사우루스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티라노의 형체가 그려진다. 하지만 그 형체는 학자들이 인위적으로 상상해놓은 것일 뿐, 진실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는데 어째서 일말의 의심조차 없이 그대로 믿고 받아들였던 걸까.



이번 '유전자 오디세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그 동화책을 찾고 싶어서 '공룡을 실제로'라고 검색을 해봤다. 검색 결과 놀라운 글을 하나 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의 모습은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왜냐면 우리는 단지 뼈 화석만으로 상상해 봤을 뿐이니까! 그러면서 하나의 가정을 해본다. 만일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이 되고 전부 뼈 화석만이 남아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후 먼 미래의 생명체가 뼈 화석을 가지고 복원을 한다고 가정해 보면 생명체들의 모습은 어떻게 복원될까? 실제 모습과 다르게 복원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왜냐면 동물은 뼈 주위에 근육도 있고 두터운 지방층 같은 것도 존재하는데, 오로지 뼈만을 가지고 복원하면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 장의 사진들을 게시해 주었는데 매우 놀라웠다.

그 글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인간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만일 사피엔스가 멸종되고 화석으로 남았을 때 미래의 생명체들은 사피엔스를 어떻게 해석할까. 발견되는 사피엔스의 화석이 특이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면 미래의 후손은 사피엔스의 외모를 특이하다고 일반화 시켜버릴 수 있지 않나. 뼈 화석만을 가지고 사피엔스의 피부색은 무슨 색이라고 정하게 될까.

'유전자 오디세이' 책의 소개를 읽을 때. 제일 먼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책이 떠올랐다. 그 책도 읽으면서 계속해서 놀라워했던 책이다.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읽을 당시의 새로운 깨달음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었다.
'사피엔스' 내용 중 놀라웠던 점은 사피엔스 화석 속에 사피엔스의 유전자 외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함께 검출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놀랍고도 놀라운 발견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왔던 교과서의 내용 자체를 수정하게 만들었다.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는 인류의 계보를 점층적인 진화라고 배웠다. 인류가 단계적으로 진화했다고 배운 것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다음 호모 하빌리스 다음 호모 에렉투스 다음 네안데르탈리 다음 호모사피엔스 이런 식으로.

만일 지금까지 인류가 진화해온 것이라면 사피엔스 화석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없어야 하는데, 사피엔스의 화석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함께 나온다. 이는 혼종이라는 뜻이며 동시대에 우리의 사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피엔스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DNA가 말해주는 인류 역사의 대서사시-



'유전자 오디세이' 책 소개를 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사피엔스는 언제 출현했을까?"
"왜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생겼다고 말할까?"
"왜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이동했을까?"
"왜 지금은 사피엔스만이 남아있을까?"
목차를 봐도 신비하고 신기하다.

제일 먼저 책날개에 작가 부분을 펼쳤다. 이런 책을 쓴 사람은 누구일까? 이번 작가의 이름은 '에블린 에예르'라고 나온다. 책에서는 그저 단순하게 '유전자 인류학자'라는 말만 있어서 좀 더 정보를 모으고 싶은 마음에 검색창에 한글로 '에블린 에예르'라고 쳐보았더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유튜브에 'Evelyne Heyer'라고 검색했더니 한 여성학자의 동영상이 무수히 많이 검색이 되었다. 프랑스인으로 추정되는 학자 님의 강의 영상을 잠시 보다가 영 못 알아듣겠기에 바로 책 속으로 들어갔다.


'유전자 오디세이' 책을 쓴 에브린 에예르는 유전자 인류학자이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유전자 인류학자와 고대 인류학자와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

우선 고대 인류학은 남겨진 뼈 화석과 고대 유적을 통해 그 당시의 삶을 재해 석해 본다. 예를 들어 엄지발가락이 길면 나무를 탔을 거고 엄지발가락이 짧으면 체중 지탱을 위해 이족보행을 했을 거라고 추정한다. 턱의 상태와 두뇌의 상태를 보고 무엇을 먹고 어떤 두뇌를 가졌는지를 추정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상이 많이 필요하다.



그에 비해 유전자 인류학자는 말 그대로 뼈 화석에 남겨진 유전자분석을 통해 그들의 삶을 재해 석해 본다. 이는 최대치가 40만 년 전이라는 것과 발견된 장소의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같이 고온다습한 곳에서는 유전자 보존이 안된다고 한다. 유전자를 분석해 본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결론 값에 의해서 사실들만을 추론해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도 상상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그들의 삶을 추측하고 여러 가설들을 많이 세워놓았다. 책 속에서도 끊임없는 가설들이 거론된다.

그럼에도 남겨진 화석을 유전학적으로 분석해 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준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지금 현재 살아있는 인류의 공통 조상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약 3천 년 정도뿐이 되지 않으며, 우리는 전부 공통 조상을 가진 친척들이라는 것이다.

지금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 한 종만이 살아남았고 서로의 유전자는 99.9프로까지 닮아있다. 더군다나 공통 조상을 찾는 계산을 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서로 이어진 '함께'라는 존재가 뚜렷해지는데 인종차별은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작가의 다른 책 '우리는 왜 인종차별주의자가 될까' 책을 읽어봐야겠다.



유전자를 통해 사피엔스의 이동경로를 조사해 보는 과정도 놀랍다. 신석기시대의 화석과 그 이후에 발견된 화석의 유전자분석을 통해 그 땅에서 인류가 계속 정착해서 살았는지 아니면 인구가 이동하면서 대체했는지를 밝혀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문화가 전파되었을 것이라 추정하고, 그러면서 유전자에 어떤 부분에 변이가 오고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조사한다.

초반에 책을 읽을 때에 글씨만 빼곡하고 인류 계보학이라던가 이동경로 지도라던가 그런 자료가 첨부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지리적으로 지식이 많은 게 아니어서 내용에 어떤 지리가 나올 때는 책에 부록 된 세계지도를 반복적으로 들여다봐야 했는데, 부록 된 지도의 중동 부분이 가운데 접혀들어가는 형식이어서 보기가 불편했다. 차라리 지도를 옆으로 세워서 접히는 곳이 없이 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봤다.



책을 읽어나가면 인류의 삶은 단순하지 않았구나를 확실히 알 게 된다. 인류는 단계적으로 진화하지도 않았고 동시대에 함께 살았으며, 한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왔다 갔다를 반복해가면서 조금씩 나아갔을 거라는 점이다. 그러니 계보학이니 이동경로이니 이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민족에게 어떤 특이점이 발견된다고 해서 그 민족만의 특성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먼 곳에 같은 특성을 지닌 민족이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작가는 나라와 민족과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듯싶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언뜻 보면 이번 책도 결론은 없고 가설과 가설만으로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계속해서 연구를 해나가고 있고 새로운 정보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의 조상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정보에 귀 기울이며 앞으로 어떤 미래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은 모두의 숙제인듯하다. 책이 흥미롭고 재밌어서 읽는 내내 좋았다. 앞으로 인류학 쪽에서 신작들이 나오면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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